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산에서 내려와서도 천태산에서 진악산 쪽에서 발산하는 서기(瑞氣)를 잊을 수가 없었
다.
“무슨 기운이 그리도 강하게 뻗쳤을까?”
“누가 나에게 무엇을 예시하는 것은 아닌가?”
한번 생각에 빠지자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원래 금주를 돌아보려고 생각을 했을 때 길재는 천태산을 올라가 돌아보고 이성계가 태를 묻은 만인산을 올라보고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태고사 절터를 찾아내고 가사장삼을 걸친 채 사흘간 춤을 추며,
‘세세생생 도인이 끊이지 않으리라‘고 했던 태고사를 찾고 대둔산을 올라볼 요량이었다.
“아, 태고사 낙조대에 올라 저녁노을을 보는 것도 어쩌면 이 금주를 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는데 내 먼저 진악산에서 올라오는 서기(瑞氣)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안되겠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내 천덕을 부른다.
“천덕아, 천덕아, 거기 있느냐?”
천태산에 따라올라갔다가 내려온 지 얼마되지를 않아 무척 피곤하여 사랑방에 몸을 뉘고 쉬려고 하는 찰나, 대감의 부름에 귀찮은 듯이 대답을 한다.
“예, 마님. 무슨 일이온지요?”
“이리와 보거라!”
무거운 몸이라도 대감이 부르는 지라 천덕은 느지분하게 일어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무슨 일 이온지요?”
“그래, 피곤하지 않느냐?”
“아이고, 죽겠습니다. 온몸이 쑤시고 팔다리가 아프고....”
“어허, 그놈. 내 네놈보다 아주 많은 나이를 먹었어도 그리 힘든 줄은 모르겠거늘 어디 젊은 놈이 죽겠다고 울상이냐?”
이 말에 천덕이 민망하기 그지없어,
“아이고, 대감님. 죄송합니다! 그저 대감님 뒤를 따라 그냥 다니다 보니....”
“그래, 이놈아.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힘이 들지 않는 법이고, 마지못해 시켜서 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것이란다. 네 놈이 천태산을 어거지로 따라간 게지!”
“아닙니다, 마님. 그런 것이 아니고 전 그저...”
“여러 말 말거라. 내 네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으니 그만하고 내일 바로 천태산에서 보았던 진악산 서기(瑞氣)가 발생하던 곳에 가봐야겠다. 그리 알고 준비를 하거라!”
“예? 또 산에 간다는 말씀이신가요?”
“어허, 이놈이! 내말을 못알아들었단 말이냐?”
천덕은 나이많은 대감 앞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인 것이 미안하기는 하였지만 곧바로 진악산을 올라간다고 하니 미리 죽을 상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못알아 들은 것이 아니고요....”
“무슨 말이 그리도 많은가? 내가 좀전에 이야기했지 않느냐? 좋아서 하는 일은 피곤하지 않고 시켜서 하는 일은 피곤하다고. 진악산에 가는것도 마찬가지다. 오늘처럼 마지못해 천태산 오르듯 하면 네놈은 쓰러지고 말것이니, 네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 그 진악산 서기(瑞氣)를 어디 한번 네가 안내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진악산에 오르거라! 꾸물거리지 말고 내일 산행할 준비나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