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책으로 읽어보는 봄이 오는 소리
송광호 기자별 스토리 • 어제 오후 5:20
신간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알고 보면 반할 꽃시'
책 표지 이미지©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강아지와 축구를 하고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는 남자. 벚나무 아래에서 한참 동안 벚꽃 사진을 찍는 여자. 봄이 오니 모든 풍경이 그림이 된다."
작가이며 행위예술가인 이난영이 쓴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소동)의 일부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 살면서 풀, 꽃, 나무, 식물과 서로 의지해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저자는 나무에 꽃이 피었다 좋아하며 꽃잎처럼 앉아 있는 모퉁이 집 할머니, 노란 겹황매화가 한가득 피어난 뒷집 마당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전자기타 소리, 집마다 내다 놓은 크고 작은 화분,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쏟아지던 눈 부신 햇살, 바람결에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소리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도심 속 자연의 아름다움, 재개발에 하나하나 사라지는 나무, 그리고 힘겹지만 강인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책에 실렸다. 봄볕처럼 따스한 그림은 글의 질감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꽃망울 터뜨린 매화© 제공: 연합뉴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으로 이른 봄에 핀다. 꽃샘추위가 여전한 3월이지만 매화 꽃망울은 꼿꼿이 얼굴을 들이 내민다. 추위를 뚫고 이른 봄을 알리지만 봄의 절정까지 맛보지는 못한다. 조선 후기 원예학자이자 시인인 유박은 '화암수록'에서 매화의 짧은 개화를 아쉬워하며 이렇게 묘사했다.
"사립문 걸어 닫아도 향기 머물게 할 수 없어 / 봄바람에 하릴없이 이별하는 이 밤 / 남은 꽃도 다 떨어져 봄날이 적적하니 / 오경에 비낀 달빛 꿈처럼 아득하네.
최근 출간된 '알고 보면 반할 꽃시'(태학사)는 한시(漢詩)에 담긴 꽃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울산대에서 가르치거나 교편을 잡았던 성범중·안순태·노경희 씨가 함께 썼다. 52가지 우리 꽃에 관하여 조선과 중국 시인들이 읊은 시를 소개한다.
이중 봄에 피고 지는 꽃은 동백, 매화, 수선화, 진달래, 산수유, 개나리, 앵두꽃, 살구꽃, 장미, 목련 등 18개다. 시와 해설, 더불어 관련 그림을 읽다 보면 봄이 찾아오는 소리, 그리고 떠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막이 어디인지 물으니 /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 가리키네."(두목 / 천가시 中)
▲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 288쪽.
▲ 알고 보면 반할 꽃시 = 328쪽.
책 표지 이미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