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애들아 김 명 기
기다리는 누군가가 오지 않는 연립주택 계단 노란 원추리 닮은 계집아이 셋 마른 라면을 부숴 먹으며 앉아 있다. 학원 갔다 오는 길이냐고 심심한 말을 붙였더니 우리는 가난해서 공부방 다닌다며 깔깔대고 웃는다. 단단한 벽 위에 제 몸을 밀어 넣지 못해 기어이 구부러지는 못 같은 그 말, 큰소리로 웃을 일인가 싶어 유독 크게 웃는 아이에게 네가 셋 중 제일 예쁘다 했더니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한사코 친구들이 더 예쁘다고 손짓을 한다. 그 곁에 생각 없이 웃고 선 내게 라면 봉지 든 아이가 해초롬한 눈망울을 굴리며 걔가 제일 예쁘고, 옆에 아인 공부를 제일 잘하고, 오독오독 씹던 라면을 삼키고서 달리기는 셋 중 자기가 제일이라고… 참으로 면구스러운 순간. 수없이 나누고 편 가르는 세상에서 가난해 학원도 못 다니는 이 아이들 그렇게 갈라진 사람들을 엮어 공평무사한 책 한 권 만들며 한나절 놀고 있는 것이다. |
첫댓글 아 너무 순수해서 눈물이 납니다
더럽고 편가르는 세상에서 새싹처럼 맑은 아이들이 천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