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소양강댐 저수율 25.9%, 역대 최저치 임박
농작물 재배・내수면 조업 등 타격…축제 무산도
도, 국비지원 요청…농민들 “용수관리정책 개선돼야”
4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강원도 농어촌 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다.
한국수자원공사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18일 현재 소양강댐은 저수율이 25.9%로 떨어지면서 수위는 152.3m로 역대 최저치인 1978년 6월24일 151.93m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수위가 4-5cm씩 빠지고 있어 물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 일대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민들은 낮아진 수위로 인해 조업을 하지 못해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소양호에서 조업을 하는 내수면어업인 140명은 낮아진 수위만큼 물고기가 줄어 조업을 나가도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특히 인제지역의 어업인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지역의 대표축제인 빙어축제를 열지 못한데 이어 조업활동까지 어려워지자 수개월째 수입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다른 댐과 저수지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에 따르면 도내 주요 저수지 78곳의 평균 저수율은 50.5%로 예년 평균 74%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도내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의 토교저수지 저수율은 35.6%에 불과하다. 강원도 누적강수량도 평년 대비 57%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뭄현상이 심하다. 극심한 가뭄에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도내 일부지역의 모내기가 지연되고, 모내기를 한 논도 마르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또 파종이 마무리된 감자나 옥수수도 일부 지역에서 시듦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선의 김영돈씨는 “작물에 물을 매일 줘도 적시기만 할뿐, 이제는 한계를 느낀다”라고 현재 상황을 말했다. 고랭지 배추와 약초를 재배하는 김씨는 요즘 매일 물통에 물을 받아 밭으로 퍼 나르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기동대 살수차량도 지원이 나와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 같으면 생산량이 30~40%는 줄어든다”며 “이런 상황이면 가을에 농민들이 대책을 요구하며 서울에 농민대회 참석 하니, 농민들에게 기동대는 물대포를 쏘지 말라고 농담도 던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추석 전후로 나갈 고랭지 배추를 6월 말 심을 예정이다. 이제 10일정도면 밭에 심어야 하는데, 마른 땅에 심어서 어찌해야할지 한숨을 쉬었다. “농사에는 물이 중요하다. 가뭄과 장마를 잘 지내야 한다”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에 쏟아 부은 돈은 다 어디로 갔냐”라고 한탄을 했다.
철원의 전흥준씨는 “모내기를 끝낸 지금은 한숨 돌렸다”지만 한달전 모내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동네에 물이 없어 모내기를 하니, 못하니 걱정하다 겨우 모내기를 끝냈다. “철원은 경지정리와 수로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고지대 논은 물이 없어 말라버렸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홍천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손범준씨는 10일정도 오이를 수확했다. “하우스 안에서 재배를 해서 매일 물을 주는데도 생육상태가 안좋다”라며 “휘어진 오이로 인해 수확량이 30% 정도 줄었다”라고 밝혔다. 고온과 가뭄이 계속 되고, 일교차가 큰 날씨로 영향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특수를 기대하던 관광업계도 비상이다. 강원도 대표 물놀이 명소인 인제 내린천이 새하얀 자갈밭으로 변해 가고 있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가뭄해갈 시까지 농정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가뭄대책상황실 4개반(축산반, 유통원예반, 농업용수반, 유관기관)을 편성, 운영키로 했다. 또 가뭄 극심지역에 대해서는 지역담당관제를 지정하는 등 단계별로 가뭄대책을 적극 추진키로 했으며 시군, 유관기관 등에서도 가뭄대책 상황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토록 했다.
도는 가뭄대책 사업비 81억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중순까지 가뭄해갈에 충분한 비가 오지 않아 가뭄대비 영농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하게 됐다. 도는 지난 4일 최문순 지사 주재로 가뭄대책 관련 실국ㆍ과장회의를 열고 가뭄 조기 극복을 위해 도 예비비 20억원을 긴급지원하고 이와 별도로 농림식품부에 국비특별지원(55억원)을, 국가안전처에 특별교부세(30억원)를 건의하는 등 가뭄극복을 위한 총력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전농 강원도연맹 김용빈 조직교육위원장은 농촌지역 가뭄 극복 및 대비를 위해서는 농업용수 관리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화천은 화천댐이 있고, 춘천댐도 인근에 있으나 마을마다는 물이 없어 난리”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농업용수 관리를 못한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마을마다 작은 규모의 저수지를 상류지역에 만드는 게 시급하다”며 “저수지에서 하류쪽 농지를 거쳐 하천으로 물이 흐르도록 하면 가뭄과 홍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농촌에 필요한 것은 4대강과 같은 개발논리가 아닌 정부와 지자체의 농민을 위한 정책과 의지라고 지적했다.
박중구・김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