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와 함께 한 북설악 산행…
두 달전의 7월 12일, 모 산악회를 통하여 미시령 입구의 창암부터 마장터, 대간령을 거쳐서 신선봉에 올랐다가 화암재로 내려와서 화암사로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 날 신선봉에서 내려오는 길목에서 바라다 본 상봉으로 오르는 암릉은 예리하고 위엄이 있어 보였다. 그 날 상봉 마저 올랐다가 성인대를 거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산악회에서 단체로 하는 산행이니 아쉬움을 접고서 화암재에서 여유 있게 중식을 즐기고 내려왔다.
그 후, 아쉬움은 자꾸 커져가고 성인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와 울산바위, 설악의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보면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길을 현실로 옮기기로 9월 둘째 주 토요일에 계획을 잡았다…
산행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역시 일기예보였다. 날씨가 대체로 좋았는데, 산행 전날에는 날씨가 조금 흐려진다. 밤늦게까지 지켜보다가 잠이 들었다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인터넷을 보니 중부 지방 상공에 구름띠가 동쪽으로 말끔히 물러갔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토요일 새벽 1시 소변 때문에 1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길로 잠을 들지 못한다. 한 시간여를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 2시반부터 일어나서 주섬주섬 배낭짐을 챙기고 산행준비를 한다. 배낭을 챙겨서 집을 나서서 역시 카니발 9인승을 끌고서는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관악구청으로 나간다. 관악구청 앞에서 5시에 일행들을 만나서 7인이 속초로 떠난다.
춘천고속도를 빠져 나와서 화양강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는 다시 차에 올라서 속초로 향한다. 미시령 터미널을 빠져 나와서 화암사 일주문 앞에 도착하니 8시. 일주문 앞에 주차를 하고는 산행준비를 마치고는 산행을 시작한다 (8시 5분).
중부지방은 전체적으로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인데, 역시 설악산 답게 이 날도 고도 천미터 정도 이상으로는 구름이 덮고 있다. 조금 아쉽다. 산행하면서 높은 구름이 걷혀주기를 기원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일주문에서 아스팔트를 따라서 1키로 정도를 올라가니 화암사가 나온다. 일단 화암사로 들어가서 경내를 돌아보며 사진 촬영을 마치고는 다시 오던 길로 조금 내려가서 수암 진입로를 통하여 산길로 올라간다. 잠깐 산길로 올라가는데, 숲속의 등산로 주위로 보라색 솔체꽃과 구절초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나 솔체꽃이 많이 피어있는 것이 이채롭다.
드디어 수암 앞에 올라선다 (8시 40분). 수암 중간까지 올라가서 옆구리가 산기슭에 가려진 울산바위와 달마봉을 배경으로 일행들의 인증샷을 담고서는 수암에서 내려와서는 성인대를 향해 오른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서 올라가니 성인대 입구에 특이하게 솟은 쌍바위가 나타난다 (9시 20분). 장도리님의 시범으을 통해 일행들은 쌍바위에 올라서서 다리를 벌린 자세로 기념사진을 담는다.
쌍바위에서 기념사진을 담고는 넓은 암반위를 걸어서 낙타바위쪽으로 걸어가면서 깨끗한 날씨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들을 담으며 낙타바위까지 이른다. 낙타바위에서는 나머지 일행들이 낙타바위 밑으로 보이는 넓은 마당바위로 내려간다. 멀리 떨어진 마당바위위에 선 일행들을 망원으로 당겨서 담고, 낙타바위에 서서 북쪽 고성쪽 바다부터 동해를 따라서 돌아서 달바봉, 울산바위, 황철봉, 미시령, 상봉까지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아본다.
전망 좋은 성인대에서 조금 쉬어볼까 하였는데, 시간 늦기 전에 빨리 비탐방 경계를 넘어서 상봉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진행한다. 성인대 부근에서 30분 정도를 소요하고는 화암사로 돌아내려가는 길로 들어서 조금 진행하니 출입금지 팻말이 보인다. 팻말을 돌아서 상봉쪽으로 진행한다. 이 곳부터 상봉까지는 가파르고 예리한 암릉이 이어진다. 암릉을 따라서 고도를 높임에 따라서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동해바다와 설악의 경치가 멋스럽게 다가온다. 상봉 정상쪽은 구름이 덮여 있는 관계로 구름띠 바로 밑까지 올라서 조망이 좋은 암봉에 올라서서 자리를 펴고서는 준비해온 간식과 맥주 한 잔 마시며 초가을의 설악과 동해바다 그리고 내 고향 속초시내를 조망한다. 성인대에서 이곳까지 오르면서 느낀 점은 암릉 사이로 구절초가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순백색의 구절초 뿐만 아니라 연분홍색의 구절초도 많이 보인다. 연분홍의 구절초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조망 좋은 암봉에서 간식시간으로 40분 정도를 소모하고는 산행길을 이어간다. 오늘은 개인 산행이고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새벽부터 일찍 떠나온터라 급할 일은 없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면 된다. 행복한 시간…
중식을 마치고 조금 오르니 역시 구름대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부터는 희미한 안개속에서 암릉을 진행하는데, 바람에 따라서 가끔씩 구름이 벗어져서 파란 하늘이 보이다 닫히는 상황이 반복된다. 안개 속이지만 구름대가 얇은 듯 햇빛이 밝게 투영되어 주위는 밝은 편, 상봉을 향해 암릉을 따라 걷는데, 특이한 점은 상봉이 가까워질수록 구절초 군락이 많아진다. 다른 산에서는 구절초들이 군데 군데 서너 송이 정도씩 피어 있지만 이 곳 상봉 주변에는 꽃집에서 꽃병에 꽃을 꽂아놓은 듯 구절초들이 밀집하여 피어 있는 것이 많다. 게다가 연분홍 구절초 군락도 많이 보이고…
구름이 벗어졌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능선길을 따라서 걷다보니 드디어 헬기장이 보이고 바로 앞의 봉우리에 상봉의 작은 정상석이 눈에 들어온다. 상봉 정상에 올라서니 1시 50분이다. 역시 돌무덤위에 놓여진 큰 돌에 상봉이라고 손으로 써서 만든 상봉의 정상석이다. 건너편의 신선봉이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의 하나가 된다고 하여 이곳이 금강산의 남단이라고 하는데, 상봉이 신선봉보다 조금 높은 1239미터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는 정상석 아래에 자리를 펴고는 중식 자리를 만든다. 오늘 상봉 조금 아래까지는 가끔 두 세번 정도 산객을 만났지만 이 곳 상봉부터 신선봉까지는 보이는 산객 없이 우리들만의 북설악을 즐기게 되는 행운을 갖는다. 상봉에서 일행들과 담화하며 50분 정도를 중식으로 소요하고는 다시 화암재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두 달전 신선봉쪽에서 이쪽 상봉에서 신선봉쪽으로 내려오는 암릉이 무척이나 뾰족하고 예리해보였는데, 역시나 화암재로 내려가는 길이 위험한 암벽들이 몇군데 나타난다. 하지만 정성스런 어느 산객들이 묶어놓은 로프들 때문에 별 문제 없이 하산길을 이어간다.
거친 하산길을 따라서 잠시 내려가다 보니 오목하게 수풀이 우거진 화암재가 나타난다 (3시 20분).
오늘 원래의 산행 계획은 상봉과 화암재를 거쳐서 신선봉에 오른 후에 화암재로 내려오지 않고 모 산객이 산행한 후에 블로그에 올려준 gpx 파일을 구하여 신선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도원능선을 타고서 화암사로 하산하려고 하였는데, 여유 있게 즐기면서 오다보니 시간이 많이 경과되었다. 7인 중의 3인은 두 달 전에 신선봉을 가보았기에 4인이 가보지 못하였기에 일단 신선봉까지 진행하기로 하여 신선봉쪽으로 백두대간 길을 따라서 진행한다. 신선봉 아래의 대간령과 신선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틀어서 너덜바위를 타고서 신선봉에 오른다 (3시 50분).
정상에 오르니 두 달전하고 달라진 것이 있었다. 두 달전에는 정상석이 상봉처럼 돌무덤에 놓여진 큰 돌에 손으로 신성봉이라고 써서 만든 정상석이었는데, 8월 24일에 속초신협산악회에서 대리석판에 신선봉 정상패를 만들어서 정상 바위에 단단하게 붙여 놓았다. 화암재에서 이 곳 신선봉에 오를때는 신선봉에 올랐다가 다시 화암재로 하산하여 화암사로 내려가기로 하였는데, 이 곳 신선봉 정상에서 일행들의 시념 사진을 담고나니 욕심이 생긴다. 원래의 계획대로 도원능선을 따라서 내려가보기로 하고 정상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는데, 시작부터 암릉이 상당히 험하다. 바위능선 옆으로는 눈잣나무 위에 잣방울이 탐스럽게 열려 있고, 군데 군데 다람쥐가 파먹은 잣방울도 많다. 어렵게 바위를 오르내리며 이삼백 미터 정도를 진행했을까? 정글같은 나무가지가 우거진 숲길을 파고들어서 조금 내려가니 큰 너덜 바위 지역이 나온다. 이 곳으로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오룩스맵의 gpx 궤적을 살펴보니 이전의 모 산객도 이 지역에서 길을 찾느라 많이 헤맨듯 궤적이 이러저리 곡선을 그리고 있다. 궤적대로 진행하려고 거친 나무가지들이 엉켜있는 숲속을 헤치고 진행하다 보니 이 상황에서는 시간도 늦고 이대로 진행하다보면 해가 저물어 큰 문제가 생기겠다는 판단이 선다. 결국 도원능선으로의 하산은 포기하고 다시 신선봉쪽으로 돌아가기로 하여 거친 암릉을 타고 지친 몸으로 신선봉으로 오른다. 다시 신선봉에 오르니 5시가 넘었다.
신선봉에 올라서니 한 동의 비박 텐트가 더 설치되어 2동의 비박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부족하다. 헬기장을 거쳐서 너덜바위길로 질러서 화암재로 내려온다. 화암재에서 좌회전하여 계곡길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바이오맨님이 해가 지기 전에 빨리 내려가려는 마음으로 선두에 서서 틈틈이 깔지를 깔면서 내려가는데, 바이오맨님은 이 길로 내려와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였는데, 하산 길 중간에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 놓인 깔지의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주변을 확인해보니 깔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6명은 정상 등산로로 하산하면서 그래도 바이오맨님은 계곡 따라서 내려가다가 다시 길을 찾아서 나오리라 생각하고 내려가는데 몇 십분을 내려가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 전화를 해보니, 염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바이오맨님이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길이 없어져서 능선으로 오르기도 해보고 혼자서 찾아내려 오려고 애를 썼지만 길을 못찾고 계곡 쪽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랜턴도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 난감한 상황이다. 시간을 7시가 넘어선다. 어디쯤에 있는지를 알아야 찾아 나설 것인데.. 일단 바이오맨님에게 계곡을 따라서 내려오라고 하고, 장도리님과 나는 우리가 있는 등산로에서 가까운 계곡으로 내려가 기다리기로 한다. 랜턴을 머리에 달고는 컴컴한 숲속을 헤치고 계곡쪽으로 내려가는데 계곡까지가 조금 멀고 비탈경사가 심하다. 어렵게 계곡으로 내려가서 조금 있으니 계곡 위에서 불빛이 보인다. 전화를 해보니 바이오맨님이다. 다행이다… 예상으로는 거의 암흑같은 밤중에 랜턴도 없이 휴대폰 조명으로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려 한 두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빨리 만나게 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함께 다시 등산로로 내려와 하산길로 내려가다보니 앞에 먼저 내려간 일행 4명이 일주문 앞의 계곡에서 공사중이라서 거너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함께 건너는 길을 찾아서 건너서 일주문에 올라서니 8시가 넘었다. 짐을 정리해서 차에 싣고는 8시 반경에 서울로 떠나온다.
평소 생각한 것이지만, 산을 정복한다는 마음과 완주한다는 욕심 없이 겸손하게 즐기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결국 신선봉에서의 잠깐의 욕심이 이런 결과를 빚은 것이다. 다행이 사고 없이 끝난 산행이었지만, 중요한 것을 배우게 해준 산행이었다. 앞으로는 더욱 겸손하게 안전하고 여유 있는 산행을 즐겨야 하겠다…..
산행궤적이 표시된 오룩스맵 온맵 지도.
산행궤적이 표시된 네이버 지도.
산행궤적이 표시된 다음 위성지도.
산행궤적이 표시된 구글 위성 입체 지도.
산행시작 : 오전8시 5분
산행종료 : 오후8시 20분
산행거리 : 13.5 km/h
산행시간 : 12시간 15분
최고고도 : 1238 m
최저고도 : 236 m
평균속도 : 1.1 km/h
|
첫댓글 어느 가을의 멋진 날을 9월부터 만들어 가시는
군요! 설악은 기후 이상이 한반도를 덮고 있다
해도 가을만큼은 확실한거 같아요!
가보기 힘든 북설악의 비경 멋지게 즐감했습니다.
10일날 화암사에 쌀바위까지 올라가면서 올가을이 가기전 꼭한번 이능선을 넘어보자 다짐하였건만!!!!
물뫼님 빠르게 다녀왔군요~~신선봉 넘어 백팩을 다시한번 가고싶게 만드네요~~멋진 즐산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