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살이 노래 (작자 미상)
형님 온다 형님 온다 분(粉)고개(지명으로 추측)로 형님(시집 갔던 언니를 형님으로 칭함)온다[aaba구조]. 보고저즌(보고 싶은) 형님 온다
형님 마중 누가 갈까. 형님 동생 내(대화 상대자)가 가지. - (형님 마중)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어떠합니까, 사촌 동생의 시집살이에 대한 호기심이 담겨 있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시집을 개가 사는 '개집'이라고 비유하여 시집살이에 대한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해학적 표현)[사촌 자매의 대화 형식]
앞밭에는 당추(唐추 : 고추와 당추는 같은 말로 음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반복 표현, 또는 같은 음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달리 표현됨)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대구와 연쇄의 기법],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당추와 고추는 같은 것이나 음의 조화로운 배치를 노린 표현이며, 시집살이의 매움을 강조하였다)
둥글둥글 수박 식기(食器 : 수박 모양으로 둥글게 생긴 밥그릇.)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小盤 :밥상의 일종으로 둥근 작은 밥상, 음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언어유희 / 자그마한 밥상이 어린아이가 도리질하듯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뜻)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예의범절을 갖추어 시집 식구의 밥상을 차리기가 어려움을 표현한 구절로 '둥글둥글'과 '도리도리'라는 음성상징어를 활용하여 운율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오 리(五里) 물을 길어다가(오리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다가에서 당시 여성들의 고생스러움을 알 수 있음) 십 리(十里) 방아 찧어다가,[당시 여성들의 일하는 동선이 길었다는 말로 여성들의 가사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구절]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 두 방에 자리 걷고,(식구가 많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임을 알 수 있다) [시집살이의 일상사 앞에 수 관형사를 붙여 그만큼 일이 많고 어렵다는 사실을 과장하여 표현]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니같이 어려우랴?[시아버지 앞에서의 행동이 외나무다리를 건너기보다 더 조심스럽고 어렵다. 시아버지 앞에서 행동의 어려움을 말함 / 정신적 고통]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기세가 등등하고 무서우랴/ 우리말의 색채어 중에는 의미의 확장을 통해 그것이 지니고 있던 원래의 의미인 빛깔 그 자체와는 거리가 먼 다른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하룻밤을 하얗게 밝혔다'에서 '하얗게'는 '사뭇 뜬 눈으로 지내다'의 뜻을 지닌 말임]?[시부모로 인해 겪는 갈등을 나타낸 부분으로 시어머니의 서슬퍼런 눈총이 나뭇잎보다 더 푸르다는 표현으로 적절한 비교와 색채어의 사용을 통해 시부모님 모시기의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표현]
시아버니 호랑새(호랑이 같이 무서운 새. 대하기 어려운 사람. 사람을 새로 나타냄)요 시어머니 꾸중새
동세( 동서 同壻 : 형제의 아내끼리 일컫는 말. ) 하나 할림새(남의 허물을 잘 고해 바치는 새라는 뜻. '할림'은 '할리다(참소하다)'에서 온 말.)요 시누 하나 뾰족새(성을 잘 내는 새, 앙칼지다)요.
시아지비 뾰중(불만이 많은/ 무뚝뚝하여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비유)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미련하고 어리석은 새라는 말로 남편의 모자람을 말함)요,
자식 하난 우는 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세.(속이 썩는다는 말 / 마음속으로 애를 태운다는 말)(시집 식구들을 새에 비유하여 화자의 처지를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탁월한 우리말 구사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
호랑새는 호랑이 같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비유가 연상의 기초가 됨.
꾸중새, 할림새, 미련새, 우는 새, 썩는 새는 무섭게 꾸중을 하는 사람, 하리놀기(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일러바치기)를 잘하는 사람, 미련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 울기를 잘하는 사람, 마음이 썩는 사람 등을 뜻하는 것으로, 어휘의 의미가 연상의 기초가 됨,
뾰족새, 뾰중새는 성을 잘 내고 잘 삐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삐죽거리는(마음이 언짢을 때 소리 없이 입을 내밀고 실룩거리는) 모습이 연상의 기초가 됨
귀 먹어서 삼년이요 눈 어두워 삼년이요,
말 못해서 삼년이요 석['냥', '되', '섬', '자' 따위의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이 셋임을 나타내는 말로 석 냥/석 달/석 섬/석 자.] 삼년을 살고 나니,(삼년이 세 번으로 곧 9년을 말함,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고 싶은 말도 참고 살아야 하는 가부장제하의 시집살이 어려움을 뜻함)
배꽃 같던 요내 얼굴 호박꽃(예쁘지 않은 여자를 비유한 말)이 다 되었네. (대조법)
삼단(삼의 묶음으로 숱이 많고 긴 물건을 가리킴.) 같던 요내 머리 비사리춤(싸리의 껍질같이 거칠어진 모양)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섬섬옥수) 요내 손길 오리발(거칠고 투박해진 손)이 다 되었네. (대조적인 표현을 통해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드러냄)[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고생스럽고 어려운 시집살이를 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모습이 예전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초라해져 있는 것을 한탄한 구절]
열새 무명(아주 발이 고운 무명, 아주 곱게 짠 무명) 반물치마(짙은 남빛 치마) 눈물 씻기 다 젖었네.
두 폭 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 (고된 시집살이의 묘사)
울었던가 말았던가[울었는지 말았는지 할 정도였는데] 베개 머리 소(沼)이겼네.(沼는 물이 깊게 괸 곳으로 눈물이 소를 이루듯 홍건히 괴었음을 말함, 눈물이 연못을 이루었네)
그것도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자식들을 빗댄 말로 보기도 함)
쌍쌍이 때 들어오네.(때를 맞추어 들어온다. 떼를 지어 들어온다. 물에 떠서 들어온다, 어린 자식들이 어미 품을 파고드는 모습을 과장법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괴로운 생활을 자식들을 보며 시집살이의 고통과 좌절을 극복하게 해줌. 다시 말해서 자식들로부터 받는 마음의 위안)- (해학적인 체념)
핵심정리
갈래 : 민요(경북 경산 지방), 부요(婦謠)[4음보(音步)의 연속체(連續體)형식으로 후렴구가 없다.
성격: 여성적, 서민적, 풍자적, 해학적
율격 : 4.4조의 4음보 연속체/제재 : 시집살이
주제 : 시집살이의 어려움 토로, 시집살이의 한(恨)과 체념
이해와 감상
'시집살이'란 제명(題名)은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모든 노래를 의미하며 여기에 소개된 노래는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노래는 경북 경산 지방의 부녀자들에 의해 구전되던 부요(婦謠)로 봉건적인 가족제도 아래서 겪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주제로 삼았다. '시집살이 노래'는 남성 중심의 봉건적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를 사촌 자매간의 대화 형태로 표현한 민요이다. 이 노래는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민요(民謠)로 서민들의 소박한 애환을 담은 민중의 노래로 볼 수 있다. 또한 '시집살이'라는 부요(婦謠)는 여성 생활의 불행을 고발(告發)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민요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봉건 사회의 대가족 제도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가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층층시하(層層侍下:부모, 조부가 다 살아 있는 시하)의 모든 시집 식구들과 아내의 괴로움을 몰라주는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 며느리만이 겪어야 하는 불행에 대한 항거가 거리낌 없이 드러나 호소력(呼訴力)을 가진다.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란 말처럼 갖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소박하고도 간결한 언어로 압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결말 부분에서는 해학적인 언어로 체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진실성이 나타나 있다.
부요(婦謠): 봉건 사회 속에서 우리 부인네들이 겪어야 했던 삶의 애환을 바탕으로 한민족정신을 가장 잘 나타낸 민요로 평가받는다. 시집살이의 고됨을 여성 자신이 표현한 점에서는 내방가사와 같지만, 도덕적 구속에 대한 항거라는 점에서 다른 면모를 지닌다. 부요는 부녀자 층에서 불리어진 노래로, 섬세한 감정으로 생활을 깊이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 노래의 표현상 특징>
이 노래는 일상적 소재와 소박한 시어를 통한 적절한 비유, '둥글둥글 수박 식기', '도리도리도리 소반' 등 친숙한 어휘의 반복, '고추 당추' 석삼 년'과 같은 음의 조화와 운의 활용, 그리고 시댁 식구들의 특징을 '새'에, 자식들을 '거위, 오리'에 비유한 해학적 표현 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배꽃 같던 요 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삼단 같던 요 내 머리 비사리춤이 다 되었네.'에서와 같이 대구, 대조, 열거의 표현 기법이 자유 자재로 구사되고 있어 표현의 묘미를 한껏 살리고 있다.
<시집살이 노래의 기능>
'시집살이 노래'에는 봉건적 가족 관계 속에서 겪는 서민 여성의 고통과 좌절, 허무와 애환 등 한스러운 삶이 적나라하게 반영되어 있다. 각종 사회적, 도덕적 구속에 얽매여 삶의 애환을 마음대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과거의 여인들은 이와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심리적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하고자 했던 것이다.
<비유적 의미의 추리>
이 노래는 시집 식구들과 자신을 '새'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각각의 새가 담고 있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추리해 볼 수 있다.
-호랑새(시아버지):무섭다, 혹은 대하기 어렵다.
-꾸중새(시어머니):꾸중만 한다.
-할림새(동서):잘 고해 바친다.
-뾰족새(시누이):앙칼지다.
-뾰중새(시아주버니):속이 좁아 잘 토라진다.
-미련새(남편):미련하다.
-우는새(자식):울기만 한다.
-썩는새(나):애가 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