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等의 개념 차에서 묘법을 찾은 한동훈 법무장관
中 : 가운데 중
1. 가운데 2.안, 속 3.사이
◐ 일부(一部) 한자(漢字)로 된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名詞)의 뜻이 계속(繼續) 진행(進行)되고 있는 상태를 뜻함
◐ 등급(等級) 같은 것을 상ㆍ중ㆍ하(대ㆍ중ㆍ소)로 구분(區分)할 경우(境遇) 그 가운데 등급(等級) 중등(中等)에 해당함
◐ 한자 유래
中자는 ‘가운데’나 ‘속’, ‘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이전에는 中자가 무언가를 꿰뚫는 모습을 그렸던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자에는 이것이 군 진영의 중앙에 꽂혀있는 깃발로 표시되어 있다.
等 : 무리 등
1.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부류(部類)
2.등급(等級), 계급(階級)
3.차례, 순위(順位)
◐ 회의문자
等자는 ‘등급’이나 ‘무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等자는 竹(대나무 죽)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寺자는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기 이전에는 국가의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을 뜻했었다. 관청에서는 문서 내용에 따라 죽간을 분류하여 정리하였는데, 等자는 문서를 종류에 따라 분류했다는 것을 뜻했었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등급’이나 ‘계급’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한동훈 장관이 11일 오후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 개정' 관련 브리핑을 직접 진행했다.
해당 시행령은 9월 10일 시행되는 소위 ‘검수완박’ 법안에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2대 범죄인 부패·경제 범죄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 장관은 "부패·경제 범죄의 범위가 명확하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거, 마약, 조직폭력배, 공직자 뇌물, 방산 비리 모두 부패·경제 범죄에 포함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또 “검수완박 법안 내용에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이 정하는 범죄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된 만큼, 법에 위임한 수준에서는 대통령령을 통해 검사의 범죄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고·위증죄의 경우 부패·경제 범죄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국가 사법 시스템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인만큼 대통령령을 개정해 수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문재인 정권에서 '4급 이상 공무원· 3000만 원 이상 뇌물 ·피해액 5억 원 이상 횡령' 등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을 모두 폐지했다.
한 장관은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규정이라 폐지하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해당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고 법조계 의견을 청취한 뒤 '검수완박법' 시행 이전에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검수완박법 행간의 허점을 한동훈 장관이 잘 간파하여 악법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검수완박법이 법사위를 통과한 원안은 ‘부패ㆍ경제 범죄 중 대통령이 정하는 범죄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인데 본회의를 통과할 때 ‘부패ㆍ경제 범죄 등 대통령이 정하는 범죄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고쳐 통과시킨 것이다.
여기에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등(等)자가 마법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동훈 장관의 시행령이 대통령령으로 확정된다면 법안을 통과시킬 때 찬성한 172명의 국회의원은 한 순간 바보들의 행진에 참여한 주역으로 전락될 수 있다.
우리들이 글을 쓸 때 흔히 포괄적으로 줄여야 할 경우 등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법령(法令)의 용어 ‘등’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닌가보다. 그것이 간혹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대상을 마구 늘리는 마법을 부린다. 2003년 금융 당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도 ‘등’을 활용한 것이었다. 당시 외환은행은 매각할 수 있는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지만 금융 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시행령 예외 조항의 ‘등’에 기대서 외환은행을 매각 대상에 밀어 넣었다. 당시 확대 해석이란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검찰 수사 대상을 상당 부분 원상 복구시키는 시행령을 11일 입법예고한 것도 법안의 ‘등’ 자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법안은 중요 범죄 범위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며 “오히려 중요 범죄를 최소한으로 규정했다”고 했다. 법 취지대로 했다는 것이다.
입법을 한 주체들은 억지라고 우기지만 법률가들은 대부분 법무부의 해석이 맞는다고 했다. 법 문언상 방점이 ‘중요 범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있지, 부패·경제 범죄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입법자 의사와 다르더라도 법 문언이 명백하면 문언대로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때 ‘등의 마법’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무지가 부메랑이 되어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84년 같이 근무했던 동학 년 선배 한 분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경험담을 들려 주셨다.
사모님이 아침 예배를 보러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 가셨는데 그 사건이 법원으로 송치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재판의 경과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는 것이었다.
변호사에게 지불한 수임료가 상대방 보다 많을 때는 공판이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진행되다가 상대방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다른 변호사에게 위임하면 상대방이 유리한 방향으로 끌려가기를 반복하다가 끝내는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이 패소를 하게 되더라고 했다.
선배의 결론이 충격적이었다.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 모두 거지보다 못한 더러운 족속들이다. 라고 악담을 하면서 말을 끝내는 것이었다.
지금 사법 시스템은 과학으로 입증할 수 있는 많은 객관적 자료가 있기에 무지막지한 판정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만 해도 옛날이다.
한동훈 장관이 악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결국 그의 유능함 때문이리라고 본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