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했습니다 김 명 서
칠순 잔치를 고사한 건 이제야 누런 평야가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키도, 얼굴도, 학교 성적도, 치부(致富)도 한낱 지나가는 헛바람이었습니다 슈바이처는 더더구나 아니었구요 말년에는 시 나부랭이를 붙잡고, 믿음만이 생명을 활짝 피게 한다고, 죽도를 잡고 검선일여(劍禪一如) 한다고, 촐랑대면서 인생의 초점을 맞추어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어정쩡하게 수미일관(首尾一貫)한 겁니다 칠순을 맞이하면서 결심했습니다 남은 생에 최선을 다하지 말자고요 그건 도로(徒勞)라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아니까요 제 묘비명이 생각났습니다 '한세상 어정쩡하게 살다 갑니다 실례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물건'을 제 보물로 여기면서 데리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첫댓글 칠순을 넘기면 자식들에게도 사회에서도
이미 끈 떨어진 신발입니다
나가도 들어가도 아무도 관심없는 후반 인생은 홀로 견디고 살아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