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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표현으로, 그 내용과 형식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마다 행복을 느끼는 요소가 다를 수밖에 없기에, 행복에 대한 연구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원제가 ‘행복에 대한 경제학자의 수업’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이 책은 ‘행복경제학’을 내세우면서, 추상적인 ‘행복’이라는 주제를 경제학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여겨진다. ‘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표지에 제시하면서, 경제와 행복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물론 경제력이 행복의 한 요소는 될 수 있지만, 경제력만으로는 사람이 행복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분명 경제적 능력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의 욕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경제력이 갖춰지면 인간의 욕구는 더 커지면서 또 다른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경제력을 비롯한 어떤 요인이 부족할 때는 그것이 충족되기를 갈망하지만, 부족한 요인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황을 당연시하게 될 것이다.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하는 개구리’라는 표현이 있듯이, 사람들은 부족함을 느꼈던 과거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감정인 ‘행복’을 경제학의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하겠다. ‘행복 경제학’을 내세우고 있는 저자 역시 행복에 대한 논의는 심리학에 바탕을 둔 경제학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사람들이 얼마나 그리고 왜 행복한가에 대해 연구한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소개하면서, ‘경제학의 관점에서 행복을 연구하고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증명하는 이러한 논의를 지적 행복론’이라 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여러 해 동안에 진행된 저자의 강의를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며, 그 목차는 15주에 이뤄 진행되는 한 학기의 강의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5강으로 구성된 ‘왜 소득이 행복을 결정하지 않을까?’라는 ‘첫 번째 강의’를 통해서, 행복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경제학의 주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학이 단순히 인간의 경제활동을 수치로만 따지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과 행복에 관한 학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주장과 함께 행복의 효용을 측정하기 위한 선행 연구들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아울러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적 지표와 경험적 지표’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행복이라는 주제가 심리학뿐만 아니라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수치화하기 위해서는 설문 조사를 취해야만 하는데, 저자는 이른바 ‘삶의 사다리 문항’으로서 ‘월드 갤럽 설문 조사’와 사회심리학자인 ‘해들리 캔트릴 설문 조사’의 항목을 비교하여 그 유용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가운데 주어진 문항에 대해 체크를 하는 것이 아니, 개방형 질문에 설문자의 임의적인 답변이 가능한 해들리 캔트릴의 설문 조사 방식을 취한다면 경제학의 주제로 삼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경제력의 측정 또한 ‘얼마나’가 아니라 ‘남보다’ 많이 버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행복의 절대 조건은 ‘건강’과 ‘배우자와 자녀’ 즉 ‘가족’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강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한 국가의 일’이라는 제목으로, 국가의 복지 정책이 개인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모두 4강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경제력이 행복의 절대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과 함께 전체적인 복지 수준이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내용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양한 국가들의 경제력의 차이를 GDP(Gross Domestic Product;국내총생산)의 비교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사람들의 행복을 설명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한 복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행복이 사회의 복지 수준의 주요 척도가 된다면 공공 정책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신 곁의 행복에 관한 질문들’이라는 제목의 ‘세 번째 강의’는 모두 5강으로 이뤄지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행복’에 대한 비교를 통해 논의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예컨대 ‘누가 더 행복할까: 남성, 여성, 젊은이, 노인’이라는 주제나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등 행복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복과 소득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에 대해서 논증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마지막 ‘네 번째 강의’는 모두 2강의 이뤄져 있는데, ‘행복혁명: 우리 시대의 마지막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요구되는지에 대해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경제학은 무엇을 했을까’라는 주제를 통해서 과거 심리학의 대상이었던 행복도 경제학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행복혁명의 시작’을 위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기에, 그것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행복을 경제학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제로 펼친 저자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지극히 추상적인 주제인 ‘행복’을 심리학과 연계시켜 경제학의 주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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