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테스터를 사용하는 초등학생들이 위생 상태가 심각한 테스터로 인해 질병에 걸릴 위험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
2019년 9월 10일 춘천 ** 화장품 매장.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화장품 테스터 앞에 우르르 모여 화장을 하고 있다.
대여섯명 정도의 아이들이 테스터 립스틱을 번갈아가며 입술에 바르고, 피부화장을 하다 바닥에 떨어져 더러워진 퍼프를 다시 얼굴에 두드렸다.
매장 직원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테스터는 손등이나 손목에만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이들은 직원의 눈길이 닿지 않는 옆칸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가 다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테스터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는 초등학생에게 말을 걸자, 이소담(12)양은 “요즘 화장 안 하는 애들 거의 없다”며 “부모님이 화장을 못 하게 해서 다들 화장품 매장 와서 화장하고 간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1년째 아르바이트 중인 유애린(22)씨는 “테스터 화장품은 발색, 질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이나 손등 부위에 확인하는 용도로 써야한다”며 “피부와 입술 등에 직접 화장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조치를 취해도 눈치를 보며 풀메(풀메이크업)를 하고 간다”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원래 테스터 화장품의 용도는 발색과 질감을 확인하는 용도로 준비됐으나, 많은 사람들이 직접 얼굴에 화장을 하고 바닥에 떨어진 화장품을 그대로 두는 등 잘못된 사용을 하고 있었다.
실제 화장품 매장에서 테스터를 사용한 신정은(21)씨는 “아이(눈)섀도우 색을 확인하려고 발랐다가 결막염에 걸린 적이 있다”며 “립스틱 테스터를 썼다가 입술에 수포가 난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인의 경우도 화장품 테스터를 사용했을 때 세균에 감염돼 질병이 걸리는 사례가 많다. 면역력이 약한 초등학생은 더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비자원이 공동 진행한 테스터 화장품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장품 매장 16곳에서 42개 테스터 화장품을 검사한 결과 14개 제품(33.3%)이 황색포도상구균 등 미생물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될 경우 피부질환, 구토, 설사,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며, 눈에 감염 시 세균성 각막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의 경우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소비자원은 “테스터 화장품은 뚜껑 없이 개봉된 상태로 장시간 노출될 경우 공기 중의 먼지와 습기, 사용자간의 교차오염 등으로 위해미생물이 쉽게 오염 및 증식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매장에서는 제품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회용 도구를 제공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알코올로 소독을 해야 한다.
또 테스터의 개봉일자와 유통기한을 자주 확인하고 기한이 지난 제품은 바로 처분해야 한다.
매장을 방문하는 시민들 또한 올바른 테스터 사용법을 숙지하고 난 후 책임감을 갖고 테스터를 사용해야 한다.
구리 **피부과 전문의는 "화장솜이나 면봉 등 일회용 도구를 사용해 미생물에 의한 교차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며 "눈과 입술같은 민감한 부위에 직접적인 테스트는 피하고 테스트한 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닦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청결하게 테스터를 사용한다면 적합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질병에 걸릴 가능성 또한 낮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