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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만화 <식객>을 통해서 음식에 대한 감식안을 충분히 보여준 저자가 선택한 맛집들을 소개하는 내용의 책이다. ‘백반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종편에서 방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나의 TV 채널에는 해당 종편이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을 단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물론 앞으로도 해당 프로그램은 볼 생각이 전혀 없으며, 단지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찾았던 맛집들을 대신 훑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각 지역에 있는 맛집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목에는 ‘백반 기행’이라고 붙여져 있으나, 소개된 맛집들은 백반만이 아니라 다양한 안주와 음식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내 입맛에 맞는 ‘맛집 리스트’를 가지고 있고,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리스트에 있는 맛집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님과 함께 갈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하는데, 식단이다 음식의 맛이 나의 취향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자주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서울이다 보니, 이 책에 소개된 맛집들 가운데 서울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이나 혹은 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리스트가 적지 않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충무로를 위시하여 서울 전역에서 저자의 취향에 따른 맛집이 모두 70곳이 소개되어 있는데, 서울을 떠난 지가 20년도 훌쩍 지났기에 나에게 익숙한 상호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끔 서울을 다녀올 때 나의 맛집 리스트를 제치고, 이 책에 소개된 식당들을 일부러 찾을 것 같지도 않다. 저자는 또한 ‘인천과 경기도’를 위시하여 ‘강원도’와 ‘대전과 충청도’ 등 다양한 지역들에 대한 맛집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내가 살고 있는 순천의 맛집은 모두 5군데가 소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2곳은 나의 리스트와 겹치기도 한다. 물론 잘 차려진 한상을 직접 들고 오는 ‘대원식당’은 백반집이 아닌 고급 한정식집이고, ‘민호네 전 전문점’ 역시 순천의 아랫장에 위치해 있어 가끔 막걸리를 안주 삼아 찾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순천 웃장의 국밥집들 가운데 한 군데를 소개하고 있는데, 대체로 나를 포함해서 순천에서 국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즐겨 찾는 단골집들이 있다. 그래서 내 단골집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저자가 소개하는 국밥집을 굳이 찾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마도 서울에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 소개된 맛집들이 참고가 될 수 있겠지만,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정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식당의 위치와 주요 메뉴 그리고 몇 장의 사진, 여기에 간혹 저자의 그림이 덧붙여진 체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음을 밝힌다. 어쩌면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을 그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기행’이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단순한 체제에 충분히 실망감을 맛보았다. 이미 충분한 사연을 곁들인 만화 <식객>을 통해서 독자들의 기대가 높은데도, 이처럼 ‘빈약한’ 체제로 책을 엮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두 번째 나오는 책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자의 유명세에 기대어 너무 쉽게 만든 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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