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과 M16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어제 밤 소요의 흔적들을 카메라로 담기 위해 공항 로터리로 갔다. 6시가 되기도 전이다.
그런데 벌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기 시작하면서 전신주를 두드려댄다.
미처 로터리에 다 닿기도 전에 공항 경계의 철조망 너머로 내 쪽 길에 모여들던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하고 따라서 전신주 소리는 더욱 요란해진다. 돌을 던지지 말라고 손짓을 해보지만 쳐다보고 씩 웃고는 상대를 손짓하며 계속 돌질을 한다. 철조망 너머 캠프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쪽으로 돌을 던지며 대응을 한다. 순간에 사람들이 무리를 이룬다. 더러는 복면 같이 얼굴도 가리고 나온다. 이제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철조망 안쪽인 난민캠프촌의 사람들은 동쪽, 우리 숙소 마을 주변으로 바깥사람들은 서쪽 사람들인 것이 분명하게 드러내는 현장이다.
그런데 몰려던 사람들 중에는 새총을 꺼내어 상대편 사람을 겨냥해 쏜다.
지금까지 새총을 가지고 사람을 향해 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아하, 저것이 저렇게 사람을 해하는 무기도 되는 구나 싶었다. 좀 더 관망하다가 보니 돌팔매질은 그냥 무작위의 시위적인 행위이지만 저 새총은 단순히 그런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직접 겨냥해서 쏘는 직접적인 위해 행위라는 것이 느껴진다.
어릴 때 보기 좋고 튼튼한 삼각나무 가지를 보면 새총을 만들곤 했다.
그때는 고무줄도 귀하던 때라 팬티의 고무줄을 몰래 빼서 만들다가 어른들로부터 혼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병원에서 사용하는 노란 통 고무줄을 얻어 부드럽고 말랑한 가죽으로 새총 알 안장까지 만들면 최고의 새총으로 쳤고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는 했던 기억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산이며 들이며 새를 잡으려 다녔고 정말 어쩌다 한두 마리 맞히곤 했다. 내 기억에는 이 새총으로 다람쥐를 맞춰 잡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같은 새총이기는 하지만 여기 사람들의 새총은 저런 놀이의 기능을 능가해 있다. 오늘 아침에 본 사람을 쏘는 것 말고도 이 용도가 다양하고 잘 단련되어져 있는 것을 본다. 우리는 아이적의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정도인데 여기서는 짐승을 잡는 연장으로 사용한다. 특히 이것으로 닭을 잡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다. 짐승들을 모두 풀어서 키우는데 닭은 날 짐승이라 잘 날아 다닌다. 여기 닭을 보고는 저렇게 잘 날 수도 있는 날짐승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 하게 된다. 저녁이면 지붕위로, 높고 커다란 나무 가지위로 날아 올라가 잠자리를 잡는데 어떤 녀석은 얼추 나무 꼭지까지 올라간다. 이러니 닭을 쫒아가서 손으로 잡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새총으로 맞혀 잡는데 적중률은 90%를 상회한다. 이것도 아이들의 놀이가 아닌 어른들의 일로써 하는 것이다 보니 일찍부터 훈련이 되는 것 같다.
가끔 한밤중에 뒤뜰에서 닭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소란이 있고난 다음날 아침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쥐나 뱀이 병아리를 잡아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강아지만한 ‘쥐를 잡았다’ ‘뱀을 잡았다’ 하기에 반신반의 했는데 한날 밤 또 그렇게 요란해서 나가보니 닭장으로 접근하는 뱀을 발견해서 잡은 중이라며 바나나 덤불 무더기 속으로 후레쉬를 비취며 새총을 날리고 있다. 들어다보니 정말 1.5m나 되는 뱀이 새총 알을 몇 방 맞고는 꿈틀거리고 있었고 결국은 잡아내 모닥불을 피워 태워 죽인다.
이렇게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새총이 오늘 아침에는 사람을 겨냥하는 것을 보는데 한두 사람이 아닌 것이다.
조그만 다윗은 2m가 훨씬 넘는 골리앗을 작은 돌매 질로 쓰러뜨렸지 않은가.
저 새총 알이 정통으로 사람의 정수리로 날아들면 어찌 넘어지지 않을까?
조금 있으니 호주 평화유지군이 급히 달려온다.
그때까지 돌질을 하고 새총을 날리던 사람들이 “말라이!” 라고 소리를 지르며 반은 달아나며 숨고 용감한 듯이 남은 자들은 자신들의 새총을 뒷주머니로 감추고는 철조망 너머를 손짓하며 저들이 돌을 던진다고 너스레를 떤다. 평화유지군들이 M16을 휘두르며 빨리 돌아가라고 쫒으니 일부는 돌아서 나오고 또 일부는 총을 든 군인들을 배회하며 그냥 돌을 던진다. 돌 던지는 사람을 본 군인이 잡으러 뛰어가고 또 이 사람은 날쌔게 달아나 결국은 놓치고 만다. 현장을 카메라로 찍었더니 군인들이 내게로 쫒아와 사진을 찍지 말란다. 할 수 없이 리포터라고 하니 어디 소속이며 ID를 보자고 한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하니 이름과 나라와 소속을 받아 적고 무전으로 상황실에 알리더니 더는 찍지 말고 물러서라고 해서 돌아 나왔다.
돌아 나오며 이웃 사람의 말을 들으니 군인들이 자기들 보고 M16을 겨누고 또 한사람은 맞았다면서 호주 군이 나쁘다고 성토를 한다. 아마도 PP탄을 쏘는 모양이다. 이 사람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몰려들어 돌질을 먼저 해 놓고선 군인들이 와서 해산하라고 해도 말 안 듣고 그러다 한방 맞았는데 왜 군인들이 나쁘다고 하는가. 자신들은 새총이고 군인들은 M16이라서?
정말 이들이 오늘 아침 하는 행위를 보면 이들에게 M16이 없다는 게 천만 다행인 것이다.
지금도 집 앞으로 군인들이 막아서서 통행을 차단하고 머리 위로는 헬리콥터가 계속 날고 있다. 그리고 열대의 뜨거운 정오의 태양 밑에 모두가 눅어나는 나른함에 밀려 보이지 않는 그늘로 숨어들고 경계하는 군인들만 짙은 선글라스로 저 빛을 버텨내고 있다.
결국 저녁에는 저 새총에 사람이 맞아 죽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날아든다.
새총에 돌만 채워서 쏘는 것이 아니라 작살 같이 생긴 표창을 만들어 쏘는데 이것에 명치를 정통으로 맞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한다.
지난 주말부터 캠프마다 소요가 일어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 누구 하나 자제를 호소하거나 싸워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사태가 이런데도 의원과 관료라는 사람들은 TV 에 출연해 라마단 기념일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한사람이 10분도 넘게 낭독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모른척하며 이 소요들을 방조하고 있는 저 정치 세력들에게 문제가 있다.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불만과 불신을 민중들 사이의 갈등과 다툼으로 돌리려는 드러나지 않는 의도와 국제 사회의 시각을 유도하고자 하는 음흉한 의도가 아니면 이럴 수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난민의 캠프 마다 다니며 “고생한다. 조금만 참자. 우리 같이 이 난국을 극복해나가자”며 읍소를 하고 다녀야 마땅한 것 아닌가.
10월 25일(수)
딜리에서
바들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