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학이란 무엇인가』, 2021, 루돌프 슈타이너 크리스토퍼 뱀퍼드 지음, 조준영 옮김.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오스트리아 출생, 인간과 세계의 사실을 본질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인지학(人智學;Anthroposophy)을 수립, 제창한 철학자, 교육사상가, 자유롭고 새로운 인간 교육을 위해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자유발도르프 학교를 창립, 현재 세계적으로 1000여개의 학교에 이른다(『교육의 기초로서의 일반인간학』 참조)."
슈타이너는 '발도르프 교육'을 창시한자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이었을까가 질문이다. 발도르프교육은 그가 말하고자 한 여러 분야 중 하나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발도르프 교육은 이론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설명한 것이 아니고, 그가 직접 체험한 결과를 말했기 때문에 누구라도 발도르프 교육을 통하면, 그가 주장한 경지에 올라갈 수가 있다. 요컨대 인간의 본성을 기반으로 해서 교육을 통하여 나아가야 하는 부분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인지학이란 학문이 그 뿌리이다. 그러므로 그가 말하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본성이 뿌리이고, 각 분야는 가지라고 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인지학은 무엇이고, 그가 말하는 인간의 궁극적인 모습이 궁금하다. 이 강의를 할 즈음 슈타이너는 두 번의 암살시도를 겪었고, 심혈을 기울여 지은 첫 번째 괴테아눔이 방화로 불에 탔다. "1923년의 새해 첫날, 인지학人智學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는 자신의 역작이 폐허가 되어 있는 장면과 마주했다. 그 전날 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방화범들이 바젤 근처의 도르나흐 언덕에 있는 괴테아눔Goetheanum에 불을 지른 것이다. 영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체母體의 동굴' 이라고도 하는 인상적인 목조 건물인 원형적인 집은 사라져 버렸다. 슈타이너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그 건물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출처: https://steinerinstitute.tistory.com/121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그리고 -그 즈음- 인지학 협회내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사회적인 편견과 인지학 협회 회원들간의 문제 등, 그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함을 감지했을 것이다. 또한 이 강의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이루어진 강의((1923년 7,21-7월 23일 세차례)로 그동안 그가 하고자 한 말의 최종 정수일 가능성도 높다. 그는 인지학을 정립했지만,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이 강의를 수록한 책이 『인지학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강의에서 슈타이너는 인간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물질적 관점, 영혼적 관점, 정신적 관점이다. 각 관점은 인간을 각각 나누어 살펴 보지만 통합된 존재가 인간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회원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하는 슈타이너의 모습을 보았다. 인간의 정신을 배제하는 시대적 조류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영혼을 본 것이다. 그리고 처음 한 두번 읽었을 때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사실, 그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인간의 영혼과 정신이 작동하는 순간은 스스로 체험하지 않으면 이해가 불가능하고, 또 그 부분을 설명하는 부분이 아주 짧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순간적으로 그 부분이 넘어가고 말기 때문이다.
슈타이너의 주장을 크게 보아서 한 마디로 간단히 말하면, "인지학은 우리 안의 정신세계를 우주 안의 정신세계로 이끄는 인식의 길이다(위 책, 22)." 인간 내부의 정신세계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나, 그 길을 인간은 알지 못한다. 인간은 그 길을 찾아야 하고 누구든 찾을 수가 있다. 슈타이너가 말하는 모든 내용은 이 한 마디에 수렴되고, 방법은 그 길을 찾는 것이다.
먼저 물질적 관점이다. 우리의 오성-생각하는 존재-,은 물질 육체로 자신을 드러낸다. 따라서 물질 육체가 없으면 오성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문제는 이 오성이 하는 생각을 한 면으로 밖에 보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예컨대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때 그 대상에 대해서 생각하지, 나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대상에 대한- 생각은 알지 못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슈타이너는 에테르체를 인용한다. 인간의 에테르체, 형성하는 힘은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내부를 향해서 있지만, 죽으면 내부를 향한 에테르체가 외부를 향해서 방향을 바꾼다. 외부가 내부로 되는 것이다. 시야가 확 바뀌므로 죽은 뒤 인간은 그동안 내부를 자신이라고 여기는 존재에서 벗어난다. 이 에테르체가 내부를 향해있을 때 어떤 일을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에테르체는 인간을 비롯해서 삼라만상의 생명활동을 주재한다. 인간으로 한정하면, 예컨대 두뇌 작용, 혈액의 흐름, 맥박의 움직임, 호흡 등을 주재하는데, 이 중에서 생각을 일으키는 작용, 몸의 감각작용의 도움을 받아서 에테르체는 상을 만든다. 이 상을 만드는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에테르체가 만드는 상은 에테르체의 속성이 바탕이 된다. 식물을 살펴보면, 식물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환경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산다. 즉 생명활동이란 원래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존재이다. 따라서 생명활동이 이루어지려면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자유의 근본적인 속성과 개념은 에테르체에서 추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 에테르체를 파악하면 자유를 진정으로 느낄 수가 있다.
이 에테르체가 하는 활동, -생각의 이면은- 사고기관을 형성하고, 우리 두뇌와 전체 신경기관을 만든다. 이런 생각이 에테르 즉 형성하는 힘의 창조적인 능력이다. 따라서 창조적인 사고는 자유가 바탕이 되어야 이루어진다.
이 에테르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질 육체 없이 에테르체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슈타이너는 우리가 우주로 부터 형성된다는 사실로 설명한다. "사실 오늘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심장은 지난 7, 8년간 우주에서 끌어들이는 에테르로 부터 너무나 신비한 방식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여러분의 심장은 우주로 부터 새롭된 것이지요(위 책, 79)." 그리하여 "우리는 -빛을 통해- 지구와의 관계를 경험하는 대신 우주공간과의 연계를 느끼는 존재로 자신을 변형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에테르 혹은 형성하는 힘의 실체를 진정으로 파악하게 되면, 우리는 지구에서 우리 영혼을 구해내는 것입니다(위 책, 111)." 먼저 우리는 자신의 에테르 존재를 느껴야 하며, 이 에테르는 우주공간에 연계되어 있다. 심장뿐만 아니라 우리를 형성하는 사고기관이 우주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우주와 연계된 사실을 체험할 수가 있다. -그리고 에테르가 만든 상, 창조적인 생각이 창조적인 힘들로 변형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영혼적 관점을 보면, 에테르체가 상을 만들면 그 상을 강하게 하는 존재가 아스트랄체이다. 에테르체가 만든 상이 강해지면 우리가 꾸는 꿈과 같은 존재가 된다. 밤에 자면서 꾸는 꿈이 아닐지라도 -우리가- 강하게 소망하면 에테르체가 만든 상이 꿈을 꾸듯 흐릿한 상이 되는 것이다. 이 흐릿한 상을 아스트랄체가 강하게 만들고, 기억이 된다. 여기에서 기억을 강화시킬려면 아스트랄체가 강화되어야 하고, 아스트랄체는 감정체이므로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어야 한다는 이론이 도출된다. 결과 인간의 본성이 바탕이 되어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수가 있다.
이때의 꿈의 힘은, "물질 육체와 에테르체 바깥에서 아스트랄체에 의해 유지될 때, 세계 정신 속에 잠겨있던 꿈의 힘과 똑같은 힘입니다 그곳 세계 정신 속에서, 꿈의 힘은 사물의 비밀을 체험합니다(위 책, 130)." 우리가 꾸는 꿈을 통해서 사물의 비밀을 체험할 수가 있다. 사물의 비밀이 곧 창조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아스트랄체가 중요함을 이해할 수가 있다.
마지막 기억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예컨대 내가 유명 연예인의 표를 구매할려면 먼저 에테르체가 상을 만들어야 하고, 그럴려면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어서 아스트랄체가 흥미를 느껴서 기억으로 반사되고, 이어서 표를 구매하는 행동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표를 구매하는 활동의 주체는 누굴까?
여기에서 드디어 자아가 등장한다. 자아가 표를 구매하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내가 유명 연예인을 사랑한다면, 자아가 전면으로 나서서 표를 구매하는 것이다. 자아의 속성이 '사랑이다'라는 사실을 알수가 있다. 요컨대 자아가 움직일려면 사랑이 필수요소이다. 에테르체가 상을 만들어도, 아스트랄체가 기억으로 끌어올려도, 사랑이 없으면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슈타이너는 이렇게 정리했다. "자유는 에테르체의 내적인 근본 형태입니다. 기억은 아스트랄체의, 꿈을 만들어내는 힘으로서 우리 안에서 생겨납니다. 사랑은 우리가 외부세계에 아낌 없이 헌신할 수 있도록 우리 안에 생겨나는 지도적 힘입니다. 인간 영혼이 이 세가지 힘에 참여할 때, 그리고 거기에 참여하는 정도만큼, 정신적 삶이 배어듭니다. 이 세 가지힘- 자유로운 느낌, 기억의 힘, 그리고 우리의 내적인 삶을 내주고 외부세계와 하나되게 하는 사랑의 힘-이 완전히 배어들 때 우리 영혼은 정신화됩니다. 이 세가지 능력을 내적으로 지니게 되면 영혼에 정신이 스며듭니다(위 책, 35)."
우리 모두는 정신을 갖고 싶어한다. 정신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또 사물의 이치도 정신에 있다고 하고, 그 정신을 가져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면 발레리나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 정신은 보이지 않아, 실체가 없으므로 갖기가 정말 막막하다. 관련 서적을 읽고 직접 가서 배워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주면 '나'를 거기에 마추면 된다.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고, 흥미를 소망 단계로 끌어올려서 사랑하는 마음을 내면 되는 것이다. 이 모두가 인간의 내부에서 무의식에서 일어나므로 알기는 어렵지만, 하면서 '왜 이렇게 해야 하지'란 의문이 들지 않으므로 시간도 단축되고 방황도 덜할 듯 하다. 그리고 내부를 봉쇄하고 외부에서 노력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왜 정신을 얻어야 하는지,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슈타이너가 제시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의 진화는 굉장히 오랜 시간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다. 의식혼의 시대가 15 세기 무렵부터 시작되어서 4000년대 중반에 끝난다고 하였다(슈타이너의 주장). 그 시간 동안 -인간이- '나'란 의식을 가진 상태로 우주에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는 데에 슈타이너가 인류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