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녀 / 나무 김종혁
바람이 참 예쁘던 때도 있었다
그녀가 곁에 누워있던
여름날의 공원 잔디밭도 그랬고
그 여름 옥상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웠을 때도 그랬다
함께라서 좋았다
그녀와 드라이브하던 그 바닷가 아스팔트 위도 좋았고
가요방에서 그녀가 불러주던 그 노래들이 참 좋았다
노래도 곧잘 불러 가수 같다고들 하던 그녀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괜히 우쭐해 지곤 했다
지금은 술도 끊었지만 함께 마시던 술도 좋았고
지글지글 피워올리던 삼겹살의 육 향도 좋았다
더 좋은 건 언제나 그녀가 함께여서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날아갈 것만 같았던 시절이었다
그녀를 보내고
눈물을 모르던 눈엔 언젠가부터
눈물샘이 자라났고
눈 감아도 뜬 눈에도 자꾸만 그녀가 아른거린다
미소가 더없이 고왔던 그녀
진한 화장보다는 엷은 화장이 더 고왔던 그녀
가벼운 눈 화장에 립스틱만 발라도 천사처럼 예뻤다
벌처럼 톡톡 쏘는 화법에 속정이 깊었던 그녀가 묻어온다
이 밤에 한 세월 지난 듯 멀어져 간 뒷모습
여전히 고운 그녀가 두 눈에 눈물샘으로 젖어간다
25년 5월 5일 23시 14분
첫댓글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