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평소 친척 처럼 지내는 분이 차에 이상이 있다면서 사무실로 가져 왔습니다. 우리 회사가 장비가 많으니 차도 잘 고칠 것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사실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 피노이 기사들만큼 기계 잘 보는 이들도 드무니까 말입니다. 아우가 엔지니어를 불러 차의 상태를 체크해 보라고 지시하는 것 같더니 금세 에어컨에 문제가 있다며 고쳐 놓겠다고 자신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근디 자들이 승용차까지 잘 볼까나??? 은근히 불안하기도 했지만 나 역시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피노이 엔지니어가 승용차 본넷을 열어 놓고 이것저것 만지는 것 같더니 견적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에어컨 개스 주입에, 일부 부품을 갈아야 한다며 2000 페소짜리 견적을 내밉니다. 얼른 싸인해 보냈습니다.
그런데 해가 다 지도록 수리가 끝나지 않는 겁니다. 첫날이니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이튿날에도 또 견적서를 내 밀었습니다. 콤프레셔가 문제인 것 같으니 새 것으로 갈아야 한답니다. 6000 페소나 되었습니다. 그러라고 했습니다.
부품 ?에 몇 번 다녀 오는 것 같더니 또 하루 해를 보냈습니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라고 했더니 마지막이라며 700 페소짜리 견적서를 또 내 밉니다. 이건 뭐니- 했더니 호스 연결 볼트를 바꿔야 할 것 같답니다. 아무튼 우여 곡절 끝에 3일만에 차 수리가 끝났습니다. 그것도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나서 말입니다.
나는 먼저 퇴근하고 아우가 그 차를 운전해 배달?해 주기로 했는데- 한 밤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는 겁니다. 전화를 해 봤더니 차가 힘이 없어서 사람이 걷는 것 만큼도 속도가 나질 않는 다는 겁니다. 서둘러 집에 있던 차로 나가 봤더니 그만 길 한가운데서 퍼져 있었습니다. 에어컨만 수리하면 된다더니- 뭘 어떻게 건드려 놨는지. 멀쩡하던 차가 수리기간 3일 만에 100세 노인차가 돼 버린 겁니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소비했으면서 말입니다.
차를 수리한 기사 이름을 부르며 ‘빵잇 엔지니어’라며 분통을 터드리는 아우를 보자니 오히려 내가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우린 중장비 회사라지 않았어. 포크레인이나 불도저는 잘 고쳐도 승용차는 힘들지. 긍께 그만 열내.
날 밝은 오늘 아침. 우리 사무실 중장비 기사님?은 햇볕 쨍쨍한 길 한 복판에서 지금도 열심히 차를 고치는 중이랍니다^^ |
출처: 필리핀서 쓴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부싯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