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참외 이 정 록 낫질 지게질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비틀거리는 아버지 대신 엄니가 꼴 베어 나를 때, 바지게 위에 참외 껍질이 섞여온 적이 있었지. 속상키도 해라. 할머니 몰래, 아버지도 몰래, 너만 믿는다는 장남도 몰래, 이리 잘 익은 노란 참외를 엄니 혼자 드셨구나. 콩을 까든지 말든지, 등 돌린 채 외양간에 풀을 던져주며 훌쩍였지. 송아지야, 그리고 사나흘 내리 설사해대는 어미소야. 너희들은 참외 껍데기라도 새기는데, 왜 나마냥 눈망울이 축축하니? 지푸라기와 섞음섞음 아껴주어도 풀 지게는 금방 비는데, 그러면 불쌍한 우리 엄니, 어깨에 멍 가실 날이 없는데. 화가 뻗치는 대로 뭉턱뭉턱 내려주었지 그런데, 아니! 이 깊은 바지게 안창에! 엄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노랑참외를 숨겨놓으셨네. 너무 바빠서 잊었구나, 앞치마에 손을 훔치며 아버지를 깨우시네. 뒤꼍 담 너머로 마실 가신 할머니를 부르시네. 꼴깍, 된장독은 오늘따라 더 부풀어오르고, 땡감의 이마는 노을에 반짝거리네. 엄니가 드신 것은 곯은 거라 하시네. 눈코 문드러진 썩은 거라 하시네. 외양간의 송아지와 어미소는 왜 눈망울이 젖어 있지 늦은 퇴근길, 입덧하는 아내를 위하여 과일을 고르며, 그 옛날의 젊은 엄니를 만나네. 저녁밥을 챙기지 못한 내 바지게 안창에서 송아지 울음소리 목이 메네. 나는 내 깊숙한 어딘가에 깜빡, 노랑참외를 숨겨 놓은 적이 있었던가. 송아지 눈망울 같은 방울토마토들이 붉은 눈으로 쳐다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