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20년 세월을 바쳐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와 씨름하며 일궈낸 조정래 대하소설 3부작. 그 끝머리에 이 책, 『인간 연습』이 있다. 작가 조정래는 강제 전향을 당하고 출소한 노인의 삶을 그리며, 비로소 '분단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선 대하소설들이 민족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소설은 분단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온 한 개인의 시각을 통해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작가의 말'에서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을 지었다”고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로써 분단 이야기를 끝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하소설 3부작의 끝머리에 놓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소설의 주인공은 남파 간첩으로 내려왔다가 체포되어 강제 전향을 당하고 출소한 장기수 출신의 노인. 태산같이 믿었던 소련이 망하고, 북한 인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30년 감옥살이 끝에 만난 세상은 그에게 '헛살았다'는 자괴감만을 안겨주는데...
작가 조정래는 노인의 실패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으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조정래
1943년 전남 승주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1966년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o, 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출간하였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화상, 동국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책속으로
? 책속으로
“인간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시도해서 더러 성공도 하고 때로는 많이 실패하면서 또 새롭게 모색하고 시도하고…… 그 끝없는 되풀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한 ‘연습’이 아닐까 한다. 그 고단한 반복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 그것이 인간 특유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그 ‘큰 연습’ 한 가지에 대해 오래 생각해오다가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 아닐까.”--- 작가의 말 중에서
세상이란,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도, 아무리 높은 명성을 드날리던 사람도 숨 끊어져 죽어버리면 그 존재를 냉혹하리만큼 지워버리는 거대한 바다였다. 생전에 큰 위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어도 세상은 아무런 이상도 탈도 없이 태연하고 무표정하게 잘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전향한 장기수 하나쯤이야....... 그 허무감 앞에서 또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하는 회한이었다. 그런 감정의 반복과 교차가 어리석은 것인줄 알면서도 떼칠 수 없었고,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게 '사상적 삶'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했었던 자가 겪을 수밖에 없는 비애였다. 분명한 목표는 분명한 성과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 p.62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은 남파 간첩으로 내려왔다가 체포되어 30년간의 감옥살이 끝에 강제 전향을 당하고 출소한 장기수 출신의 노인 ‘윤혁’이다. 소설은 윤혁과 ‘이념적 쌍생아’이자 그 역시 강제 전향을 당했던 장기수 박동건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박동건은 ‘사상의 조국’ 소련이 “미국과 전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저절로 폭삭 주저앉아버리고”, “태산같이 믿었던 (주체 조국) 북한마저 인민들이 굶주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을 알고 ‘헛살았다’는 자괴감에 빠지다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윤혁 역시 사상적 동지의 죽음으로 인한 회한과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면서 “평생을 바쳐온 이상이 자취 없이 사라져버린 상황 속에서 참담한 패배와 비참한 일생의 허무를 느끼며” 자신의 삶이 허망하다는 회오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곤혹스러움 속에서 윤혁은 감옥에서 만난 운동권 출신의 강민규와 교류하고, 가게에서 먹을 것을 훔쳤던 경희?기준이 남매를 구해준 인연으로 이 아이들을 사흘거리로 만나며 삶의 새로운 활기를 얻는다. 피붙이 하나 없이 사회에서 배척을 받으며 오래 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윤혁에게 아이들은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일깨우는 ‘두 송이 꽃’으로 의식될 만큼 기쁨의 원천이 되어주었고, 새로운 사회현실 속에서 시민운동을 계획하는 강민규와의 대화를 통해 윤혁은 사회주의의 몰락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새로운 삶의 계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강민규의 권유로 수기를 출판하고 이를 계기로 보육원장 최선숙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그녀가 운영하는 보육원에 들어가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면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새로운 삶에 다다른다. 이로써 윤혁의 ‘인간 연습’은 완성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 출판사 리뷰
통일 시대의 밝은 미래를 지향하며 비극적 줄거리를 갖고 있는 이 소설은 해피엔드로 끝난다.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을 해피엔드로 마무리한 것은 민족통일의 전망을 밝게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장기수가 ‘인간의 꽃’인 아이들과 말년을 보내는 모습은 사상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의 희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분단을 딛고서 통일시대를 지향하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 소설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기도 하다. 또한, “건전한 보수와 생산적 진보를 조화시켜 좌우의 날개로 균형을 잡는” 시민사회를 건설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균형 있는 시각을 지닌 운동권 출신의 젊은이와 천진난만한 어린 남매를 등장시킨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작가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만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밥 먹는 철학, 그것은 이념 이전에 인간의 문제였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발표한 뒤 한때 좌익을 옹호한 작가라는 비판을 받으며 이념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던 작가는 이 소설에서 냉철한 시각으로 사회주의의 이상이 변질되면서 몰락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마르크스주의란 기본적으로 ‘밥 먹는 철학’인데도 그것을 실현시키지 못해 결국은 스스로 몰락하고 말았다”고 진단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려고 만든 이데올로기를 그 반대로 비인간적으로 운용해왔으므로 그 체제가 망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동안 “비인간적인 얼굴, 다시 말해서 짐승을 다루는 듯한 야만적인 사회주의 지배를 해온 것”을 비판한다. (소련의 붕괴와 사회주의의 몰락 원인에 대해서는 강민규의 입을 빌려 사회주의 몰락에 관한 세미나에서 나온 다양한 견해들을 밝히고 있다. 본문 94-96쪽 참조)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한 걸음씩 『인간 연습』은 그리 길지 않은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의 몰락, 이념형 인간의 종말과 거듭나기,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까지 매우 폭넓은 의미론적 지평을 거느리고 있다. 세 편의 대하소설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몸담았던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이제 역사의 지평 위에서 새로운 인간의 조건을 탐색하는 문학세계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소설은 과거의 이념에 대한 치열한 비판적 성찰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통일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지도 웅숭깊게 암시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현재의 남과 북을 그대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왜곡된 제도와 이념과 의식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간적 심성의 토대 위에서 ‘연습’을 하듯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길은 더디지만, 인간을 희생하지 않고 역사적 퇴행이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첫댓글 요즘 한참읽고있는책입니다... 책이 너무좋아 이렇게 소개해보았어요...
헉!!! 사도님도 책읽으세요??? 전 밥만 먹는줄 알았는데..ㅋㅋㅋ 소개책 감사합니다.저도 함 읽어봐야겠네유...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이하야..^^
ㅋㅋ 밥도 먹고 마음의 양식도 먹고...좋아요...그러잖아도 인간연습을 어떻게 썼나 했는데...무지 고마워요. 사도님. 큰 도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