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교육, 뿌리 내리기
사랑어린학교, 새로운 천일 멋짓기
뿌리가 나무에게
네가 여린 싹으로 터서 땅 속 어둠을 뚫고
태양을 향해 마침내 위로 오를 때
나는 오직 아래로
아래로 눈 먼 손 뻗어 어둠 헤치며 내려만 갔다
네가 줄기로 솟아 봄날 푸른 잎을 낼 때
나는 여전히 아래로 더욱 아래로 막힌 어둠을 더듬었다
네가 드디어 꽃을 피우고
춤추는 나비 벌과 삶을 희롱할 때에도
나는 거대한 바위에 맞서 몸살을 하며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바늘 끝같은 틈을 찾아야 했다
어느 날 네가 사나운 비바람 맞으며
가지가 찢어지고 뒤틀려 신음할 때
나는 너를 위하여 오직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었으나,
나는 믿었다
내가 이 어둠을 온몸으로 부둥켜 안고 있는 한
너는 쓰러지지 않으리라고
모든 시련 사라지고 가을이 되어
네가 탐스런 열매를 가지마다 맺을 때
나는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하여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잎 지고 열매 떨구고 네가 겨울에 휴식에 잠길 때에도
나는 흙에 묻혀 흙에 묻혀 가쁘게 숨을 쉬었다
봄이 오면 너는 다시 영광을 누리려니와
나는 잊어도 좋다, 어둠처럼 까맣게 잊어도 좋다
-이현주
2011년, 우리 학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아름다운 혁명 걸어서 별까지!’라는 주제로 새출발을 준비했습니다. 그 해 겨울 안에 학교 터를 새로이 찾아야 하는 형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중심에 세운 것은 공간에 대한 고민 이전에 우리가 어떤 교육, 어떤 학교를 꿈꾸는 지, 그리고 그를 통해서 어떤 모습의 사람을 꿈꾸는 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새로운 터전인 해룡에서 천일기도를 시작한 지 만11년이 되었고, 4000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천일을 맞이하며, 우리가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를 꿈꾸며 바탕 삼고자 했던 뿌리들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을 때입니다.
사랑어린학교의 뿌리는 학교 철학과 정신입니다. 2017년 7월, 2000일 회향을 기점으로 새로이 정립했던 사랑어린학교 철학과 정신을 다시 되뇌입니다.
사랑어린학교 철학과 정신
함께.어울려.놀면서.크는.집. 사랑어린학교는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돕습니다. 이를 위해 사랑·자비·정의·용서·친절같은 내적가치를 바탕에 둔 가슴교육(Heart Education)을 중심으로 머리, 몸, 손발을 함께 키워가는 법을 배웁니다.
사랑어린학교는 깨어 기도하며 한님살기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사랑어린사람들이 앞서고 뒤따르되 높낮이는 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드림정신으로 한걸음씩 즐겁게 꾸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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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어울려.놀면서.크는.집.
함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소외되거나 따돌림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울려.
세상 만물이 한 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 중심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어울려 주는 것을 배웁니다.
놀면서.
재미있게 놀이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 이웃과 어울려 사는 법, 난관에 부딪혔을 때 뚫고 나가는 법, 공동의 문제를 푸는 방법 등을 배웁니다.
크는.
저절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성장합니다.
집.
태어나는 곳이자 떠나가는 곳, 들고남이 자유로운,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도록 돕습니다
우리는 본디 사랑어린사람임을 알고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있는 곳에서 주인공으로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위하여 생활공동체, 배움공동체, 영성공동체를 일궈갑니다.
생활공동체
우주만물이 한 몸, 한 가족임을 깨닫고 실천합니다.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더불어 함께 사는 학교를 일궈갑니다.
배움공동체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언제나 배우는 학생입니다.
아이, 배움지기, 부모가 더불어 배우며 자랍니다.
진리(참사랑)를 실험하며 스승이 계시는 학교를 일궈갑니다.
영성공동체
우리는 걷습니다. 마음모아 걷기를 통해 몸을 깨우고 자신의 길을 만나며 스스로 상처를 치유합니다.
우리는 밥을 모십니다. 나를 존재하게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밥알 하나, 티끌 하나에도 우주의 기운이 깃들어 있음을 배웁니다.
우리는 마음모으기(Mindfulness)를 연습합니다. 내 몸이 있는 곳에 내 마음이 함께 하여 ‘지금 여기’를 오롯이 사는 연습을 합니다.
〓가슴교육
가슴교육이란 영어로 ‘Heart Education’이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Heart’는 주로 느끼는 마음입니다. 머리로 생각하는‘Mind’와는 다른, 보다 깊은 마음입니다. Mind는 머리가 주로 하는 생각이고, Heart는 생각보다 느낌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머리교육(Mind education)은 물론 기본이지만, 가슴교육을 통해서 생각보다 직관이 발달된 새로운 시대의 인재를 기르자는 겁니다. 바른 머리(생각)가 건강한 가슴(느낌, 직관)을 받쳐주는 그런 교육입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교육은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입니다. 나이 든 세대가 아이들을 끌어당겨 앞에서 지도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가르치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배우는 사람을 중심으로 삼아 선생이 학생에게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선생은 돕습니다.
〓한님살기
‘한’이라는 말에는 전통적으로 오랜 역사와 힘이 실려 있습니다. 하나이면서 전체, 하늘, 가득 참, 중심, 크다, 어울림 등 매우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요. 영어로는the One으로 표현됩니다. 육신의 조상의 경계를 넘어선 아버지, 어머니이며 천지신명, 한울님, 하느님, 부처님 등 여러 가지 말로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기 위해 아무도 쓰지 않으면서 우리의 전통 속에서 찾아낸 ‘한’에 님을 붙이고 ‘한님살기’를 연습합니다. 한님살기는 내가 한님으로, 한님을 통해서 사는 것입니다.
〓드림정신
‘태어날 때 이미 모든 것을 받았으니 우리가 이제 할 일은 도로 내어드리는 것밖에 없다’는 드림정신으로 살아갑니다. ‘드림出’은‘들임入’의 열매이자 씨앗입니다. 숨을 들이쉬었으면 내쉬어야 다시 들이쉴 수 있고 그래서 사는 것처럼 자기에게 지금 있는 것을 잘 내어드리는 것이야말로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드림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눈길을 자기 바깥쪽에서 자기 안쪽으로 돌려 먼저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놀라운 것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서 이웃과 나눠 가지는 것이‘드림’입니다.
‘드림’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드림정신으로 산다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낮은 자리로 내려간다는 말입니다.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드린다는 것은 실은 그 중심에 계시는 한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드림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 눈을 새롭게 떠서 만물을 새롭게 보자는 말입니다. 속마음의 계산을 말끔히 지우고, 그냥 드리고 그냥 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참된 드림을 실현합니다.
〓사랑어린학교가 꿈꾸는 사람 : 사랑어린연금술사
초‧중등 9년 배움을 통해 사랑어린연금술사로 살아갑니다. 사랑어린연금술사는 내 몸과 마음을 잘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잘 질문하는 법을 배웁니다. 참 스승을 찾아 순례를 떠납니다. 위대한 영혼으로 자랍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통해 기쁨을 발견하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 사랑하는 법을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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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전환의 시대, 깨달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팬데믹, 기후 위기 등 전 세계가 함께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우리로 하여금 성찰과 전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지혜를 찾게 만듭니다. 물질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구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며 매진해 왔었는데 그 결과 지구 행성의 모든 생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과 삶의 터전이 위험하고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사랑어린학교가 지향하는 가슴교육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꿈꾸는 가슴교육이 잘 꽃피울 수 있도록 사랑어린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 즉 어린 동무들과 배움지기와 부모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함께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린 동무들은 그들을 품고 있는 어른들이 길을 잘 간다면 절로 잘 커갈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새로운 천일 동안, 그동안 우리가 바탕으로 삼고 있는 사랑어린학교 철학과 정신이 일상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첫째, 사랑어린학교는 배움터에서의 하루 흐름부터 일년 살이까지, 그리고 교과과정에서 가슴교육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둘째, 사랑어린학교 식구 모두가 학생으로서 사랑어린마을마음공부 등 배움자리에 성실히 참여하고 가족약속문을 실천하는데 마음을 모읍니다.
셋째, 학교와 가정이 더불어 걷기, 밥모심, 마음 모으기를 오롯이 하는 연습을 통해 기쁨의 삶, 깨어있는 삶으로 나아갑니다.
이로서 우리가 꿈꾸는 가슴교육이 삶에서 꽃피워져 행복한 사람, 행복한 가정,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옴.
일상의 회복 삶의 전환을 꿈꾸는 천일기도 회향일에
사랑어린학교 배움지기 일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