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유지
비벼댈 언덕이 없다
비참한 꼴 더 보기전에
유서라도 한자 쓰고
지옥에라도 떨어지고 싶다
*비비유지 [比比有之].어떤 일이나 현상 따위가 흔히 있음
백태명의 고전 성독
강홍중의 <동사록 東槎錄> ‘문견총록’에 따르면 일본은 동아시아문명권에서 선비가 하는 일을 승려가 대신했다. 승려는 고기 먹고 처를 거느리는 대처승이 주를 이루니 일반인과 그리 다르지 않아 사상의 심화를 가져오기 어려웠다. 일본은 지세와 기후가 험악해 농사일이 잘 안 돼서 먹을 것이 부족했다. 군인이 되면 배불리 먹을 수 있어 군인 되기를 선호했다. 종교적인 깊이가 얕고 군인으로 살아가기 유리하니 근원에 대한 탐구와 반성적인 사고가 많이 모자라 철학을 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농민이 건방지게 굴면 무사가 칼을 빼서 처단할 수 있었다. 조선에서는 집에서 부리던 종이 아버지를 죽였어도 사사로이 복수할 수 없고 관가에 고변해 재판을 했다. 강홍중의 사행 길에 관찰한 일본의 형벌은 가혹하고 잔인하다. 과학수사가 도입되기 전에는 어디서든 혹독한 심문을 했겠으나 그 양상이 기괴스럽다. 풍속은 윗사람을 두려워해 예모를 차리고 공경하나 조그만 실수에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보았다.
其刑法則有罪者(기형법즉유죄자)에게 : 형법(刑法)은, 죄가 있는 자에게
或削杖爲錐以刺其臀(혹삭장위추이자기둔)하고 : 혹 막대를 깎아서 송곳을 만들어 궁둥이를 찌르고,
或飮以數桶之水(혹음이수통지수)하여 : 혹 몇 통의 물을 먹여서
仰臥地上(앙와지상)하여 : 땅 위에 눕히고
以長板置其腹(이장판치기복)하여 : 배에 긴 널빤지를 놓아
兩人壓其兩端(량인압기양단)하여 : 두 사람이 양 끝을 눌러서,
期於得情(기어득정)이라 : 기어코 정황(情況)을 밝힌다.
或烹或斬(혹팽혹참)하고 : 혹은 삶아 죽이거나 목 베어 죽이고
或生懸於十字豎木上張其四肢(혹생현어십자수목상장기사지)하고:혹 산사람을 ‘십자’로 세운 나무위에 사지를펴서 달아매고
以亂鎗刺其兩腋(이난창자기량액)하여 : 양 겨드랑이를 마구 창으로 찔러서
死猶不去(사유불거)하고 : 죽어도 오히려 치우지 않고
以待朽滅(이대후멸)한데 : 썩어 없어지도록 기다리는데
往來之路(왕래지로)에 :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로에
比比有之(비비유지)라 : 그런 장면이 빈번하게 있더라.
其俗尙則不知文不知禮(기속상즉부지문부지례)하나 : 풍속에 숭상하는 것은 글도 모르고 예절도 모르나,
而名分一定(이명분일정)이면 : 명분(名分)이 한 번 정해지면
則上下截然(즉상하절연)하여 : 위아래의 구별이 엄절하여
禮貌甚恭(례모심공)하고 : 예모가 매우 공손하고,
敬畏遵奉(경외준봉)에 : 윗사람을 두려워하며 공경하여 받드는데
不敢怠忽(불감태홀)이라 : 감히 게을리 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蓋以少有所失(개이소유소실)하면 : 아마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必至於死也(필지어사야)리라 : 반드시 죽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08-15 11: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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