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첫 일요일 따비입니다. 저녁 8시 청계천으로 들어서니
가로등이 도로를 환하게 비추는 가운데, 굴다리속은 어둠이 짙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며, 옅은 불빛 사이로 줄이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한 보살님은 등에 짐을 지고 양 손에도 조그마한 백을 들고 굴다리에
들어섭니다. 여성노숙자들은 한 번 움직이면 짐을 모두 들고 나옵니다.
다리가 불편한 한 거사님은 걸음이 기우뚱거려 등에 진 가방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삶의 무게가 사람마다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이 분들을 생각하면 내등에 진
짐이 가볍게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늘은 바나나 280개, 백설기 250개, 둘굴레와 커피 각 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바나나는 2개씩 포장했는데, 낮부터 운경행님과 제영법사가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백설기는 오리털 침낭으로 싸두어서
저녁에도 따끈한 기운이 살아있습니다.
오늘 보살행을 하신 분은 퇴현 전재성 박사, 보리 호원순님, 운경행 홍인숙님,
그리고 을지로 봉사단 해룡거사님, 백발거사님과 병순거사님입니다.
봉사단중 해룡거사님과 백발거사님에게는 수요일 만든 반찬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100여명의 거사님과 보살님들이 오셨습니다. 날이 쌀쌀한 가운데
여러 거사님들이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 모든 감사의 말씀을 묵묵히
무주상보시를 실천해주신 작은손길 회원님들께 돌립니다.
보시를 행하는 사람과 보시를 받는 사람이 아무 조건없이 마음을 나누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어려운 것은 물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는 사람이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랜 세월 내려온 우리
불교의 전통 속에는 역대 여러 선지식들과 많은 이름없는 불자들이 실천해온
무주상보시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보시가 아직 멈추지 않는 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 이 분들이 이어온 무주상보시의 전통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시방삼세 불보살님들께 합장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첫댓글 제영법사는 이번 겨울에 을지로거사님들께 팥죽을 대접할 원을 세웠습니다.
우리가 받은 쌀 중에 팥이 한 40킬로 있어서 입니다.
진정으로 어려운 것은 주는 사람이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말씀을 되새기게 됩니다
어렵고 아픈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지 않도록 나부터 애쓰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