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수 감사절이다.
지난 주말에 미국에서 다니러 온 시동생 가족과 함께 차례를 미리 지내고나니 정작 오늘은 한가한 하루.
토요일에 로키 산행을 다녀온 후 아직 장단지의 피곤이 가시지 않았지만 오늘같은 황금 시간을 그냥 보낼수야 없지.
주중에도 산행을 하는 산우들에게 연락하여 우리는 이번 주에 계획된 곳으로 답사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월요일의 휴일
산에는 그리 사람이 많지않았다.
자작나무 단풍이 이제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고 늘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그곳에는 따스한 가을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가도가도 이어지는 가파른 바위 절벽길
선두조를 앞서 보내고 한숨 고르려고 언덕에 앉아 쉬는데 함께 쉬던 산우가 아래쪽으로 옮겨앉자고 하였다.
주섬주섬 내 짐을 챙겨 작은 숲 아래로 옮겨 앉아 가져간 점심을 먹고 물을 마시려고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전화기가 보이지않았다.
올라오면서 만년설 아래로 군데군데 물든 자작나무 풍경 사진을 찍으면서 산의 얼굴이라고 디카시 제목을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는데.
찾아도 찾아도 나오지않는 전화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넓은 로키 산속에서 어떻게 전화기를 찾을수 있을까.
마침 산 정상쪽에서 내려오는 케네디언들을 만났다.
남편과 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혹시라도 발견하면 알려주기 바란다고 부탁하였다.
케네디언들은 그들의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라고 하면서 이것이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참 자랑을 하고 내려갔다.
우리 팀들이 내려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면서 전화기를 찾을까 생각도 하였지만 조금전 바위 급경사에서 남편이 손을 잡아주어 겨우 올라올 수 있었던 급경사 구간이 떠올라 내려갈 수도 없었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산정상 쪽을 바라보니 남편이 내려오고 그 뒤를 이어 함께 올라간 산우 부부도 내려오고 있었다.
기운빠진 목소리로 전화기 잃어버렸어요, 하자 남편은 우선 점심을 먹고 찾아보자 하였고 언니 산우는 그럼 먼저 전화기를 찾아야지. 하고 말하였다.
급해진 마음에 내려가는 길숲으로 향하고 있는데 뒤에서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여기 있네.
산우의 다급하고도 밝은 목소리였다.
전화기는 바로 내가 처음에 앉아있던 그 자리였다.
주섬주섬 내 짐을 챙길 때에 전화기를 빠뜨린 것이었다.
산우 언니 말인즉 올라가면서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산 위에서 보았다고 한다.
그자리는 바로 케네디언들에게 전화기를 잃어버렸다고, 혹시 내려가다 발견하면 알려달라고 말한 그자리였다.
모두들 정말 다행이라고 로키 산 속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내려가는 길에서 케네디언들의 전화를 받았다.
찾아서 정말 기쁘다고 전화기 너머로 그들의 웃음소리가 밝게 울려 퍼졌다.
첫댓글 산행중의 셀폰을 잃어버리는 또 한 사람이 있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금,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뒤돌아보고
오늘, 내가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보고
그리고 어디서든 그자리를 떠나기전에 주변을 살피고
내 소지품을 다시한번 확인하면
덜 잊게 되고 덜 잃어버리게 된답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것이 잘 안되지요
천천히 걷는 삶을 사는 것도 여러가지중에 한 방법일수 있는거 같아요.
많이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