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축하의 글: 들꽃교회를 추억하며 (경주 나아교회 조영식 목사) ◈
경주 한맘교회에서 목회하는 문동수 목사님이 예가교회 조익표 목사님을 모시고 전국교회를 돌면서 목회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좋은 목회, 멋진 교회를 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문 목사님이 그렇게 전국의 여러 목사님들을 만나고 와서 소감을 말해 주었다. 우리 교단에 생각이 건전하고 나름대로 목회를 열심히 하는 목회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멋있는 분이 있었다고 하면서, 들꽃교회 이기봉 목사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당시의 표현으로는 그분이 숨어 있는 고수(무림의 고수?)같았다고 했다.
그때 내 마음에 이기봉 목사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멋있게 목회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는 누굴까? 어떤 분일까?
멋진교회 모임이 시작되면서 드디어 이기봉 목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외모도 잘 생겼고, 사람을 푸근하게 감싸 안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 같았다. 그 전에 만남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터라 멋진교회 모임은 참으로 좋았다. 그렇게 멋진교회 모임이 만들어지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기봉 목사님이 경주의 문동수 목사님과 양남에 온 적이 있다. ‘걷기피정’중이란 말을 했는데,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도 해보지도 않은 생소한 용어였다. 길을 걸어가면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수행법인 것 같았다. 그때 양남에 와서 우리 부부와의 만남을 가졌는데, 대화 중에 우리 가정에 장애아이가 있다는 말이 나왔고, 목사님은 장애인주일에 목사님 부부가 들꽃교회에 와서 설교해주면 좋겠다는 초청을 하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들꽃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가면서 들꽃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궁금했고, 기대도 컸다. 이름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 같았다.
드디어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한 교회에 도착하니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몇 마리의 개들도 우릴 반겨주었다. 알고 보니 그 개들 중에는 버려진 핏덩이가 성장한 놈도 있었다.
그날 저녁식사를 맛있게 대접받고, 교회에서 준비한 경관이 좋은 숙소에서 우리 가족이 하룻밤을 잘 잤다.(지금도 우리 막내아이는 그 숙소에서 잠을 잔 것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곤 한다.)
그리고 주일예배를 들꽃교회에서 드렸다. 내가 설교를 하고, 아내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간증을 하였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진솔하게 말하니, 교우님들도 따라 울며 공감을 해주었고 감동도 받은 것 같았다.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이런 초청을 받은 적도 없었고,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간증을 한 적도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들꽃교회는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는 좀 특별하다.
목사님의 배려와 넉넉한 마음이 좋았고, 교우들도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 같아 좋아보였다. 들꽃교회라는 이름처럼 그때 만났던 교회, 교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정겹다. 그때 베풀어준 들꽃교회의 사랑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