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전성태의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익숙한 문체의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처음 작가가 되고 발표했던 단편을 동일한 제목으로 한편 더 써볼까 생각했으며, 어느덧 작가가 된 지 20년이 흘러 자화상을 그려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가 된 지 20년 만에 출간한 이 작품집의 제목을 <두 번의 자화상>이라고 붙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모두 12편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매우 다양한데, 그만큼 작가의 관심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촉수가 뻗쳐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엮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남북분단의 현장을 찾아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로 창작한 작품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분단과 이산 그리고 탈북자들이 합류한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예컨대 <로동신문>은 탈북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하는 등장인물이 재활용장에서 우연히 북한의 ‘노동신문’을 발견하고, 이미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탈북자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성묘>라는 작품은 은 군부대 앞의 잡화점 주인인 인물이 등장하며. <망향의 집>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월남한 노인들이 얽어내는 사연들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노인의 치매와 가족들의 반응을 소재로 한 <소풍>이나, 불법취업을 했던 외국인 노동자를 공항에서 배웅하는 내용의 <배웅>도 개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인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제들이라고 하겠다. 우연히 시골에서 본 개의 밥그릇이 골동품인 것을 보고 그것을 을 핑계로 개를 사면서 그릇까지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그것 때문에 여러 마리의 개를 팔았다고 예기하는 촌노인의 반응을 담은 <밥그릇>은 로알드 달의 작품을 우리식으로 꾸며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 민담에서 회자되고 있는 주제이기에, 어딘가 낯익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낚시하는 소녀>는 허약한 소녀가 돈을 벌기 위해 나선 엄마와 함게 살아가며, 창밖에 낚시를 드리우며 지내는 내용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에 대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대통령의 지방 순시를 대비하여 모처에서 합숙하며 접대준비를 하는 모습을 그린 <영접>이라는 작품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빈번했던 공무원들의 형식에 치우친 단면을 보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저자는 처음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에 단 한편을 남긴다는 마음을 지닌 붉은 문학주의자’였음을 고백하고 있는데, 과연 그에게 ‘단 한편’의 작품이 무엇이었는가가 궁금하다고 여겨졌다. ‘두 번의 자화상’을 그려낸 저자에게 다시 20년이 흘러, ‘세 번째 자화상’이 엮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연을 맺게 되어 행복하다’라는 저자의 친필 사인이 담긴 소설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저자의 작품 세계와 넉넉한 품성을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자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며, 문학의 길을 ‘묵묵히 걷고자 한다.’는 저자의 다음 작품들을 기다려 본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