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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사에서 조용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 존재이다. 이른바 '오빠부대'라는 말을 최초로 만들게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그는 이제 '가왕'이라는 타이틀로 호칭되기도 한다. 4~50대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학창 시절에 그의 노래를 즐겨 부르고, 심지어 조금이라도 더 비슷하게 부르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한때 노래방에서 그의 노래들은 단골 레퍼토리로 여겨졌고,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도 가장 많이 선택되는 목록을 차지하기도 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조용필 노래를 좋아하고 따라 불렀던 이른바 '조용필 키즈'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조용필이 그동안 발매했던 앨범들의 수록곡 중에서 자작곡을 추리고, 가사에 나타난 어휘들을 통계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하여 그 의미를 검토한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조용필 노래들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 분석에 이르지 못하고, 가사의 어휘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학문적 탐구대상으로서의’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것으로 이해된다. 나 역시 조용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노랫말에 담긴 미학과 깊이 있는 분석에 이르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노랫말에 어떤 어휘들이 선택되고, 또 시간적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기회였다.
우선 1장에서 “왜, 조용필과 조용필 노래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저자의 개인적 관심과 함께 조용필에 한국의 대중가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거론하고 있다. 이어서 2장에서는 조용필의 노래 중에서 자작곡으로 한정해서, 연구 대상을 삼았음을 밝히고 있다. 싱어송 라이터로서 자신의 색깔을 노랫말에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는데, 사실 다른 사람들이 작사를 했더라도 조용필이 부른 노래들에는 그만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저자의 방법론에 대해서 일단 받아들이기로 하자.
19집까지 발매된 조용필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은 총 189곡이며, 그 가운데 자작곡은 83곡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자작곡을 대상으로 품사별 분류를 통한 어휘를 추출하고, 그 실상과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3장과 4장의 주요 내용들이다. 다양한 어휘들을 방대한 표로 작성해 나열하고 있지만, 관심이 있는 연구자 외에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용필의 음악을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실증적인 자료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기반으로 삼아 장차 '조용필 평전'에 도전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머리말’에서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부디 그러한 목표가 결실을 맺어, 노랫말의 어휘 분석에 그친 이 책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조용필 노래의 제목들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그의 음반을 직접 들으며 노래와 그 가사들을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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