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5일 날씨 구름 잔뜩 끼였으나 내 마음엔 햇살
오늘 올 거란 생각도 못했는데,
오전 10시에 집으로 들이닥친 시집 박스
우체부는 3층 계단을 두 번이나 왕복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인의 수고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첫 시집을 손에 쥐고서 울컥 눈물을 쏟았다.
18살 허접데기 글을 50편 모아 출판사에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출판사에서는 글이 너무 어둡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사실 시도 아닌 쓰레기였기에 그리 돌려 말했으리라.
그 시절 나는 뜨거웠다. 내가 한그루 나무라면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내 유년은
아픔과 상처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나는 봄 없이 계절을 건너뛰어 여름에 서있었다.
가슴에 상처의 흔적이 된 옹이들이 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19살 순천 사람의 깊이에서 주최한 시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수강을 하며
시가 무엇인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20대 설익은 시들을 묶어 출판사에 한 번 보낸 적이 있다.
돌아온 건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시인 그냥 시인이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
역사에 남을 시인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대기만성의 자세로
무려 25년 갈고닦았다. 시를 배우기 위해 흑산도 홍어잡이 배를 탔고
시를 배우기 위해 직업을 수십 번 바꾸며 많은 경험을 했다.
물론 사랑도 목숨 걸고 했다. 내 기다림은 수평선처럼 끝 보이지 않았다.
내 그리움은 우주보다 깊었다.
나는 드디어 오늘 46세가 되어 내가 나에게 내가 쓴 시집을 선물해 주었다.
첫 시집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25년이 걸렸다.
내가 무능한 탓일까? 내가 어리석어 더딘 탓일까? 아니 절대 아니다.
나는 고마워서 뜨겁게 울었다.
홍어 배를 타러 갔던 19살의 준한이에게 고맙다고 46의 준한이가 펑펑 울었다.
이제 나는 더 큰 꿈을 꾼다. 나는 그 꿈도 반드시 이룰 거다.
왜냐 나는 시에 목숨 건 놈이니까.
첫댓글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네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쓰고 문운이 함께 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