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그쳤다고는 하지만 새벽 어스름의 들판길은
흐리멍텅한 주정꾼의 게슴츠레한 눈꺼풀같이 잔뜩 늘어져 있었다
비 맞을 각오를 하고 그 여명속으로 잦아들어 삽교천을 건느고 인주공단을 지나
영인산의 개울물소리가 들리는 영인사 절 앞까지 힘차게 달려갔다
왜가리들의 서식처가 된 삽교천 제방
운봉 스님이 거처하는 영인사 앞의 실개울
깊게 패인 암반 사이로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른다
장마로 휩쓸렸던 물살의 흔적
옥잠난초
제법 우렁찬 물소리를 낼줄 아는 와폭이 연이어 나타나고~!
장마때만 나타나는 지계곡의 물길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썩은 나무둥치에서 태어 난 애기 버섯은
그늘 같은 음습(陰濕)한 곳을 좋아는 하지만
동그란 얼굴을 내미는 것도 좋아 한다
초피나무
골짜기 물을 모아 가두는 사방댐이 만수위를 이뤄 멋진 폭포물을 쏟아 낸다
- 아 산 찬 가 -
고령산 설화산 품에
충의 열사 배출한 고장
이충무공 김옥균
맹사성의 유적지를 보며
천하의 자랑
충절의 고장 아산시
장마가 다녀간 흔적은 사방댐 옆 등산로도 할퀴어 놓았다
상부 사방댐
비록 규모가 큰 유명 명소의 폭포는 아닐지라도
돌틈 사이를 지나며 화음을 이루는 그 청량한 물소리는
세상의 그어떤 악기의 음악보다도 감미로운 소리를 들려 준다
쌓였던 낙엽을 들춰내어 패인 산길을 덮으니 푹신한 등로가 되어 편안했다
이끼 바위
탐스런 큰버섯이 가랑잎 사이를 헤집고 올라왔다
비에 젖은 계곡을 약 1시간쯤 치고 올라와 등나무 쉼터의 국화 재배단지에 도착했는데
아무래도 흐린 하늘이 조망을 내놓지 않을 것 같아
신선봉은 물론 깃대봉과 연화봉도 포기 하고 발길을 돌린다
꽃댕강나무꽃
팔각정자가 있는 산림복원지로 올라가는 길
길 양옆으로 꽃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사시사철 눈을 즐겁게 해준다
나리꽃
중국산국수나무
달개비들의 꽃색깔이 제 각각이라 비교하는즐거움도 누린다
가까운 연화산도 보이지 않게 가린 운무에 박물관만이라도 남겨보려 초점을 맞췄다
산수국
삼잎국화
꽃구경을 마치고 언덕에 올라서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본다
팔각정자에 올라 사방을 두루 살폈으나 역시 조망은 꽝이다
가져 온 떡과 얼음물로 조반(朝飯)을 대신한 후 가까이에 있는 잣나무 사진을 찍어 본다
지금쯤 청설모도 아침식사를 하러 왔을 법 하건만
날씨가 흐려 늦잠이 들었는지 기척이 없다
가문비 나무
가우라
고삼
싸리잎에 날아 온 작은 나비는 형체가 또렷하지 않아 이름을 알 수가 없고!
마가목
깨꽃?
범부채
노각나무꽃(落花)
칠자화도 한두송이씩 피기 시작한다
이제 막 문을 여는 온실 안으로 들어가 문주란을 만났다
* 온실 개방 시간은 10시
당아욱을 닮긴 했는데...
구름쇠철화(선인장)
새로 꾸민 장미원에서!
수목원 근처의 무궁화 동산을 들려 홍단심(무궁화)을 만나고!
와조블러(무궁화)
병아리꽃나무(장미과)
수목원 근처의 꽃들을 살피는 대신 잔디광장을 거슬러 올라 간다
쉬땅나무
나무수국(백)
숙박동으로 내려와 수영장 옆을 지나간다
관음사 계곡으로 길을 잡아 나가며 누리장 나무꽃을 만났고!
깊지 않은 계곡이긴 해도 수량은 넉넉히 흐른다
계곡을 빠져나와 지금은 수질이 불량하여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에서 얼굴을 씻고
자전거가 안치되어 있는 향교를 향하여 부지런히 걷는다
향교 앞의 꽃밭에서 루드베키아를 만났으나
누군가 화단 정리를 한답시고 금낭화를 짓밟아 놓은 것이 한탄스러웠다
꽃인가 열매인가?(모시풀)
넌 누구냐?
정자에 매어 놓은 자전거를 열쇠를 풀어 회수한 후
왔던 길을 비켜 영인 저수지에서 냉정리 고개를 넘어 밀두리를 거친 후 인주공단으로 들어섰다
인주공단 자전거 길 옆에 만개한 도깨비 가지꽃이 유혹을 하여 잠시 페달을 멈췄고!
집에서 영인산까지 20.4km에 1시간 32분이 걸렸고
영인산 일부 산행은 5.1km에 2시간 42분을 걸었으며
영인산에서 집까지 23.7km에 1시간 26분이 걸렸다
흐렸던 아침과는 달리 저녁이 되자 높은 하늘에 흰구름이 걸리고
영인산의 모습도 가까이 다가선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달려 갈 수 있는 영인산이 가까이 있어 좋고
아직은 평속 20km 가까이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언제까지 이 상 상태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없이 열심히 달려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