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이 세차게 쏟아진다. 마치 진주를 생각하라는 듯이
폭풍우마다 그 콧구멍에서 주워 모았던
그 진주들을 키우기라도 하라는 듯이.
이 비를 말릴 생각은 마시길.
내가 폭풍우 속으로 다시 떨어질 운수가 아닌 한,
아니면 이 물 속에 나를 묻고, 내가 모든 불구덩이 속에서
다시 물로 솟아나리라는 약속이 없는 한.
어디까지 이 비가 내게 다다를까?
내게 어디 마른 부분을 남겨 둘까 두렵다.
비가 나를 시험 안 하고 가 버릴까 무섭다
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목청의 갈증도 모르고,
그 갈증을 위해, 조화를 위해,
항상 올라가야 하는, 절대 내려와서는 안 되는 나의 목구멍!
어쩌면 우리는 아래를 향하여 올라가는 게 아닐까?
노래하라, 비여, 비록 바다 없는 바닷가에서라도!
그리고 내게 아무 말 말라.....
그리고 내게 아무 말 말라.
사람은 다 충분히 죽일 수 있다.
비록 그 사람이지만, 그도 잉크 땀을 쏟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게 아무 말 말라....
우린 다시, 사람들아, 사과를 들고 만나게 되리라:
아이는 뒤늦게 배우게 되리라,
나무로 만든 커다란 심장으로
무장을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칼 마르크스의 말에 들어 있는 헤라클리토의 말을,
거칠게 들리는 부드러운 자의 목소리를......
이것이 나의 목구멍이 찬찬히 이야기한 이야기:
사람은 다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사람들아,
신사들아, 우리 다시 허세 없이 만나게 되리라,
그때까지 내가 요구하는 것은, 유약한 나에게
이 한낮의 목소리를 간직하도록 하는 일,
보아하건대, 벌써부터 나의 무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목소리를
그리고 나의 모자에 대해서는, 이 기억과 처참한 유사성을 간직하도록 요구한다.
왜냐하면, 때대로 나는 나의 울음 우는 광막함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이니까.
왜냐하면, 때때로 나는 나의 이웃의 목소리 속에 빠져들어
고뇌하니까.
세월을 옥수수 알로 헤아리며,
죽은 사람의 소리에 맞춰 나의 옷을 솔질하거나,
나의 관 위에 술 취해 주저앉아서.....
그리고 만일 그 많은 말들 뒤에....
그리고 만일 그 많은 말들 뒤에,
한마디 말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만인 그 많은 새들의 날개 뒤에
머물러 있는 새 하나 살아남지 못한다면!
정말이지, 모두 송두리째 다 먹어 치우라고, 우리 끝장내는 게
더 나을 일!
우리는 우리의 죽음을 먹고 살기 위해 태어났다니!
하늘에서 땅으로 일어난 것이
오직 스스로의 재난만을 위한 거라면,
스스로의 그림자로 그 어둠을 끝 순간만을 엿보는 것이라면!
차라리 솔직히, 모든 송두리째 다 먹어 치우라고 한들
무슨 상관이랴!
그리고 그 많은 역사 끝에, 우리가 항복한다면,
영원으로부터 오는 이유가 아니라,
단순한 일들, 단순히 집에
있다거나, 생각에 잠기는 일 따위처럼!
그리고 나중에
단번에, 우리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별들이 높은 것이 보이고,
손수건의 얼룩이나 빗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판단을 입증한다면!
정말이지, 모두 송두리째 다 먹어 치우라고 하는 게
물론 더 나을게다!
사람들은 우리 눈 중 한 눈에
많은 한이 서려 있다고 말하겠지
그리고 또 한 눈에도 많은 한이
그리고 바라보는 두 눈에 정말 많은 한이.......
그때는......정말!......그때는........말도 안 돼!
1936년 시월, 빠리
이 모든 것 중 떠나는 건 오직 나 하나뿐,
이 벤치로부터 나는 떠난다, 이 바지로부터,
나의 위대한 환경으로부터, 나의 행동으로부터,
조각조각 난 나의 숫자로부터,
이 모든 것 중 떠나는 건 오직 나 하나.
[엘리세움 공원]으로부터, 아니면 그 모퉁이를 돌면
[라 루나]거리 이상한 골목길로부터,
나의 사망이 떠난다, 나의 요람이 떠나간다,
사람들에 에워싸여, 혼자서, 혈혈단신으로,
나와 인간적으로 같은 사람이 돌아본다,
그리고 하나 씩 하나 씩 자신의 그림자를 떨치고 간다.
이내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알리바이를 성립시키기 위해 남게 되니까:
나의 구두, 구두끈이 꿰어졌던 구멍, 또한 밑바닥의 진흙
그리고 아직 단추가 채워진 내 와이셔츠의
굽은 팔꿈치 자국까지.
한얀 돌 위에 검은 돌
소나기 오는 날 난 빠리에서 죽으리,
그 어느 날에 대한 기억이 내겐 벌써 생생하다.
난 빠리에서 죽으리-----아직 바쁘진 않지만----
어쩌면 어느 가을, 목요일, 오늘 같은.
목요일일 것 왜냐하면 오늘, 목요일, 지금 이 시들을
산문으로 베끼고 있는 순간, 내 상박골이
쑤시기 시작하고, 한 번도 오늘 같이, 이 많은
길을 걸어오며, 정말 혼자라는 생각을 다시 한 일 없다.
세사를 바예호가 죽었다, 그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모두들, 그는 아무에게 아무 짓도 안 하는데:
그를 몽둥이로 거세게 때렸다, 거세게
또한 밧줄로 : 이 목요일들 그리고
이 상박골들이 증인이다, 그리고
고독과 비와 길들...........
공정하게, 냉철히 판단해서.........
공정하게, 냉철히 판단해서,
인간은 슬프다, 기침을 한다, 하지만
가슴이 불그스레 만족해 한다 :
유일하게 하는 일은 나날을
짜 맞추는 것 :
인간은 음흉한 포유동물, 머리를 빗는다..........
인간의 행동이란 일을 하며 부드럽게 사는 짓이란 것을
생각해서,
과장이 떵떵거리면, 예, 예, 복종하는 소리 내기,
세월의 도표는
계속 훈장을 앞에 걸고 계속 암흑으로 자리한 휘장,
눈을 반쯤 뜨면 그의 눈은 태곳적부터,
집단의 굶주린 출세 공식을 연구했을 뿐.
애를 쓰고 보지 않아도
인간은 더러 울음을 터뜨리듯
생각에 잠기는 때가 있다는 사실이고,
물건처럼 드러눕고 싶은 성향을 받아,
좋은 목수가 되기도 하고, 땀을 흘리고, 죽이고
그리고 노래하고, 점심을 먹고, 단추를 채우고.............
또한 인간은 정말 하나의 짐승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넘어지면, 머리에
슬픔이 맞부딪치는...........
결국, 그 떨어진 조각들을,
그 절망과, 지독한 하루를 끝마쳤을 때의, 그 기억을
검토하면..............
그도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거고
그를 미워한 것도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거고,
이해하면서...............
그의 일반 서류를 검토한다.
돋보기를 쓰고 그 어느 증명서를 보다 보면
태어날 때는 그도 아주 작게 태어났다는 증명이 보인다.........
나는 그에게 눈짓을 한다.
그가 온다.
이내 나는 그를 껴안는다, 감동해서.
누가뭐래! 감동해서........감동해서..............
여 름
여름아, 나는 간다, 너의 하오의
그 다소곳한 손길들이 아쉽지만..........
너는 열심히 온다. 늙어서 도착한다.
나의 영혼 속에서 이제 너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리라.
여름아! 너는 황금과 자수정의
커다란 염주를 걸고 나의 발코니로
지나가겠지. 죽은 연인들의 깨어진 반지를 찾아서
멀리서, 멀리서 찾아온 신부님처럼.
여름아, 나는 간다. 저기 9월에는
너에게 그토록 부탁한 장미 하나가 나를 기다리지.
모든 죄와 무덤의 날들을 바쳐
성스러운 물로 너는 그 꽃을 가꾸어야지.
분묘가 신앙의 빛으로 하두 울어서
대리석까지 날갯짓을 한다.
너의 조가을 소리 높여 부르며 하느님께,
그녀가 영원히 죽어 있도록 해 달라고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