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을 사랑함에
- '인간 승리'라는 말은 그 인간이 처해 있는 사회적 환경과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상황이 지극히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사람은 극복이라는 말을 쓰기를 거부했다. 1급 시각장애인인 전제덕, 그는 하모니카에 매진(邁進)하는 것은 극복이 아니라 성취를 향한 것이라고 했다. 그 불편을 어떻게 극복하나… 절박함에 악착같이 음악만 매진할 뿐이라는 그는 생후 보름 만에 시력을 잃었다. 열이 43도까지 오르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눈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뒤에야 병원마다 찾아다녔고, 치료가 되지 않자 무당을 불러 굿도 했다. 평생 아들의 실명(失明)을 자책했던 그의 어머니는 2007년 간암으로 작고했다.
전제덕, 완전 실명인 그를 간단하게 요약한다. 평생 기도한 엄마 고열로 실명한 날 두고 자책하며 병원 찾아다니고 굿 하고… 별짓 다하는 걸 의사가 말려 "얜 12년 밖에 못 삽니다" 다섯 살, 앞날이 캄캄 길 가다 나무에 부딪혀도 누구나 그런 줄 알았는데 친구들만 나 모르게 깔깔… 나만 다르단 걸 처음 알아 하모니카는 내 운명 김덕수 사물놀이패 시절 택시 안에서 우연히 들은 처연한 하모니카 발라드… 아이폰으로 강의 듣고 배워안마시술소서 접을 뻔한 꿈 졸업 후 돈 벌 일이 없더라 술 취한 손님이 욕하면 열불이 터져 싸우고 맞고… 음악하려 이 악물고 일해내 꿈은 '오디오 아티스트' 내달 60인조 오케스트라와 예술의 전당서 클래식 협연 세상 모든 소리를 배경으로 하모니카 독주를 꿈꾼다.
탈출기에 담긴 이스라엘 사람들의 탈출과 해방은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의탁한 눈물 겨운 여정이었다. 40여년에 걸친 여정은 이끄시는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에의 열망의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세가 이끌었던 출애굽이 어디 쉬운 일이었던가? 끊임없이 불평을 하고 이집트에서 먹던 수박과 고기반찬이 그리워서 돌아가려하지 않던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던 모세라는 불세출의 거인이 영도하는 기나긴 40년의 방랑생활 끝에 약속의 땅에 다다른다.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의 큰 사랑이 가득한 탈출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을 준다. 그분의 뜻에 순명하며 한 치의 그르침 없도록 자신을 채찍질을 하며 이스라엘의 끝없는 불순명을 다독이며 이끌어 온 모세의 헌신이 대하소설을 읽듯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홍해를 건넜다는 것은 바로 어제까지의 구태에 절었던 생활에서 새로운 삶으로 탈출하는 것이며 죄의 역사에서 하느님이 마련해 주시는 구원의 세계로 들어감이 아닌가?
인간이란 주어진 환경이 힘들다고 쉽사리 포기하고 마는 어리석은 존재이다. 전제덕, 그는 인간 존재에서 가장 불우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시력을 잃는다는 것만큼 악조건이 있던가? 그러나 그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시력을 잃으면 다른 감각이 발달한다고 한다. 그에게는 청력, 듣는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남달리 발달했다. 특출한 재능과 의욕에 앞서야 하는 것은 성실한 노력이다. 그는 열심히 노력했다. 그가 하모니카를 처음 잡았을 때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하모니카가 한 달 만에 고장이 나서 못 쓰게 됐다거나, CD 한장을 1000번 이상 듣다 보니 CD가 망가져 더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는 음악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정직하게 세상을 바라볼 줄을 알고 있다. 성공한 장애인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은 장애가 아니다. 단지…단지 불편할 뿐이다, 그거죠?" 저는 그거 모두 개소리라고 생각해요. 불편한 건 불편한 거고, 어려운 건 어려운 거예요. 장애를 극복한다고 하는데, 극복이란 단어도 싫어요. 뭘 극복해요? 장애를 어떻게 이겨내? 장애는 불편한 거고 극복이 안 되는 거예요. 그걸 인정해야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사람들이 제 손을 꼭 잡으면서 '아이고, 눈이 안 보이는 게 오히려 낫지. 세상에 얼마나 지저분한 꼴이 많은 줄 아느냐' 이렇게 말하는데, 젠장, '당신이 지금 당장 눈이 멀어 보시오. 그러면 지저분한 꼴 타령할 것 같아?' 이렇게 쏘아붙이고 싶어요.
마음의 눈인 영안(靈眼)을 떠라? 웃기는 소리예요. 두 눈 다 보이는 사람들이 눈먼 놈한테 영안 어쩌고가 할 소리냐고요. 연주가 좋았으면 '연주 잘 들었다'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럼 '장애를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의도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기자들이 그렇게 포장하기도 하겠지요. 장애인이라고 하면 신문·방송에서 전부 성자(聖者)처럼, 헬렌 켈러처럼 만드는 게 못마땅해요.
'더러운 세상 안 보니 좋겠다'는 말은, 장애를 완전히 대상화하고 타자화(他者化)하는 거죠. 장애인들에겐 아주 모욕적인 말이에요. 나는 장애를 극복한 게 아니라 절박함으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안 돼요. 침술, 안마, 피아노 조율, 맹학교 선생, 그리고 잘 되면 목사예요. 음악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절박함이 내게 있었어요."그냥 보이는 대로 자신을 평가해 달라고 하는 그의 말이 정직하다 그래서 그가 좋다.
―어떤 연주를 해보고 싶은가요. "지금껏 대중음악에서 하지 못했던 시도를 하고 싶어요. 좀 뜬구름 잡는 얘기 같은데, 이 세상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음악은 반주를 뒤에 깔고 솔로 악기나 노래가 앞에 나서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것처럼 사람들이 떠들고 그릇이 부딪치고 걸어가고 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하모니카 솔로를 해보고 싶어요.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했듯이, 오디오 아트를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많은 삶들은 그를 일러 성취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그가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의 꿈은 멀었다. ―지금까지 잘 살아온 편이라고 자평(自評)합니까." 그런 편이죠."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내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악착같았다는 생각을 해요. 경우의 수가 많으면 생각도 많아지잖아요. 내 인생은 '이것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뿐이었어요. 나는 음악과 나의 장애를 바꾸지 않았어요. 내 장애는 장애이고, 음악은 음악대로 최고가 되고 싶었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박하고도 합당한 이유가, 나를 오늘까지 끌고 왔어요." 오로지 음악만이 그의 삶에서 절박하고도 합당한 이유였다. 다섯 살 때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안 그는, 결국 친구들과 다른 사람이 됐다. 그가 이루어낸 세계는 대단하다. 그가 하모니카를 불어 인생이란 화로를 쉬지 않고 풀무질했기 때문이었다.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는 언제나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아름다운 영화나 감동적인 그 어떤 소설보다도. 그것은 한 인간이 살아온 인생역정의 생생한 체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Homo est Viator. 인간이란 걸어가고 있는 존재이다.’ 사람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면서 길 위에 있는 존재라 할 수 있다. 1급 시각장애인 전제덕, 그는 아직도 그의 꿈을 다 펼치지 못한 길 위의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껏 살아온 그대로 그는 오늘도 열심히 하모니카를 불 것이며 6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하모니카 주자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는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했듯이, 오디오 아트를 해보려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제덕과 이웃하며 사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너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라’ 고 눈으로 보여주시는 것이 아닐까?
세상을 어영부영하며 살기에 이 세상은 너무 아름답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걸판지게 살아보라고 주신 선물이다 세상은.
후후 통신 성경 숙제를 이렇게 했지요.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주어진 질문은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과 해방의 사건을 오늘 나와 가정, 공동체, 사회에 비추어 보고, 인간승리에 관련된 글이나 그림, 사진을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려 붙이고 설명해 보십시오. 점수야 채점자께서 할 일이고, 제 글을 읽어 주신 분에게 또 다른 채점을 받아볼까 해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채점 후하게 주시길(더운데 공부하느라 죽을 맛입니다. 그래서 이런 꾀를 내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