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김 정 민 뒤꼍의 대나무 뿌리 구들장을 장악하고 들락날락 바람이 돌쩌귀 빠진 문짝을 열고 닫던 집 임종도 없이 죽어버린 괘종시계를 떼 내고 포클레인 버킷을 들어 올려 장승처럼 지켜선 용마루를 누른다 꿈 버무렸던 흙벽도, 서까래도 병색 짙은 신음처럼 무너진다 게으른 골목 깨우던 워낭소리 쪽마루에 걸쳐두고 뻐꾹 소리에 피곤 달래던 아버지의 그림자 기와, 연목, 대들보에 매달려 버팅기다 내처진다 ‘원룸 두 동 지으면 끝내주겠다’ 평평하게 땅을 고른 포크레인 남자의 말끝에 언뜻, 오빠 얼굴에 미소가 번졌던가 마당가에 쪼그린 아버지, 엄동설한에 어디로 가시나요 이승과 저승을 잇는 속울음 뿌연 먼지 속에 구덩이를 파는데 |
첫댓글 옆지기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집을 이십여년 전에 팔고 이 아파트를 사고 왔지요
그 집은 다 밀어 버려고 그곳에 요양원 짓는다고 하더니 아직도 빈터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한참 집값이 상승했을 무렵 욕심을 내더니 뭐가 잘못됐는지 세월만 흐르고
고향집은 간곳도 없이 묵정밭이 되었네요
사람은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진하면서 살아야 후회가 없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