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농림 고등학교 48회 두 분과 52회 세 사람의 의기 투합
5월 27일 인사동 소재 일월정복집에서 계정 진영업, 창해 허종철, 주봉 조인규, 명보 김영술, 나 5명이 동석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 두 분의 선배님과 두 분의 동기는 이미 삶의 궤적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분들이다.
계정(溪亭) 선배님은 한학에 대한 깊이와 의례의 집례 면에 있어서 진주 향교를 대표할만한 인물이다. 한문의 경전인 사서를 거의 외울 정도로 공부가 되어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진주 향교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개최하는 강좌는 빠짐없이 수강을 하면서 내면 다지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게 쌓은 내공의 힘은 지금까지 공부한 경전의 내용을 전후좌우로 연계하여 해석하고, 경전의 본의를 판단하는 능력 면이나 한문 성독(聲獨) 분야에 있어서 같이 공부하는 유생들 중 단연 으뜸이다.
의례(儀禮)면에 있어서도 해박하다.
성균관 대성전 문묘(文廟) 향사(享祀) 축관으로 추대될 정도로 내공이 쌓인 분이다.
대원군의 인물평을 빌리자면 태산고악(泰山高嶽)이라고나 할까?
창해(滄海) 선배님은 한문 공부를 하는 폭이 굉장히 넓다. 진주 향교의 유림 강좌 외에도 서당에서 개인 사사를 병행하고 있다. 성격이 활달하고 외향적이어서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에게 항상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도 열성적이다. 대외 행사나 타 문중의 의례를 돕는 일에도 솔선수범이다. 우리 지역이나 인근의 금석문(金石文)을 조사하고 새롭게 해석을 덧붙이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한자를 붓글씨로 쓰면 활자로 찍은 것처럼 반듯하고 고르다. 향교에서 공부한 사서(四書) 대학, 중용, 논어, 맹자를 모두 붓글로 필사를 하신 분이다.
계정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천가시집(千家詩輯)도 필사를 했다고 한다. 필부로서 감히 용기내기 어려운 인내심이다.
대원군의 인물평을 빌리자면 석전경우(石田耕牛)라고나 할까?
주봉(周峰)은 별(星) 나라에서 온 동기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일을 한다. 봉사활동을 사명감으로 여기고 즐기는 사람이다. 봉사활동 폭이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을 돕거나 사회의 정화활동 참여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강좌나 사회단체 강의를 통한 교화도 겸하고 있다.
졸업 50주년을 맞아 모교에 천만 원을 기부한 적도 있고, 진주 삼락회 사무실에 방송기기와 노래방 기기 기증도 했다. 차 트렁크에는 항상 쵸코파이가 실려 있다.
코로나로 인한 제약에서 벗어나자마자 웰가 노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집단 군무를 가르치고 있다.
대원군의 인물평을 빌리자면 공산명월(空山明月)이라고나 할까?
명보는 박학다식(博學多識)한 동기다. 폭넓은 해박한 지식 외에도 약초의 약리 효용에 대한 식견은 전문가 수준이다. 명보가 이러한 길을 걷게 된 기저에는 내가 생각할 때 고등학교 재학시절 도서관 사서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책과 인연을 맺은 것이 그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차원 높게 했으리라 여겨진다.
책은 사람의 지식을 넓힐 뿐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열어 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농촌에서 자랐기에 이 세상에 소설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중학교까지 읽은 책은 아마 박종화가 지은 삼국지 5권이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등학교에 와서 비로소 소설책을 읽었다. 처음 접했던 이광수의 흙, 사랑, 마의태자는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명보가 어제 모임을 주선하면서 준비한 오미자 술, 직접 담은 매실 청, 수박 음료, 매실 엑기스 등 주도면밀한 계획은 고등학교 시절 매진한 독서의 힘이 따뜻한 마음으로 연결됨이 분명하다.
대원군의 인물평을 빌리자면 서울 경기 지방의 인물 성격을 평한 경중미인(鏡中美人)이라고나 할까?
우리들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때로는 서로의 가치관을 평가하기도 하고 소소한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기도 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우러러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술잔에 담아 즐겼다.
우리들의 억센 억양이 옆 자석의 손님에게는 누가되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아랑 곳 하지 않았다.
자리를 매조지 하면서 모두 한 마디씩 했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 이야기를 인용하여 이야기 했다.
‘점이 움직이면 선이 되고, 선이 움직이면 면이 되고, 면이 움직이면 입체가 되고 입체가 움직이면 우주가 되는 법. 그런데 정년 우주에서 보면 점은 보이지 않고 실체도 없는 법이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점으로 태어나 선을 만들고, 면을 만들고, 입체를 만들고, 또 우주를 만들면서 일가를 이루어 왔다. 이젠 우리도 다시 점으로 돌아 갈 시점에 놓여 있다.
오늘 이 시점에서 되돌아 볼 때 여기에 자리를 같이 한 네 분은 모두 각자 아름답고, 빛을 발하는 존경 받는 독특한 우주를 만들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분들이다. 남은 세월도 길이 보존할 족적을 남겼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매조지 했다.
받은 선물을 들고 기쁜 마음으로 헤어졌다.
첫댓글 두분 선배님은 잘 모르겠지만 동기분 세분 정말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그분들이 내 동기라는게 자랑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