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의 고요 최 서 진 당신 신발에 내 발을 넣어 보는 일 그만큼의 고요를 생각한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것은 페이지를 슬쩍 넘기는 것처럼 쉽다 말 없는 시간 속에서 바위가 조금씩 당신 쪽으로 기우는 일을 나는 또 고요라 부르는 것이다 명료한 슬픔을 가진 자세로 어두워져 가는 저녁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너에게 가던 구름이 붉다 물집 잡힌 뒤꿈치처럼 부르튼 마음이 따라서 붉다 어깨동무도 없이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 허공은 사라지는 시간에 겸손해지는 깊이를 가진다 문득 뒤돌아보면, 쓱쓱 지워지고 나는 여기는 어딜까 당신의 고요가 내 고요를 신고 걸어간다 |
첫댓글 저녁 노을이 싫어지는 이유는 사라지는 하루가 싫어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