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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컴퓨터의 용량과 주변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이제 거의 모든 일상 생활이 온라인을 통해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나아가 기존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들을 한 곳에 모아,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진단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 기기를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고 유심히 살펴보면, 화면에 보이는 광고들이 내가 자주 접속했던 지역이나 방문했던 사이트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이른바 ‘맞춤광고’가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중매체에서는 이러한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앞으로 사람들의 삶에 뭔가 새로운 활력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의 데이터들을 통합하여 만든 빅 데이터가 과연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동안 만들어졌던 데이터가 모든 이들의 삶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 그렇게 ‘편향된 데이터’의 의미가 확대되면서 그릇된 정보가 재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존의 데이터들은 사회의 주류 남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에, 소수자와 여성들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들의 입장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기에, 여성들의 데이터는 지워진 채로 탐구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그렇게 존재하는 ‘젠더 데이터 공백’으로 인해서,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라는 문제에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지금도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들은 항상 성인 남성들을 기준(디폴트)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반인 여성들은 예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실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실상 ‘젠더 데이터 공백’이 새로운 ‘결과를 초래하고 그 결과는 여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까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하겠다. 때로는 남성들을 기준으로 잘못 설계된 기존으로 인해, 자칫 수많은 여성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러한 ‘젠더 데이터 공백이 ’악의적이거나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온 사고방식의 산물일 뿐이기에 일종의 무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인간이라고 통칭하는 것은 남자를 의미’하고, 인류의 반인 여성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왔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성 중립적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도 ‘의도치 않은 남성 편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여성의 신체, 여자의 무급 돌봄노동, 여자를 대상으로 한 남성의 폭력’은 인류의 역사에서 늘 간과되어왔고, ‘남자들의 안중에 없는’ 주제이며 또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젠더 데이터 공백’으로 초래되는 여성들의 삶을 ‘일상’과 ‘직장’, 다양한 기술의 ‘설계’ 및 ‘의료’ 기기와 현장, 그리고 ‘공공 생활’과 ‘재난’ 등 모두 6개의 항목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남성이 디폴트’로 간주되었던 현실을 남성과 여성의 표준을 별도로 설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축적된 ‘빅 데이터’는 남성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새롭게 여성들의 표준을 만드는 것은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성들을 위한 각종 제도나 기기의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여전히 현실에서 ‘젠더 데이터 공백’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맺음말을 통해서, ‘성별/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한 해법은 분명’하다고 강조하는데, 그것은 ‘여성 진출 공백을 메우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제도나 기기의 설계에 있어 ‘여자들에게 물어보기만 했으면 됐던 것’인데, 기존의 남성 편향적인 관점을 묵수하면서 그동안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제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젠더 데이터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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