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는 고양이가 전부이다.
그것은 제가 어느 입간판 속에 갇힌지도 모르면서
아무 의심 없이 제 옆에 놓인 사료 봉지를 쳐다본다
저의 머리가 언제나 오른쪽으로 기운 것도 모른 채
저의 혓바닥이 행인의 담뱃불로 지져진 것도 모른 채
한번도 돌아본 적 없는 왼쪽의 세계에 대한
무지 아닌 무지와 달관 아닌 달관의 표정으로
결코 제 입속으로 떨어지지 않을 공중의 간식을 위해
평생 한 종류의 눈빛과 부동하는 한 자세를 선보인다
하지만 고양이는고양이에 관한의문을 키우지않는다
하늘을 의심하는 일이 하늘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
술을 먹고 입간판를 걷어차본 자식들은 알 것이다
아무도 고양이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고양이를 조각조각 부숴볼 수는 있지만
고양이에게 이 세계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창작과 비평.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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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희
1972년 안동출생. 200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ㅡ <앨리스네 집>. <4를 지키려는 노력> 등
첫댓글 고양이에게는 고양이가 전부~ 맞습니다.
고양이에게 이 세계를 가르칠 수 없다는 부분이 가장 와 닿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세상을 주입시길 수 없는 존재인데...간혹 그 사실을 잊어서...서로를..할퀴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시...소개 감사드립니다^^
깊이 있는 詩眼으로 작품을 보시고
써 주시는 선생님의 예리한 평문이
작품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주문학 카페를 풍성하게 해 주고 계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정작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쁘지요
부모의 심정으로 자식에게 좋은 것을 권해보지만
정작 자식들은 자신의 관심사만 바라볼 뿐
나머지는 관심밖인것 같습니다.
그러한 심사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 여겨집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