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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가까이 했던 이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나이를 먹고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 그러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익숙하다고 해도, 누군가와 헤어짐의 순간에는 그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최근 한 가족이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케이블방송에서 시청한 경험이 있다. 붙임성이 좋은 5살의 막내 아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하며 다가가고, 헤어질 땐 아쉬워하며 ‘내일 또 만나!’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아이에겐 헤어지면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 아이만의 생각이 아니라, 눈뜨고 일어나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가족들과의 생활에 익숙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이해된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방송에서 보았던 아이 생각을 떠올린 것은 헤어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곰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곰이란 동물은 주로 한 곳에 정착해서 살면서, 겨울이 되면 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 철새들은 봄이면 날아와서, 취위가 닥치면 따뜻한 남쪽의 먼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 이 책의 내용은 곰의 입장에서 함께 지내다가 떠난 새를 떠올리며,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단지 편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인 새를 찾아 뒤따라 떠나는 곰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철새의 여정을 따라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따뜻한 남쪽에 있는 ‘세상 끝’에 도착하지만, 이미 한철을 보내고 다시 떠난 친구 새를 그곳에서 만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다른 새들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와 먼저 도착한 새와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실제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곰과 새를 등장시킨 것 역시 친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들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 이해된다. 일단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친구의 여정을 따라간다는 것도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단지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절실한 곰의 마음이 그가 떠난 여정을 뒤따르게 하고, 그 여정에서 만난 이들과 겪은 사건들을 편지로 소개하는 내용을 채우게 된다. 그저 기다리기보다 헤어진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는 곰의 행동은 아마도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상상력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단지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러한 내용을 구상하고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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