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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날에는 걷지 않고 쉬었다.
우리는 아침을 차려 먹기 위해 주위의 마트로 갔고, 도중에 나는 마트 대신 조개 공원으로 갔다. 조개 공원으로 향하며, 아저씨를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자 하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조개 공원이 보였다.
나는 가볍게 심호흡하며 조개 공원으로 꺾어 들어갔고, 조개 공원에는 아저씨가 없었다. 나는 잠시 조개 공원을 둘러보다가, 오늘은 금방 돌아왔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자, 아직 아이눌은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방 열쇠는 아이눌이 가지고 있어서,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다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 인사드렸다. 그리고 더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눌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이눌은 간단한 채소와 커피, 그리고 계란을 가져왔는데, 계란 한 판이 삼무곡에서 쓰는 크기였다.
“There has only big one.”
숙소로 돌아와 아이눌이 장을 봐 온 것들을 살펴보니, 호박과 당근이 있었다. 그 외 내가 들고 다니던 양파와 버섯 등을 생각했을 때, 호박전과 계란말이를 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아이눌에게 아침은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잡곡을 불려 놓은 뒤, 시간이 좀 되었을 때 계란을 풀어 썬 호박을 담가 호박전을 구웠고, 이후 남은 계란에 당근과 양파를 썰어 넣어서 계란말이를 했다. 조미료와 간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그럴듯한 식사가 준비되었다.
그동안 아이눌은 옆에서 커피를 끓여 주었다. 아이눌은 내가 준비한 식사를 보고 감탄하며, 밖에 테이블에서 먹지 않겠냐고 제의했다. 이에 나는 알겠다고 했고, 밥과 반찬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에 주인 할아버지는 테이블에서 먹을 거라면 잠시 기다리라 하시고는, 걸레로 테이블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테이블에 수저와 접시를 놓고, 우리는 식사를 했다. 식사하는 도중에 아이눌이 앉아 있던 벤치가 부러져서, 옆에 테이블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는 아이눌이 해주었다. 나는 아이눌이 설거지를 끝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후 산책을 나섰다. 다시 한번 조개 아저씨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펜션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 내내 이렇듯 남는 시간에는 숙소 안에서 지내느라 지루했는데, 이렇게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나는 숙소의 그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숙소 풍경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봄이라 해도 좋을 만큼 따뜻했다. 나는 그곳에 편히 앉아 있었다.
‘어떻게 아이눌에게 감사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가장 잘 대하는 방법일까. 자꾸만 망각 되곤 했지만, 그때마다 떠올렸다. 저 존재가 나의 스승이라고. 그리고 나의 뜻이 아니라, 스승의 뜻대로 하자고.
그러던 중 문득 마당에 골프를 할 수 있는 채와 공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것이라면 같이 잘 즐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나는 아이눌에게 같이 골프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골프를 하게 되었는데, 뭔가 내가 느끼기로는 아이눌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를 어떻게 띄울지 알 수 없어서, 그냥 계속 게임을 했다. 아이눌은 나보다 골프를 잘했고, 그렇게 잠깐의 게임도 마무리 되었다.
펜션 주인 할아버지가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우리는 빨래를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아이눌이 자신이 좋아하는 오리 요리를 해주겠다고 해서, 우리는 재료를 사기 위해 버스를 타고 하나로 마트로 향했다. 버스를 탈 때는 나도 내 카드를 사용했다. 도중에 아이눌의 카드가 먹지 않아서, 아이눌의 것까지도 대신 해주었다.
하나로 마트에 도착해서는 아이눌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샀다. 도중에 내게 물어보기도 하고, 나는 아이눌이 장을 보는 것을 영상으로 찍기도 했다. 아이눌은 여러 채소와 오리고기, 올리브유 등을 샀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조개 공원에 어떤 한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다. 조개 아저씨였다.
“Oh, Aynul it’s him!”
“Who?”
“The seashell man.”
우리는 그 길로 조개 공원으로 갔다. 나는 다시 한번 어떤 모습으로 아저씨를 만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는 어떤 사람일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이 그저 갔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그렇게 아저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신산리에는 조개 나라가 있어~”
“조개 공원?”
“어디서 왔어요?”
“아 저 대전 사람입니다.”
“대전 가면 친구들한테 제주도 가면 신산리에 조개 공원 가보라 그래. 이거 다 만드는 데 10원도 안 들였어. 다 내가 제주에서 주워서 만든 거야.”
그리고 아저씨는 당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셨다. 당신이 본래 성남 사람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이재명을 잘 안다고, 한 번은 이재명을 만나러 가려 했는데, 친구가 말려서 안 갔다고. 만약 그때 갔으면, 가만 안 뒀다고.
“또 한번은 어디 대통령 연설하는 데 초청받아서 갔는데, 글쎄 거기 안내원이 vip시라고, 맨 앞줄로 가라는 거야? 근데 맨 앞줄은 대통령이랑 악수하는 자리잖아. 아우 난 그런 거 싫어. 그래서 안 간다고 했는데, 지정석이라고. 하여튼 내가 기술자잖아. 또 박근혜 대통령 때 내가, 원래 사람들이 대통령 앞에서는 이렇게, 구십도로 딱 하잖아? 근데 거기서 나만 뻣뻣이 있었지. 다들 칠십 살 팔십 살 그럴 때 오십 살에 내가. 하하. 그런데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켜가지고, 어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을. 그런데 자네는 나 몰라? 교수를 모르나? 어유 대한민국에 하늘 같은 교수인데~”
정신이 없었다. 나는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에 가볍게 맞장구만 쳐가며, 점차 아저씨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아지고, 그 모습으로 내 안에 고착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저씨의 어떤 모습을 놓치는 것은 아닐지, 내가 아저씨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도, 이미 기운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아저씨와의 만남이 이런 만남이 될 줄은 몰랐고, 도저히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하여튼 그 얘기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거나 제주도에는 조개 공원이 있다. 이거 돈 십 푼도 안 들이고 만든 거야. 돈은 이미 다 나라를 위해 써버렸거든. 아유, 하여튼 이제 나는 가야겠다.”
“안녕히 가세요.”
“어, 잘 가.”
그렇게 아저씨는 저 멀리 가버렸다. 나는 아이눌과 같이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눌은 내게 후련하냐고, 잘 만났냐고 물었고, 나는 억지로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슴이 후련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따라가 붙잡고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널은 뒤, 나는 잡곡을 씻어 불려 놓았다. 그리고 쌀이 부는 동안, 잠시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다시 한번 조개 공원에 가보았지만, 아저씨는 이미 가고 없었다. 나는 잠시 조개 공원을 둘러보다가, 조개 공원을 넘어 바다 앞 자연석 지대로 내려갔다. 새까만 현무암이 널려 있는 지대에 들어가, 혼자 노래를 부르고, 북도 치고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오자, 아이눌은 채소를 썰어 볶고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아이눌이 요리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스멀스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배가 고팠다. 아이눌은 느긋하게 채소를 볶았고, 이후 채소를 건져낸 뒤 팬에 고기를 넣고 볶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채소도 다시 팬으로 올린 뒤, 식탁을 배치하고 밥을 퍼서 밥을 먹었다.
이미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에 잔뜩 배가 고파져 있었기에, 아이눌이 차려준 식사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이눌의 요리는 정말 훌륭했다. 너무나 맛있었고, 연신 감탄사가 나왔다.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는 내가 했다.
그렇게 설거지마저 마친 이후, 나는 다시 마음이 편치 않은 심정에서 노트를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도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 건지,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때론 가슴이 답답했고, 성이 나기도 했다.
‘선택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인생은 절대 안전이다.’
‘자력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온전히 내어 맡겨라.’
어째서 말이 다른 겁니까. 자기 주도적으로, 제 삶의 주권이 저에게 있음을 잊지 말라 그러셨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 무엇 하나 스스로의 생각으로 하지 말라 그러십니까. 제발, 저에게 답을 주십시오.
“네가 자력으로 하는 게 뭐냐.”
관계를 가지거나, 폰을 보기도 하고, 씻고, 양치하고….
“너는 그것을 왜 하느냐.”
폰 보면 재미있고, 씻어야 하니까 씻고, 양치 안 하면 입냄새 나니까, 불편하니까, 해야 될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하지요. 왜요. 설마 이게 다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시게요? 아니, 솔직히 뭐 그렇다 쳐도,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예? 뭘 할 때마다 제가 일일이 묻고, 해야 돼요? 에이, 솔직히 이번 여행에서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제가 뭘 알고 하겠습니까? 이게 다 알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이거 참 모순이에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데요. 전부 다. 한도 그렇고, 깨달음도 그렇고, 다. 그런데 있잖아요, 그렇게 하래요. 사실은요, 그냥 잘 모르겠어도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고요. 졸업 여행이라고 해서, 뭔가 그럴싸하게 갖춰져서 온 게 아니라고요. 그냥 겉만 번지르르하지, 사실 속은 그냥 똑같아요.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아니, 그냥, 뭐 그래서 어쩌라고요. 예? 뭐 어쩌라고요. 아니 뭘 어째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뭐를 어떻게 하라는 말인 건지. 저요. 빨리 그냥 끝내고 싶어요. 그런데요. 대충 그냥 돌아가기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어요. 아니…,
“그런 너 또한 내려놓아라.”
아하하하. 싫다. 전 아마 끝까지 지키려 들걸요? 전, 분명히 끝까지 지키려 들 거예요. 어떻게든. 무엇을 지키냐고요? 모든 것. 모든 것이요. 아마, 저는 절대로 놓지 않을 거예요….
아무것도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되질 않아요. 왜죠? 뭐죠? 와우. 내게는 타인이 바로 가장 큰 억압인 듯합니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지? 두려워서?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라. 해라.
“떠나라. 지금 길을 나서라.”
너는 뭘 원하니? 네가 원하는 게 뭐니? 네가 원하는 게 정말 그거니? 나는 의심이 가. 믿지 못하겠어. 왜 너는 그러길 원해? 그거는 나쁜 짓 아냐? 그리고 내 물건도 잃고, 그도 놀라고, 상처받고, 모든 게 다 나빠질 거야. 왜 내가 그래야 하는데? 야, 나는, 어쨌든 잘 살 거야. 그러지 않아도 뭔가 방법이 있겠지. 애초에, 너 맞아? 왜 그런 모습으로 온 거야. 너, 아닌 거 아냐? 이상하잖아, 너무. 뭐 하자는 건데. 그는 이해해 주지 않을 거야. 미안한 짓이라구.
글을 쓰던 중, 문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길을 나서라.”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떨쳐내고 어둑한 이 시간에 길을 나서는 것. 내 마음이,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성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이눌은 당황할 거고, 아직도 많이 남은 식료품을 아이눌은 챙길 수 없을 것이고,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할 것이고, 내일 아침에 먹기 위해 많이 해놓은 밥은 남게 될 것이며,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분류하기로 해놓았던 것도 아이눌 혼자서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을 따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두룩했고, 또 수없이도 더 댈 수 있었다. 반면에 그 마음을 따를 이유는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냥 자고 싶었다. 오늘 하루도 잠을 자고, 내일도 아이눌과 같이 여행을 계속하고 싶었다. 혹은 그저 지금 주어진 선택지를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의해,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선택하라.”
글을 쓰다가 머리를 파묻고 고민하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다가, 다시 글을 쓰기도 했다. 정말 이뿐입니까.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더 해주십시오. 제가 선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십시오. 아니, 애초에 당신이 내는 목소리가 맞는 겁니까. 이것이 정말 당신의 뜻입니까.
하지만 더 이상의 답은 없었다. 그저 단 한 가지, “떠나라.” 이 말뿐이었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지금이, 바로 그 선택의 순간일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거의 자포자기 하였다. 나는 내 마음의 소리가 점차 옅어질 때까지도 계속해서 고뇌하고, 망설였다. 끊임없이 물었지만, 더 이상의 말씀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Aynul.”
“Yeah.”
“…I’m gonna go.”
아이눌은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 불편한 게 있는지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굿 윌 헌팅 식으로 얘기하자면, 저기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고, 그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가겠다고 답했다. 이에 아이눌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이렇게 말했다.
“So you want a new travel. Sure. Anything you need help?”
그 말을 듣자,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필요한 도움은 없다고 답했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스스로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이 어색하게 여겨졌다. 아니, 눈물이 나야만 할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는.
아이눌은 내가 준비가 끝나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Let’s take our last scene.”
그 말을 듣자, 눈물이 났다. 우리는 여러 인사의 말을 나눈 후, 나는 어색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레드 피아노를 나와,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서애 가슴이 아파왔고, 미칠 듯 서러웠다. 아이눌과 함께 여행한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즐거웠던 추억들이 기억났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러나 돌이켜보니 정말 소중했던 순간들이.
아이눌과 심심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좋아하는 영화, 자동차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순간, 아이눌이 식사를 차려주었던 기억, 함께 티타임을 가지고, 영상을 찍었던 장면들.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소중한 순간이었다. 아이눌은 언제나 좋다고, 훌륭하다고 말해왔다. 정작 그 말들로는, 그런 시간들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나였다. 달리 더 무엇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당장에 주어진 행복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것이 정말 소중한지를 몰랐다.
“…왜 이제야 아는 거야… 왜….”
너무나 미안했고, 가슴이 아팠다. ‘다시 한번 함께한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 텐데.’ 정작 중요한 건 조개 아저씨 같은 게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는 이 여행 중에 가장 가까운 곳에, 너무나 가깝고,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가 되어, 누구도 듣지 않고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울부짖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길을 가다가, 문득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아이눌에게로 돌아갈까.’
나는 길가에 앉아 한라봉을 까먹으며 생각했다. 나의 선택을 번복하는 것이 맞는가. 그것은 분명 줏대 없는 짓이었지만, 나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 길에는 어떠한 확신도 없었다. 단지 내 길을 내가 선택하였을 뿐이었다.
잠시간 내가 떠나온 길은 거리가 제법 되었고, 그 길을 되돌아 가는 동안에 나는 생각 속에서 수도 없이 아이눌을 만났다. 그리고 사과했다. ‘내가 소중함을 잘 알지 못했다’, ‘이런 나라도, 함께 여행해도 되겠냐.’
그렇게 다시 레드 피아노 숙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나갔다가, 이내 선택을 후회하고 다시 선택하여 되돌아온 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도 망상이나 해대는, 답 없는 놈이었다. ‘정말 배우려면 한참 남았구나.’ 하지만, 그래도 나는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Wow. Your back. Mind chang?”
“…yeah.”
“Welcome back. Come on in.”
나는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눌은 어째서 마음이 변했는지 물어보았고, 나는 어정쩡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답했다.
“I’m happy your back.”
나는 그런 아이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삼배의 예를 올렸다. 나는 이 순간에 벅차오른다거나, 아이눌이 나의 스승이구나 하고 깨닫는다거나, 아니면 앞으로 오로지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그런 경건한 마음이 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에서 삼배를 올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짧았던 모험에서 정말로 소중하여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했고, 또한 그 앞에 어리석고 모자란 나를 마주했다. 이것은 그 어리석은 내가, 스승께 올리는 절이었다. 스승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는 존재.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었지만, 그 불확실 속에서 나는 그리 하기로 선택하였다.
“선택하라! 네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미 모든 것은 준비된 채로 너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괜찮다. 항상 네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라. 그러면 세상은 네게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