며칠 잠잠하나 싶더니..코로나 다시 세자릿수
추석 일주일 앞두고 방역비상
깜깜이 많고 산발적 집단감염
영등포 증권사·마트서 확진자
자가격리 어기고 순천 머물러
부산 60대 확진자 199명 접촉
순천, 부산북구 상대로 구상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만에 다시 100명대로 늘어났다. 지난 사흘간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긴 했으나 산발적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중이 20%대 후반으로 적지 않아 언제든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1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61명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49명이 많아진 것이다. 110명에 대한 감염 경로를 보면 지역 발생이 99명이고, 국외 유입이 11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40명, 경기 28명, 인천 5명 등 수도권이 73명이다.
8월 말 이후 요일별 신규 확진자 추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수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24일부터 9월 20일 사이 요일별 확신자는 목요일이 9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금요일이 871명, 수요일이 856명을 기록했다. 다른 요일은 600~700명대였다.
정부는 현재 상황에 대해 대규모 재유행은 통제하고 있으나 당분간 거리 두기 1단계로 낮추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초기 재유행은 상당히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나 감염 확산이 다수 경로를 통해 폭넓게 나타나는 것을 고려하면 여러 곳에서 잠재적인 환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1단계 조정같이 안정적인 상황으로 가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는 제한이 불가피하며, 강행 시에는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최근 2주간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환자 비중은 25.2%로 여전히 높다.
이날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에서 누적 5명이 감염됐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마트는 지난 16일 개업 축하 모임을 거쳐 누적 6명이 확진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전남 순천에서 200명에 달하는 사람과 접촉한 60대 남성이 처벌받게 됐다. 부산시는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또 순천시는 자가격리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산 북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 최초의 자방자치치단체 간 구상권 청구 사례다.
부산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가족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순천으로 출발했다. 그는 17일 오후 10시께 부산 북구로부터 자가격리 대상 통보를 받았지만,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A씨는 20일 진단검사 후 다음날 확진 통보를 받았다. 함께 순천을 다녀온 A씨의 아내도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순천시에 따르면 A씨는 나흘간 버스터미널, 장례식장, 추모공원 등에서 199명과 접촉했지만, 이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부산 북구와 북구보건소가 A씨가 자가격리를 벗어나 순천에 머문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구는 "담당 공무원이 A씨와 통화하며 '집 대문 앞에 (자가격리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고 말하니 '알겠다'는 답변을 들어 담당 공무원은 집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자가격리자가 휴대전화에 설치해야 하는 위치추적 기능이 장착된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북구는 이에 대해 "A씨가 60세 이상 고령이어서 설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정슬기 기자 /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