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1
11. 치숙(痴淑)(채만식) 줄거리
아저씨는 일본에 가서 대학도 다녔고 나이가 서른셋이나 되지만, '나'가 보기에는 도무지 철이 들지 않아서 딱하기만 할 뿐이다. 착한 아주머니를 친가로 쫓아 보내고 대학입네 하고 다니다가, 신교육을 받았다는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리고 무슨 사회주의 운동인지를 하다가 감옥살이 5년 만에 풀려났을 때, 아저씨는 이미 피를 토하는 폐병 환자가 되고, 그 동안 아주머니의 시집과 친정은 모두 망한다.
아주머니에게 많은 은혜를 입은 '나'는 아주머니의 뒤를 많이 보아 주면서 아주머니께 여러 차례 개가를 권하기도 하고, 좋은 자리를 소개해 주려고도 하였으나 아주머니는 끝내 거절하였다.
아주머니는 식모살이로 돈 백 원을 모아 단칸방을 마련하고, 감옥에서 나온 그 아무짝에도 쓸모 없게 된 아저씨를 데려다 할 짓 못할 짓 다해서 구완하여 이제 병도 어지간히 나아가지만, 정작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또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고 말한다.
'나'가 보기에, 아저씨는 대학까지 졸업하고도 해 먹을 것은 막노동밖에 없는데, 보통 학교 4년을 다니고도 앞길이 훤히 트인 '나'는 아저씨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저씨는 경제학을 공부했다면서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벌어서 아주머니에게 은혜를 갚을 생각은 않고, 남의 재산 뺏어다 나누어 먹자는 불한당질을 또 하겠다니 분명 헛공부한 게 틀림없다. '나'가 친정살이하던 아주머니 손에 자라서 그 은공으로, 아저씨를 딱하게 여겨 정신 좀 차리라고 당부를 해도 아저씨는 도무지 막무가내다. 일본인 주인의 눈에 들어 일본 여자에게 장가들어 잘살겠다는 '나'를 도리어 딱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가 보기에 아저씨는 도통 세상 물정도 모르는, 참 한심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동아일보>(1937)
핵심 정리
갈래 : 풍자소설. 고발소설
배경 : 시대(일제 강점기). 공간(도회지, 군산→서울).
사회(이념이 대립하는 사회). 심리(역설적 심리 상태)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전지적 작가 시점의 효과를 냄)
어조 : 풍자적 어조
인물 유형 : 평면적 인물. 개성적 인물
수사 : 생략. 문답. 억양. 도치. 반복 등
문체 : 풍자적. 반어적. 독백체. 비어와 속어가 쓰인 대화적 문체.
기법 : 칭찬 - 비난의 역전(반어적) 기법(표현은 비난, 심층엔 긍정)
구성 : 역순행적 구성
주제 : 일제강점기의 현실 적응적 생활관과 사회주의 사상적 삶의 방식과의 갈등.
지식인이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사회적 모순과 노예적 삶의 비판
의의 : 풍자의 심층화를 통해 식민지 사회의 병리적인 현상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함.
등장 인물
나 : 화자. 일본인 상점의 점원으로서 현실에 만족하는 인물로 일제에 동화되어 가겠다고 생각함
아저씨 : 사회주의를 하다가 옥살이를 하고 이제는 병이 들어서 폐인이 되다시피 한 지식인으로서 일제하에서 무기력함.
이해와 감상
1938년 동아일보에 실린 작품으로, 일제 강점하에 사회주의 활동을 한 아저씨를 풍자적으로 희화화(戱畵化)하면서 체제에 순응하여 일본인이 되고자 하는 어린 조카의 독백으로 된 소설이다. 여기서 치숙(痴叔)이란 ‘어리석은 아저씨’라는 뜻이다.
“치숙”은 1인칭 주인공인 소년이 혼자서 이야기를 지껄이는 형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일본 군국주의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경제적 수탈과 정치적․문화적 탄압을 서슴지 않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자조와 비판을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풍자를 주조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칭찬비난의 역전 기법’으로 사상의 자유 로운 토론을 금지하는 일제의 강압 통치를 조롱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 소설은 이중의 풍자성을 지닌다고 했는데, 이 말은 풍자하는 주체와 풍자되는 대상을 함께 조롱한다는 의미이다.
즉, 소설 “치숙”은 표면상으로는 긍정적인 인물로 ‘나’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현실에 야합하는 ‘나’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논리를 명쾌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아저씨’의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작가는 ‘나’에 대한 칭찬과 ‘아저씨’를 향한 비난을 결말에 가서 상호 역전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인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주의 이상을 철저히 추구하지 못하는 ‘아저씨’와 한 소년을 철저하게 우민 화(愚民化) 시키는 일제(日帝)를 동시에 부정함으로써 결국 모든 것을 부정하는 수준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한 풍자의 이야기 속에서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가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덧붙여 이 작품의 구성상 특징은 1인칭 소년 주인공이 혼자 이야기를 지껄이는 넋두리의 형식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극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기존 소설과는 판이하게 구별된다. 그러나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풍자하려고 할 때에는 오히려 이런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