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8.
좀 뜸금없는 얘기가 되겠지만 나는 교직에 들어오기 전에 모 제약회사에서 몇 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때 만난 모 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주말마다 모악산을 등반한다고 했다. 그 이유가 있었다. 산행에 딱히 무슨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는 신경외과 과장답게 '브레인'을 세척하기 위해서 산행을 한다고 내게 말했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바로 오늘 아침이 그랬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로 출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내가 살았던 순천 지역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그가 재선에 성공하자 나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어차피 순천시민도 아니니까. 그런데 이번에 사건(내 생각에)이 터졌다.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세월호 방송에 개입한 것이 폭로된 것이다. JTBC 손석희 앵커는 이 사건을 심층보도했다. 그도 나처럼 이번 문제를 사건으로 파악한 듯하다. 이정현 의원이 "(대통령이) 하필 KBS를 봐버렸네!" 하고 말하면서 KBS가 이상한 방송을 따라 하면 되느냐고 당시 KBS 보도국장을 추궁한 것인데, 그 이상한 방송이 JTBC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 터.
이정현 의원은 이에 대해 대강 사과를 했지만 그것이 말뿐이라는 것 역시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니 남의 눈이 무서워서라도 다만 며칠이라도 행동을 자제할 것으로 생각했다. 누가? 내가 말이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이번에는 내가 아니다. 이정현이다. 그가 다만 며칠이라도 행동을 자체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인간 기본에 대한 믿음을 오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는 판단 실수였지만. 나는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수준이하의 정치인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 나까지 그에게 맞추어 행동을 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짧은 생각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바로 그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이정현 의원이 홍보수석 시절에 한 일을 두고 국민들은 공분해야 마땅하다.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아니, 그걸 이제야 알았어? 정치가 다 그런 거 아니야? 정치가 썩은 거 이제야 알았어?"
이 말은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정치가 다 그런 거 아니야?" 라는 말은 이정현 의원의 행동을 하나의 관행으로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 반면에 "정치가 다 썩은 거 이제야 알았어?" 라는 말은 이정현 의원의 행동이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역대 모든 정치인들이 다 그렇다는 맥락이다. 문제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이 두 말을 별 차이 없이 쓰고 있는 데 있다. 물론 잘잘못을 가리지 않으려는 태도는 더욱 문제다. 아무리 사회가 타락하고 정치가 개판이라고해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함은 마땅하고 당연하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얼마나 옳고 얼마나 그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나가야만 길이 보일 것이다. 길찾기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지금 우리 사회는 길찾기를 포기한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세월호 참사를 예를 들면 답은 쉽게 나온다.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말한 바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후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자 태도가 돌변한다. 표리부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역사 교과서에 남을만한 일이다. 그리고 당시 그녀의 입이었던 이정현 의원은 최근에 자신이 한 짓이 폭로되었음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당 대표로 찍어달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다니는 형국이다.
기막히고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길찾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상당수 국민들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약자의 처지가 지금보다도 몇 배는 더 가혹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손석희 앵커는 이정현 의원이 관행으로 했어도 잘못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방송인이기 때문이겠지만 자신의 의견을 직접화법으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당연한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지나쳐버린 일들이 여럿 있었다. 이명박은 대통령 후보시절 치명적인 거짓말을 했다. 그것이 선거 하루 전날 전격 폭로되었음에도 선거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상당수 국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의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아침 공부를 한 시간이라도 해놓고 산책을 나가려다가 오늘은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뇌를 세척하기 위해서다. 내 청순한 뇌를 오염시킨 것은 수준 이하의 몇몇 정치인들이지만 정작 내가 염려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결국 판단의 주체는 나 자신이다. 누구보다도 내가 똑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중요한 것을 아무것도 아니라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면 주권국민인 우리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도 오늘 나는 뇌를 잘 세척하고 아침 산책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무엇으로 뇌를 세척했을까?
첫댓글 글 공감합니다. 이슬사진이 기가막히네요. 가져갑니다.
암만 가져가시게나~
사진이 예술입니다.
자연이 예술이지요 ㅎㅎ
자연이 예술이지요 감사♡
풀 이파리도 밤새 이슬로 씻어 내려 아침이면 새 이파리처럼
보인가봅니다
나도 이슬이 쌔비 합니다
쎄비해 가시게나♡
이정현이 국회의원 되기전 제약회사를 몇년이라도 다녔으면
막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요,,,,
말과 행동에 제약이 있으면, 삼가하게 되잖아요?
못 말린다니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