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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민담집69: 요린데와 요링겔 | 그림메르헨48: 요린데와 요링겔 |
옛날 어느 크고 울창한 숲 한가운데 낡은 성이 있었다. 그 곳에는 늙은 부인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 사실은 우두머리 마녀였다.(생략) 마녀는 야생 짐승이며 새들을 꼬여 들일 수 있었다. 그런 뒤 죽여서 끓이거나 구워 먹었다. | 옛날 한 커다랗고 울창한 숲 속에 낡은 성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늙은 마녀가 혼자 살고 있었어요. (중략) 마녀는 지나가는 들짐승이나 새를 홀려 잡아서 끓이거나 구워 먹었습니다. |
만약 순결한 처녀가 그 거리 안에 들어오면 처녀를 새로 변하게 하여 바구니에 집어넣고는 성안의 어느 방으로 들고 갔다. 성에는 그런 희귀한 새가 들어 있는 바구니들이 칠천 개나 되었다. | 젊은 아가씨가 그 곳에 들어오면 마녀는 아가씨를 새로 변하게 해서 새장에 넣고 성안의 방에 걸어두었어요. 그렇게 성 안에 걸린 새장이 칠백 개나 되었답니다. |
그들은 약혼 기간의 하루하루를 아주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한번은 서로 호젓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중략) 밝은 햇살이 나무줄기 사이를 뚫고 검푸른 숲 속으로 들어왔다. 호도애가 늙은 자작나무 위에 앉아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 결혼식 날, 행복에 넘친 두 사람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중략)검푸른 숲 속의 나무 둥치 사이로 햇빛이 환하게 비쳐 들었고, 비둘기는 산버드나무 위에서 구슬프게 울었습니다. |
해가 절반은 산에 걸려 있고 절반은 산을 넘어가 있었다. | 지는 해는 산 위에 반쯤 걸려 있었습니다. |
“빨간 고리를 낀 내 작은 새가 슬피 우네, 슬피 우네. 작은 비둘기에게 곧 죽을 거라고 슬피 우네, 슬피-찌르, 찌르, 찌르.” | “빨간 반지를 낀 나의 새야, 슬픔을 노래하렴, 슬프고 슬프구나. 비둘기는 죽음을 노래하네 슬프구나, 라이-찌윗! 찌윗! 찌윗!” |
올빼미가 덤불 속으로 날아드는가 싶었는데, 금방 거기서 등이 굽은 할머니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누런 얼굴에 빼빼 말랐는데, 커다란 눈은 빨갛고 코는 코끝이 턱까니 늘어진 매부리코였다. 할머니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나이팅게일을 잡아 손에 올려놓고 데려갔다. | 올빼미가 덤불 속을 내려앉더니, 즉시 늙고 꼬부라진 노파로 변했습니다. 노란 살갗, 비쩍 마른 몸, 커다란 빨간 눈, 끝이 턱에 닿을 정도로 뾰족하게 구부러진 코. 노파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나이팅게일을 잡아 움켜쥐고 떠나갔습니다. |
할머니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우물우물 똑똑하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차히엘. 달이 바구니를 비추거든 풀어 주어라. 차히엘, 시간을 잘 지켜.” | 노파가 다시 나타나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잘 있었니, 자힐! 미나리 밭에 달이 빛날 때, 풀려나라, 자힐, 적당한 때에!” |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지나면서 어디서 많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소리가 들렸다. 그 쪽으로 가 보니 방이 있었다. 마녀가 칠천 개의 바구니에 든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 안으로 들어간 요링겔은 뜰을 지나면서 새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침내 새 소리를 따라 커다란 홀로 들어가니, 마녀가 칠백 개의 새장 안에 든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
▶발제자의 생각 :
―옛날에는 ‘헨젤과 그레텔’ 같은 이야기가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혼란스럽다. 왜 ‘요링겔과 요린데’ 또는 ‘그레텔과 헨젤’이 아닐까. 왜 옛날 이야기에서는 마법을 풀어주는 쪽이 아니라 마법에 걸린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걸까.
―김경연 본과 김열규 본 그림형제민담집을 두고서 한 생각은 ‘번역자가 다른 책은 똑같은 책도 같은 책이 아니구나!’ 하는 것.
▶나눈 이야기
―“땅속나라 도둑괴물” “구렁덩덩 신선비”가 생각난다. 모두 신부가 잘못해서 헤어진다.
―요린데의 역할이 없다.
―자히힐은 주문이다.
―이미지를 그리며 읽으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읽히는데,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으니 아름답지 않다. (“크라바트”가 생각난다.)
―요링겔이 꿈에서 피처럼 붉은 꽃을 발견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
―빨강, 피 : 처녀성 상징-성적 성숙 이후에 가능한 육체적 관계.
―숲으로 간다는 것 : 시간의 금기를 깨는 것.
―결혼 생활의 은유 : 진짜 사랑 찾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약혼기간에는 금기가 있으나, 결혼식 날에는 금기가 없다.
―요린데와 요링겔, 요린데와 마녀, 요링겔과 마녀의 관계 생각하게 됨.
―옛날이야기에서는 꿈속 일이 현실에서도 이뤄짐.
―비둘기는 혼전 순결 중요시하는 것과 연관됨. 초야에 피가 안 비치면 비둘기 목을 따서 피 묻히는 풍습이 있었다.
―성은, 금기가 깨지는 공간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색깔이 그려지고 연인들의 사랑이라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보여서 좋았는데, 다양한 부분들을 자세히 보니까 처음의 아름다운 느낌이 사라지고 오히려 혼란스러워짐.
―꿈은 삶의 진실과 욕망을 표현하는 것 같다. 노발리스의 “푸른 꽃”이 생각난다.
―왜 마녀는 처녀들만 수집했을까.
―꽃을 꺾다. 결혼은 죽음이라는 말인가. 결혼 전 불안감은 여자가 더 심함.
―그림 설명 : 움켜 쥔 느낌이다. 폭력적인 것 같다.
그림메르헨 : 49. 똑똑한 한스 | 그림형제민담집 : 32. 영리한 한스 |
잘해 봐라, 한스/ 잘할 게요. 안녕히 계세요, 엄마 | 잘 다녀오너라, 한스/다녀올게요. 안녕, 어머니 |
안녕, 한스. 뭐 좋은 거 가져왔어? 아무 것도 안 가져왔어. 받아가야지. | 안녕, 한스. 뭐 좋은 것 가져왔니? 아니, 아무 것도. 네가 주렴. |
한스는 바늘을 받아 건초 수레에 꽂아 놓고 집으로 갔어요. | 한스는 바늘을 건초 마차에 꽂아 놓고 마차 뒤를 따라 집으로 온다. |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소매에 꽂아 둬야지. 괜찮아요. 다음에 잘할게요 | 저런,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한스. 바늘은 소매에다 꽂아야지 괜찮아요. 다음엔 더 잘할게요 |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주머니에 넣어 와야지. |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한스. 칼은 주머니에다 꽂아야지 |
그레텔은 한스에게 어린 염소를 한 마리 주었어요 | 그레텔이 한스에게 새끼 염소를 선물한다 |
한스는 염소의 다리를 묶어 주머니에 넣은 뒤 집으로 왔어요. 와 보니 염소는 숨이 막혀 죽어 있었지요. | 한스가 새끼 염소를 받아 다리를 묶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집에 온다. 집에 오니까 숨이 막혀 죽어 있다. |
바보같은 짓을 했구나. 끈으로 묶어 끌고 와야지. | 바보같은 짓을 했구나. 한스. 염소는 줄에 묶어 와야지 |
그레텔은 한스에게 치즈 한 조각을 주었어요. 한스는 끈으로 묶어 질질 끌고 왔어요. 개들이 그 뒤를 따라오면서 치즈를 다 먹어 치워 버렸지요. 집으로 와 보니 빈 끈만 달랑거렸어요. | 한스가 베이컨을 받아 줄에 묶어서 질질 끌고 온다. 개들이 달려들어 베이컨을 먹어 버린다. 그가 집에 오니까 손에 밧줄은 쥐고 있는데 달려 있는 것은 없다. |
끈으로 묶어 끌고 왔는데, 없어져 버렸어요.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머리에 이고 왔어야지. | 줄에 묶어 집으로 오는데 개들이 가져갔어요.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한스. 베이컨은 머리에 이고 와야지. |
한스는 송아지를 머리에 올려놓고 왔어요. 송아지가 한스 얼굴을 마구 걷어찼지요. | 한스가 송아지를 받아 머리에 이니까 송아지가 얼굴을 짓밟는다. |
머리에 이고 왔는데, 내 얼굴을 걷어찼어요.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밧줄을 매어 끌고 와서 외양간에 두었어야지. | 머리에 이고 왔는데, 얼굴을 짓밟지 뭐예요.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한스. 송아지는 끌고 와서 건초 시렁 앞에 두어야지. |
내가 너랑 함께 갈게. | 내가 너랑 같이 갈게. |
한스는 그레텔을 밧줄에 매어 끌고 와서는 외양간에 데려가 단단히 묶어 놓았어요. | 한스가 그레텔을 밧줄에 묶어 끌고 와 건초 시렁 앞에 세워 두고 단단히 묶는다. |
끌고 와서 외양간에 묶어 놓고 풀을 던져 주었어요.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다정하게 눈길을 던져 주어야지. | 밧줄로 끌고 와 건초 시렁 앞에 묶어 두고 풀을 던져 주었어요.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한스. 그레텔한테 다정한 눈길을 던져 주어야지 |
한스는 외양간으로 가서, 송아지와 양의 눈을 죄다 뽑아서는 그레텔의 얼굴에 던졌어요. 그레텔은 화를 발칵 내며 집으로 뛰어갔지만, 결국 한스의 신부가 되었답니다. | 한스는 외양간으로 가서 송아지며 양들의 눈알을 모두 뽑아서 그레텔의 얼굴에 던져 준다. 그레텔은 화가 나서 줄을 끊고 도망간다. 이렇게 해서 한스는 신붓감을 잃어버린다. |
▶발제자 : 황동옥
▶발제자의 생각
―그림 설명 : 그레텔을 외양간에 묶어 두었는데 한스가 송아지와 양의 눈을 죄다 뽑아서 놀라는 장면 같다.
―‘바늘, 칼, 어린 염소, 치즈 한 조각, 송아지, 그레텔’이란 선물 목록은 무엇을 의미할까.
―왜 매번 한스는 이런 선물을 제대로 두지 못해서 없어지거나 본인이 낭패한 일을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텔은 계속 선물을 준다.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했을까.
―아무리 봐도 ‘똑똑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한스에게 왜 ‘똑똑한 한스’라고 했을까. 한스의 엄마도 한스에게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똑똑하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나눈 이야기
―‘한스’가 아니라 원래 단어는 ‘한센’이다. 한센은 ‘망하다’라는 뜻이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한스는 똑똑하다. 엄마가 지시한 대로, 한 치 어긋남도 없이 하고 대부분 성공하지 않는가.
―엄마가 문제이다. ‘잘해 봐라’하며 믿어주지 않는가.
―완전히 맛이 간 시계는 오히려,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는다.
―한스는 아무 것도 안 가지고 가고, 계속 받기만 한다.
―엄마가 한 번쯤 “네가 가져가기도 해야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받기만 하는 남자와 엄마 말을 잘 듣는 남자와 결혼해서는 안 된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고 한스는 엄마 말만 듣고 그대로 한다.
―결국 한스의 신부가 되었답니다, 는 말이 안 됨. 오히려 신부가 안 되는 게 맞는게 아닌가.
―어린이 문학 번역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왕창 바꾸는 경우 많다.
―『더벅머리 페터』, 『밥 딜런』책들도 번역이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결국, 그렇게 해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거야 라는 말인가.
―한스에게 엄마가 개입을 안 했어야 한다.
―딸에게 개입하는 방식과 아들에게 개입하는 방식은 다르다. 딸은 말대로 하지만 아들은 몸으로 부딪치며 깨치니까 달라야 한다.
―남자의 속성은 <슈바벤>처럼 하나같이 모두 해 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림 : 그레텔은 머리털도 한 올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고 예쁘다.
너무 늦게 후기를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도 희미해져서 후기가 많이 성글어져버렸네요!
첫댓글 이런 만남이 없었다면 올해를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요?
저도 그리 생각한답니다.
알모님~ 늘 건강하셔서 생각날때 불쑥 들르게 돼도 항상 그 자리 그 모습으로 계시길 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