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썹 박 소 란 하루치 등짐을 지고 휘우듬 걸음을 옮기는 안산행 막차 문가에 간신히 몸을 기댄 이국의 젊은 연인은 내내 말이 없다 한참을 입술만 잘근대던 남자는 주머니에서 제 부르튼 손을 내어 그늘진 여자의 얼굴을 가만 가만 쓰다듬는다 지도에 없는 먼 데 가난한 땅 한 줄기 젖빛 햇살 같은 손길은 조금씩 영글어가는 여자의 뺨이나 목덜미가 아니라 눈썹에, 검고 허성한 무명의 덤불에 가 닿는다 새벽녘 한 발 한 발 홀로 숲길을 거닐 듯이 거닐고 거닐다 이슬을 머금은 어느 파리한 이파리 앞에 멈춰 오래도록 눈을 주듯이 그래, 이 길을 지나면 여자가 지쳐 잠든 한 채의 오두막이 있고 그 곁 키 큰 야자수 아랜 주린 짐승들 모여 안식의 기도를 올릴지도 모르지 거룩한 하늘이 수놓인 문 앞에 잠시 가슴을 가다듬듯이 마침내 고개를 들어 문을 열듯이 남자의 손길은 세상 그 어떤 밤보다 뜨겁게 일렁이고 아, 나는 두렵다 행여 저것이 사랑이라면 저 처연한 몸짓이 내가 당신에게로 당신이 나에게로 향하는 길이라면 그 길은 언제나 멀고 험해 우리는 자주 걸음을 돌려야 했으므로 벌써 오래 전 셈해 둔 정거장을 저만치 지나친 줄 모르고 마음이 온 힘을 버텨 여기까지 달려 온 줄을 애써 모르고 우리는 우리의 열차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저 낯선 연인은 이대로 그만 길을 잃고 말 참인지 여자의 감은 눈 위로 젖은 바람들 고요히 흩날리고 여기 무진한 숲에서 남자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첫댓글 저 연인의 여행은 목적이 분명치 않아 불안합니다
연인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처연한 느낌도 같이 합니다
그렇게 사랑은 이루어지고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