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 다롱이 만만세 <에필로그>퇴고중
주사를 맞고 나니 진통도 없어지고 스르르 잠이 오네요. 아빠가 끌어안았지만,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아프진 않았어요. 아니 전과 다른 포근함이 느껴졌어요. 예전엔 아빠가 끌어안을 때마다 내려달라고 보챘거든요.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아빠의 품이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잠잘 땐 가슴에 안겨서 자는 게 좋았지만, 저를 들고 보듬는 건 너무나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얼른 바닥에 내려주기를 바랐죠. 아빠는 제가 몸부림치니깐 금방 내려주긴 했어요. 그런데 어쩌죠? 오늘따라 아빠는 맥주도 마시지 않았는데 눈에서 물이 엄청나게 나오네요. 핥아 주고 싶은데 힘이 없네요. 주위에 많은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잠들면 깨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럼 이제부터 아빠의 눈물은 누가 핥아 주나요? 이제 조금 살아 숨 쉰다는 것의 의미를 알 것 같은데. 그래서 저녁에 돌아오는 아빠를 향해 더 꼬리 치고 차가워진 아빠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주고 싶은데. 저를 바라보는 아빠의 눈망울을 깊숙이 들여다봤어요. 아빠의 깊은 눈망울 위에 비친 저 힘없이 축 처진 모습이 제 모습일까요? 그동안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도 저인 줄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아요. 아빠의 눈 속과 가슴 속에는 항상 제가 있었다는 걸.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꼬리 치고 싶어요. 역시나 힘이 없네요.
더는 참을 수가 없네요. 눈이 감기네요. 아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하네요. 아빠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요. 아빠가 잠들었을 때 느끼던 것과는 조금 달라요. 지난날 아빠와의 추억은 더 선명해지는데 심장 소리는 희미해져요. 점점 점점. 아빠가 저를 보듬고 창가로 걸어가요. 밖은 어둠이네요. 아 어쩌죠? 아빠의 눈동자 속에 어둠이 흘러내려요. 아 핥아 주고 싶은데. 아빠의 눈동자 속에 있는 어둠을 다 핥아 주고 싶은데.
“그래 그동안 아빠가 그렇게 발톱을 깎아 주고 싶어서 발톱 깎자고 할 때마다 거부하더니 이제야 허락하는 거야? 이렇게 얌전히.”
“아롱아 발톱도 깎고 미용도 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게 하자. 그래 이렇게 가만히 있으니 아빠가 얼마나 편하게 잘하니. 나쁜 녀석아 진작 이렇게 얌전히 좀 있었으면 그동안 세상에서 제일 이쁘게 미용도 해주었을 텐데. 네가 오두방정을 떠니 맨날 무슨 쥐 파먹은 것처럼 했잖아.”
“그래도 그런 네 모습이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예뻤어.”
“아롱아 다롱오빠랑 아빠랑 곧 만나러 갈게. 그리 길진 않을 거야. 씩씩하게 잘 놀고 있어. 알았지.”
“아빠 슬퍼하지 않을게. 잠깐 이별하는 건데 뭘. 이다음에 우리 아롱이 좋아하는 간식 사 들고 하늘나라 갈게.”
첫댓글 아롱이 아직 건강한데 이런 걸 쓴다는 게 얼마나 거시기 한 일인지......하지만 그때 되면 절필 할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