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영상 : https://youtube.com/shorts/uMcJBX2w1eA?si=tiGJUDLNnL41KXq1
2024년 1월 4일, 대법원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습니다.
이 대법원의 판결은 1964년 창업 이래 무려 6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 체제가 법적으로 완전히 종식되었음을 선언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으며, 동시에 한국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이례적인 법적 공방전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초 단순한 지분 매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거래는 매도인 측의 갑작스러운 거래 이행 거부와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로 인하여 장장 3년에 걸친 기나긴 소송전으로 비화하였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신뢰도는 물론 기업가치마저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 직후 한앤컴퍼니 측은 즉각적으로 매매대금을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히고 주식 및 경영권 인수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결국 법의 강제력을 통하여 주식 이전이 마무리됨에 따라 남양유업은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수년간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심층 분석을 하였던 <김영진M&A연구소>에서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M&A에 대하여 딜(Deal)의 전 과정을 M&A의 배경, 인수 조건과 지분, M&A 방식(구체적인 LBO M&A 방식의 작동 원리), 인수 가격,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 그리고 향후 결과까지 깊이 있고 상세하게 분석하여 보겠습니다.
■ 남양유업의 성장과정
남양유업은 1964년 3월, 고(故) 홍두영 창업주에 의하여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영유아들에게 안정적으로 유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남양유업은 당시 미군 구호물자나 고가의 수입산에 의존하던 분유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67년 충남 천안에 국내 최초의 종합공장을 설립한 후 '남양분유'를 자체 생산하여 내며 수입 분유 대체에 성공하였습니다.
국산 기술로 만든 분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한국 아기들의 체질에 맞춰 큰 호응을 얻었고, 남양유업은 유가공 전문기업으로서의 첫 단단한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후 1977년에는 기업공개(IPO)를 거쳐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세를 확대하였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남양유업은 단순한 분유 제조업체를 넘어 국내 유가공업계를 대표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1991년 출시한 '아인슈타인' 우유는 천연 DHA가 함유된 기능성 우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하며 프리미엄 우유 시장을 열었습니다.
뒤이어 1996년 출시된 고급 발효유 '불가리스'는 장 건강을 강조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품질을 바탕으로 국민 발효유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시기 남양유업은 '임페리얼 드림' 등 프리미엄 분유 라인업과 일반 백유, 발효유 전반에 걸쳐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며 서울우유와 함께 국내 유가공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선 남양유업은 기존의 유제품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차 음료와 커피 시장으로 사업 영토를 대대적으로 확장하였습니다.
2004년 출시된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는 웰빙 바람을 타고 혼합차 음료 시장을 석권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에는 동서식품이 독점하던 커피믹스 시장에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내세워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당시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는 마케팅 파격 전략을 통하여 출시 직후 단숨에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방위적 사업 다각화와 강한 영업력에 힘입어 남양유업은 2009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2년에는 매출 약1조3,6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대라는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더불어 2014년에는 디저트 카페 브랜드 '백미당'을 론칭하며 외식사업까지 성공적으로 확장하는 등 수십년간 국내 식음료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주축으로 작동하였습니다.
■ 남양유업 M&A가 촉발된 뼈아픈 배경과 오너리스크의 정점
본 M&A가 추진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남양유업이 오랜 기간 누적하여 온 이른바 '오너리스크'와 기업 이미지 추락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불거진 대리점 대상의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 갑질' 사태 이후 전국적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었으며, 이후로도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며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부정적인 기업으로 각인되기 시작하였습다.
경쟁사 비방 댓글 조작사건,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스캔들 등 오너일가 및 기업 경영진과 연관된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남양유업의 실적은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2020년에는 결국 연매출이 1조원 아래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영업이익 역시 대규모 적자로 전환되며 기업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21년 4월 발생한 '불가리스 사태'였습니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자간담회를 통하여 대대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전 국민이 팬데믹의 공포와 고통 속에 신음하던 시기에 검증되지 않은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 발표는 즉각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은 즉각 해당 연구 결과가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세포 단계의 실험에 불과하다며 반박하였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함과 동시에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에 대하여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였고, 과거의 불매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하고 조직적인 불매운동이 다시 점화되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홍원식 회장은 2021년 5월 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다.
더불어 그는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른바 '경영권 세습 포기'까지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홍 회장의 이러한 극단적인 선언 직후, 남양유업은 경영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체를 외부의 전문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였고, 이것이 한앤컴퍼니와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 M&A의 조건, 인수지분, 인수가격 및 거래 방식의 구체적 구조
2021년 5월 27일, 남양유업의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일가와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 간에 주식매매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되었습니다.
해당 M&A의 거래 방식은 구주 인수(Buy-out) 방식으로, 홍원식 회장을 비롯하여 그의 아내, 아들, 손자 등 오너 일가 전체가 보유하고 있던 남양유업의 보통주식 37만8,938주(지분율 52.63%)를 한앤컴퍼니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전량 양도하는 형태였습니다.
이 지분은 남양유업 전체 발행 주식의 52.63%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사실상 남양유업의 절대적인 경영권과 지배권을 의미하는 수치였습니다.
당시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서에 명시된 인수가격은 총3,107억2,916만원이었습니다.
이를 1주당 가치로 환산하면 약82만원 선으로, 계약 체결 전날 남양유업의 유가증권시장 종가가 43만9000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약80% 이상의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진 금액이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는 3,000억원 남짓한 자금으로 유보율이 높고 알짜 자산을 다수 보유한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한앤컴퍼니의 바이아웃 전략을 두고 상당히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의 딜(Deal)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오너리스크라는 치명적인 단점만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여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면, 남양유업이 보유한 탄탄한 유제품 생산 인프라와 영업망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에 기업가치를 회복시키고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거래의 기본 조건에는 주식의 인도와 매매대금의 지급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당초 거래 종결일(딜 클로징)은 양측의 협의에 따라 2021년 7월 30일 이내로 설정되어 있었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및 규제당국의 승인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성사되기 위하여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여야만 합니다.
한앤컴퍼니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직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종업계 간의 인수합병(M&A)은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독과점 우려 때문에 공정위의 심사가 매우 까다롭고 장기간 소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 건의 경우, 인수 주체인 한앤컴퍼니가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로서 남양유업이 영위하는 유가공업 및 식음료 산업과 직접적으로 중첩되는 계열사나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수직적, 수평적 경쟁 제한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공정위의 심사는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공정위는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가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신속하게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였습니다.
이로써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매각 걸림돌은 모두 해소되었으며, 오직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계약 이행 의무만이 남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공정위의 승인이 순조롭게 이루어짐에 따라 거래가 약정된 기일 내에 무난하게 종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 홍원식 회장의 노쇼(No-Show)와 계약해지 통보에 따른 파행
그러나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하였던 M&A는 거래 종결 시한이 임박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식 양도 및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당초 2021년 7월 30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당일 아침 홍원식 회장 측은 돌연 주주총회 일정을 6주 뒤인 9월 14일로 연기하여버리는 이른바 '노쇼(No-Show)'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한앤컴퍼니 측 인사들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여야 할 주주총회가 최대주주의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홍 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하여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조건들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으며, 비밀유지 의무가 위반되었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주총 연기를 정당화하려 하였습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물밑에서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었고, 결국 2021년 9월 1일 홍원식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의 일방적인 해지를 공식 통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홍 회장 측이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내세운 핵심 논리는 이른바 '백미당 분리 매각'과 '고문직 보장 및 임원진 예우' 등 이면의 사전 약정들이었습니다.
홍 회장 측의 주장에 따르면, 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남양유업의 알짜 외식 브랜드인 '백미당'의 경영권을 홍 회장 일가가 계속 유지하도록 분리 매각하고, 홍 회장 본인에게 고문직을 부여하며 임원진으로서의 예우와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앤컴퍼니 측이 구두로 확약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앤컴퍼니 측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홍 회장 측의 대리도 동시에 맡는 '쌍방 대리'를 수행하였으므로 법률상 해당 계약은 무효라는 주장도 새롭게 들고나왔습니다.
이에 대하여 한앤컴퍼니는 즉각 반박하였습니다.
‘백미당’ 분리 매각이나 고문직 보장 같은 내용들은 협상 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오갔을 수는 있으나, 최종적으로 서명된 정식 주식매매계약서(SPA)에는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규모 M&A 거래에 있어서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구두 약정을 근거로 확정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과 상거래의 신의성실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한앤컴퍼니는 강력히 비판하였습니다.
아울러 김앤장 쌍방 대리 주장에 대해서도 M&A 실무 관행상 적법한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 사안임을 강조하며, 홍 회장의 계약해지 통보를 법적으로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ㅘ였습니다.
■ 치열한 주식양도 청구 소송과 법정 공방의 전개
홍 회장 측의 계약 파기 선언으로 인하여 양측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법정 다툼에 돌입하였습니다.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이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법원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었고, 법원은 이를 인용하여 홍 회장의 지분을 동결시켰습니다.
이어서 한앤컴퍼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애초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는 취지의 본안 소송인 '주식양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소송 과정에서 홍 회장 측은 한 차례 반전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모펀드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인 대유홀딩스와 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며 일종의 '백기사'를 끌어들인 것이었습니다.
홍 회장 측은 대유위니아그룹 측에 계약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받고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받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굳건히 유지하고, 나아가 대유홀딩스와의 계약 이행조차 금지하는 추가 가처분까지 인용하면서 홍 회장의 우회로 모색은 완전히 차단당하고 말았습니다.
2022년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주식양도 소송 1심 재판부는 한앤컴퍼니의 완벽한 승소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상법 및 민사 판례의 엄격한 계약 해석 원칙을 적용하여, 홍 회장 측이 주장한 ‘백미당’ 분리 매각이나 고문직 보장 등의 구두 약정은 당사자 간에 최종적으로 효력을 가지는 확정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다.
처분문서인 주식매매계약서의 기재 내용이 명확히 존재하는 이상, 그 문서에 기재되지 않은 막연한 협상 과정의 대화 내용만으로 명시된 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아울러 쌍방 대리 주장 역시 김앤장이 양측의 중재자 내지는 연락 담당자 역할을 일부 수행하였을 뿐, 계약의 내용 자체를 좌지우지할 대리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홍 회장 측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홍원식 회장 일가에게 계약대로 한앤컴퍼니에 주식을 양도하라고 명령하였다.
패소한 홍 회장 측은 즉각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도 양측은 계약의 유효성, 이면 약정의 존재 여부, 그리고 거래의 신의칙 위반 등을 두고 팽팽한 법리 다툼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2023년 2월,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홍 회장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한앤컴퍼니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홍 회장 측)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한앤컴퍼니)가 ‘백미당’의 분리 매각이나 가족 처우 보장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약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의 판결 요지를 고스란히 유지하였습다.
이로써 홍원식 회장 일가는 1심과 2심 모두에서 완패하며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 대법원 최종 판결과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장악
항소심 패소 이후에도 홍 회장 측은 굴복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며 시간 끌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2024년 1월 4일, 대법원 민사2부는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법리적 오해나 채증 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고 짧고 명료하게 판시하며, 3년 가까이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던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홍 회장 측은 더 이상 지분 양도를 거부할 법적 근거를 모두 상실하게 되었고, 마침내 한앤컴퍼니는 약속된 인수 가격인 약3,107억원을 온전히 지불한 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며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오너 경영 60년의 역사가 사모펀드의 손에 의해 강제적으로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한앤컴퍼니 측은 이사회를 즉각적으로 재편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출범시키며 남양유업의 실적 회복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경영 쇄신 작업에 돌입하였습니다.
■ 전례 없는 거래 지연과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한앤컴퍼니 측이 입은 상처와 손실은 막대하였습니다.
2021년 7월에 마무리되었어야 할 거래가 홍 회장의 계약 이행 거부로 인하여 무려 32개월이나 지연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긴 기간 동안 남양유업의 시장 점유율은 곤두박질쳤고, 수익성을 나타내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등의 핵심 재무 지표는 심각하게 악화되었으며,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00억원 이상 증발하여버렸습니다.
오너리스크를 신속히 제거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려던 당초의 M&A 목적이 무색하게, 소송이 진행되는 3년 동안 오너 리스크가 방치되면서 기업가치가 철저하게 훼손된 것이었습니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주식양도 소송 승소와는 별개로, 홍원식 회장의 이행지체 및 부당한 계약 파기 기도로 인하여 훼손된 남양유업의 기업가치 하락분(적극적 손해)과 매매대금 3,107억원을 3년여간 운용하지 못하여 발생한 기회비용 상실분(소극적 손해)을 보상하라며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새롭게 제기하였습니다.
한앤컴퍼니가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900억원대에 달하였습니다.
이 소송은 경영권 이전 M&A 거래에서 매도인의 부당한 거래종결 거부로 발생한 '기업가치 하락' 자체를 정량적인 손해액으로 환산하여 책임을 묻는 국내 자본시장 법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재판으로 법조계와 금융계의 막대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2025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는 이 전례 없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앤컴퍼니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여 홍원식 전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약662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본 M&A 계약의 핵심 동기가 바로 '오너 리스크의 해소'에 있었음을 분명히 인정하였다.
홍 전 회장의 명분 없는 거래 이행 거부로 인하여 오너리스크가 장기간 연장되었고, 이것이 회사 실적 악화와 기업가치 감소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이행지체 기간에 남양유업에 발생한 EBITA 손실 누적분 등의 객관적 지표를 적극적 손해로 산정하였으며, 동시에 투자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가 막대한 매매대금을 현금으로 묶어둠으로써 잃게 된 투자 기회 상실 이익 역시 소극적 손해로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법원 공탁금 등으로 발생한 이자 수익 등은 손익상계 처리하여 최종 배상액을 660억원대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의 분쟁 결과를 넘어 한국 M&A 시장의 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중요한 법률적 선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더 나은 조건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적법하게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의 이행을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 그 기간 동안 무너진 기업가치 전체에 대해 수백억원대의 개인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홍원식 전 회장은 60년간 일궈온 회사의 경영권을 강제로 넘겨주어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리한 소송전의 대가로 자신이 쥐게 된 매각 대금 3,100여억원 중 상당 부분을 손해배상금으로 토해내야 하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경영권 반환부터 대규모 손해배상까지 이어진 일련의 판결들은 합리적인 계약 존중과 신의성실이라는 상거래의 대원칙이 자의적인 오너 경영의 잔재보다 우위에 있음을 법이 단호하게 선언한 상징적 사건으로 한국 경제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진M&A연구소(SINCE 2000) 대표 김영진(이메일 : yjk21c@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