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리 정보당국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한미 관계가 곳곳에 난기류로 비틀 거리자 위성락 안보실장 방미를 검토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한, 미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대신 축사를 보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 주한미국대사와 주한 미군사령관을 초청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짐작은 하지만 이렇게 까지 진화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양국간 앙금이 쌓였다.
진짜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건지, 혹은 이해관계를 앞에 둔 미국이 한국 길들이기 때문인지 분명치 않지만, 정부는 소통과 문제 해결을 위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을 포함해, 한미 고위급 협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방미 검토의 우선적인 이유는 핵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지연된 안보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경주 에이펙 한미 정상 회담에서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 흔쾌하게 합의 되었으나 그 이후 말이 없었다. 결국 한미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걱정이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다섯 달 넘게 중단됐던 협상은 지난 6월 재개됐지만, 대미투자 협상 지연 문제로 다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지난 6월, 북한 사이버위협 대응 한미일 회의에 미국 측 요구로 국정원이 참석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최근에는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김정관 산업부 장관에게 국정원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산업통상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심상찮은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 국정감사 행선지를 유럽으로 바꾸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미국 국무부는 "비자 심사는 국가안보와 공공안전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미동맹은 건재하다고 강조하면서, 핵심 안보 협상 등에선 국익과 원칙을 지키며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감정 싸움 치닫는 한국·우크라 외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를 위반했다며 우리 정부가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한국으로 소환한다고 발표하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박 대사를 초치한 사실을 공개했다. 대사 일시 귀국이나 주재국의 대사 초치는 모두 외교적 항의의 뜻이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을 한국으로 데려온 외교적 성과에도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헤오르히 티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의 대사 소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설적인 대화를 재개하는 데 열려 있다”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를 외무부로 초청해 우크라이나 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가 감정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 항구를 거친 석유가 러시아로 운송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7~8월 유조선 7척이 울산·여수 등에서 실은 17만6000t 이상의 석유 제품을 러시아로 수송했고,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가장 부족한 경유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갈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 생포된 북한군 2명을 지난달 한국으로 송환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송환 합의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아쉽다”고 하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공개 경위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불러 따졌고, 우크라이나 측이 해명을 하지 않자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이달 초 박 대사를 초치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외교가 감정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 사이에 포로 송환을 비공개로 하자는 데 최소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부분적으로 어긴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여서 얻을 것이 거의 없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는 “정부가 러시아에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크게 지원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줘서 북한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러시아가 움직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전후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주 기회도 잃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은 외교력과 국력의 낭비일 뿐”이라고 했다.
양국 외교 당국은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대사 소환을 발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도 “우크라이나 측이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이 사안을 “외교적 오해”로 규정하면서 “진심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양국이 갈등을 빚게 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박 대사 초치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초치(summon)’ 대신 ‘초청(invite)’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수위를 조절했다.
양국간 외교 갈등은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감사 서한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고 “북한과 침략국 러시아에는 말 한마디 못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송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재명 정권,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다”고 했다.
한동훈 의원이 지난 10월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국정원장의 미국 입국 거부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한 의원은 이 국정원장이 지난 3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측으로부터 반미 성향을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후 국정원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한미 간 정보협력, 국가안전보장 관련 사항으로 답변이 어렵다"는 구두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이날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전날 저의 주장을 국정원이 사실상 시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같은 해석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한 의원이 제기한 '반미 성향 등을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월8일 '미, 국정원장의 '북 감시기관' 방문 거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원장이 지난 3월 미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미국 측과 일정 및 동선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이 원장이 미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NGA를 방문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허용하지 않았고, 미국 정보기관 수장과의 면담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국정원장은 지난 3월 중동전쟁 발발 속에서 국가안보와 국익수호 및 재외국민 보호 등 대응 활동에 집중하느라 전혀 해외를 방문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쿠팡 관련 국정원 직원들의 미국 입국 제한 의혹도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정부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을 입국 제한 대상 명단에 올렸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국정원은 "쿠팡을 조사한 국정원 요원들을 입국 제한 명단에 올렸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가 한미 정보협력과 관련해 허위와 왜곡이 뒤섞인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 훼손과 국익 손실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10월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조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독자제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 조 장관은 충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인 만큼 정 장관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충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장관은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미국 비자 발급 문제를 언급하며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한미관계가 파탄났다는 식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왜 한미관계를 그렇게 몰고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의원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올해 3월 미국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미 성향 때문에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미국 측이 이 원장의 성향을 별도로 문의했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이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실무회의를 앞두고 한국 국가정보원의 참석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문서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동맹국 정보기관의 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이를 구두가 아닌 문서 형태로 전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0월 8일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월 25~26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ㆍ미ㆍ일 외교당국 간 실무그룹 회의’를 앞두고 국정원의 참석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통보했다. 통보는 구두와 문서 두 가지 형태였다고 한다.
해당 회의에는 한ㆍ미ㆍ일 3국 외교당국과 관계 부처의 북핵ㆍ사이버 분야 담당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위협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국정원을 콕 집어 배제한 것은 단순 회의 참석자 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은 국정원을 배제한 구체적인 사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통지 시점이 7월 1일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쿠팡 관련 중간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은 눈에 띈다. 당시 미 의회와 행정부 안팎에선 국정원이 ‘쿠팡 탄압’에 관여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실제 법사위 보고서에는 “국정원(NIS)이 쿠팡에 대한 조사와 기기 회수를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정원은 “일련의 과정이 국정원의 지시ㆍ명령에 의해 이뤄졌다는 쿠팡 측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국정원 배제 조치 역시 이 같은 양국 간 불편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일각에선 한ㆍ미 정보당국 간 잇따른 마찰의 배경에 이재명 정부를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 안팎의 ‘친중 성향’ 의구심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시 핵시설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대북 영상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정 장관 측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였다”고 해명했지만, 미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미국행 비자 발급이 해외 국정감사를 사흘 앞둔 8일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통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청래 의원이 구주반으로 소속 반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재선 국회의원이던 2013년 10월에도 외통위 미주반 소속이었으나 미국행 비자를 받지 못했다.
나 의원은 "맹목적 반미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아온 세력이 외교·안보의 중추를 장악했을 때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외교적 파산' 선고"라며 "미국은 지금 '입국거부'와 '면담거절'이라는 가장 단호한 행동으로 이재명 정권의 안보관을 철저히 불신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한미 간 대미투자, 쿠팡 등 각종 현안으로 불화설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 부임 두 달이 지나고도 통일부 장관과 정식 상견례조차 이뤄지지 않아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10월8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동영 장관과 미셸 스틸 대사의 면담 일정은 이날까지 미정이다.
그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에 부임하면 먼저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두 달 안에 외교·안보 부처를 찾는 것이 관례다.
스틸 대사는 8월 초 조현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안규백 당시 국방부 장관을 잇달아 만났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스틸 대사를 접견했다.
그러나 부임 두 달을 훌쩍 넘기고도 대북정책의 수장인 정 장관과는 면담 일정 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한미 관계복원이 쉽지않을 것이고 핵잠수함 건조는 물건너 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