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준비되었어도
당신 안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없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당신의 가슴과 당신의 정신과 당신의 입술에서,
당신의 속 깊은 곳에서
미처 묻지 못한 것이 없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적당한 말을 찾기 위해
몇 시간 동안이나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거나
타자기 앞에
웅크리고 있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돈을 바라거나
명성을 얻으려고 쓰고 있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자리에 앉아서 먼저 쓴 걸
고치고 또 고치고 있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글쓰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다른 누군가처럼 쓰기 위해서
애쓰는 중이라면
작가가 될 생각을 잊어라.
당신 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기다려야 한다면
참을성 있게 그것이 오기를 기다려라.
그리고 결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아라.
당신이 쓴 것을 아내한테, 여자 친구한테, 남자 친구한테,
부모한테, 아니 다른 누구한테
먼저 읽혀야 한다면
당신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작가들처럼 되지 말라.
스스로를 작가라 부르는 많은 인간들처럼 되지 말라.
따분하고 지루하고
가식적인 작가가 되지 말라.
자기 사랑에 시간을 보내는 작가가 되지 말라.
세상의 도서관은
그런 작가들 때문에
하품이나 해대면서
밤을 보내고 있다.
거기에 이름을 더하지 말라.
작가가 되지 말라.
당신 영혼이 로켓처럼
터져 날아가지 않는다면,
당신이 미칠 것 같거나
자살하고 싶거나 살인을 꿈꾸지 않는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당신 안에 있는 태양이
당신 내부에서 타오르지 않는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진정으로 때가 되면,
그리고 당신이 선택받았다면,
저절로
당신은 작가가 될 것이고,
당신이 죽거나 당신 안에서 작가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다른 길은 없다.
절대로 없다.
※ 찰스 부코스키
[ Charles Bukowski ]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1920~1994)는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엔젤레스에서 평생을 살았다.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네 살 때 잡지에 첫 단편을 발표하지만 꾸준히 창작을 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하급 노동자로 창고와 공장을 전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우편 분류와 배달 직원으로 12년간 일하며 시를 쓴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마침 해고 직전이었던 그가,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일을 그만둔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 『우체국』(1971)을 펴낸다. 이 작품은 작가의 분신인 헨리 치나스키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로 부코스키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자전적 소설의 시작점이 된다. 연대순으로 보면 치나스키가 소년이던 『햄 온 라이』(1982), 글쓰기를 포기하고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던 시기의 『팩토텀』(1975), 중년에 접어들어 일정한 직업을 가지게 된 『우체국』을 거쳐 50대가 되어 비로소 전업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여자들』(1978)로 이어진다. 부코스키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할리우드』(1989)를 포함해 평생 6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펴냈으며, 마지막 장편소설 『펄프』(1994)를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94년 3월 백혈병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해외저자사전, 2014. 5.)
첫댓글 시인과 수필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작가라는 이름도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처럼 특별한 등단제도와 경쟁, 모두 부질없어 보입니다.
제 돈들여 책을 내고 공짜로 나누어 주고, 그나마도 읽히지 않는 글들.
아무리 자기만족이라 위안을 해도 너무 호사스러운 일입니다.
시인입네, 수필가입네 하는 딜레땅트(호사가)의 양산 시대~
그럼에도 글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겸허하게 음미해 볼 글 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부끄럽지요.
아주 많이.....
스스로 작가라 생각한 적도, 불러본 적도 없긴 하지만....
저분의 책을 전부 읽었죠. 그래서 올려주신 글 크게 공감을 합니다^^
나도 머리가 숙여 지는데요. 그렇지만 다 따라할 수는 없지만 단 한가지
가식으로 글을 쓰지 말라는 말에는 아주 쬐금밖에 안 부끄러워요.
준빠님은 쬐금도 안 부끄러운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