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羊頭狗肉)
양두구육(羊頭狗肉)을 네이버 사전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보기만 그럴듯하게 보이고 속은 변변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라 풀이해 두었다.
한자의 의미로 접근해 보면 글자로는
羊 : 양 양 頭 : 머리 두 狗 : 개구 肉 : 고기육 자를 쓴다.
羊(양)에 내포된 의미는 : 상서롭다. 약하다. 온순하다,
羊(양)자는 ‘상서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羊자는 양의 머리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린 것으로 구부러진 뿔이 특징되어 있다. 양과 소는 인간이 가축으로 기른 가장 최초의 동물이었다. 특히 양은 뛰어난 고기 맛과 유용한 털로 인해 상서로운 짐승으로 인식되어 제사에 쓰이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고대의 권력자들은 양의 뿔을 상서로움이나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狗는 작은 개, 강아지, 행동이 나쁜 사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狗자는 ‘개’나 ‘강아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狗자는 개사슴록변(犭(=犬))부수와 음(音)을 나타내는 句(구)자가 결합한 글자다.
개를 뜻하는 글자 중 犬은 귀가 쫑긋 세워진 개를, 狗는 귀가 덮여진 개를 말하기도 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 와서 판다"고 표현한 데 이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는 "제가 뱉어낸 양두구육의 탄식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이야기에 논평은 평론가들의 몫이기에 언급은 생략하고 그 말의 근원을 살펴보면 이렇다.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 선사가 지은 ‘무문관(無門關)’ 6칙에 선종의 인가(印可) 기원이 담긴 ‘세존염화(世尊拈花)’란 공안의 요지다.
“옛날 석가세존(BC 624-544)께서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설법하셨는데, 이때 운집한 제자들 앞에서 다만 꽃을 들어 올려 보이셨다.
이때 오직 가섭존자만이 파안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내가 온몸으로 체득한,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는 진리[正法]가 있는데 이를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전수[付屬]하노라.’라고 말씀하셨다.”
이 공안에 대해 간화선(看話禪)의 원조인 오조법연(五祖法演, 1024-1104) 선사가 어록을 남겼다.
‘高懸羊頭賣狗肉(고현양두매구육)’ 즉 ‘양머리를 높이 매달고 개고기를 판다’이다. 이 말이 羊頭狗肉(양두구육)의 원형이다.
무문 선사는 석가세존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며 설법을 전개하는데 사실은 석가세존의 불심을 반어법으로 설법한 것이다.
설법의 내용을 소개하면
“누런 얼굴의 석가는 난폭하기 그지없다. 그는 선량한 사람을 나쁜 놈으로 몰아세우기도 하고, 간판에 양머리를 걸고 양고기를 판매한다고 선전하면서 개고기를 팔기도 하는 것처럼, 정말로 못 되어 먹었다.
혹시나 어딘가 귀에 솔깃한 구석이 있을까? 하고 멋진 설법을 기대했었는데 알고 보니 형편없는 사기꾼이었네.
그렇지만 만일 그때 대중이 모두 웃었다면 진리를 어떻게 전수하였을 것인가?
설사 가섭이 웃지 않았다면 또한 진리를 어떻게 전수하였을 것인가?
만약 진리가 전수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누런 얼굴의 석가 늙은이가 순박한 시골 사람들을 속인 것이 될 것이며,
만약 진리가 전수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뛰어난 10대 제자들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제자들 가운데, 왜 가섭에게만 전법(傳法)을 허락했을까?”
拈起花來(념기화래) 尾巴已露(미파이로). 迦葉破顏(가엽파안) 人天罔措(인천망조)
세존께서 꽃을 들어 올리니 꼬리까지 그 정체를 몽땅 다 드러냈네. 가섭의 파안미소 인간계와 천상계를 통틀어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하리.
무문 선사는 세존과 가섭 사이에 이루어진 전법 과정을 이처럼 멋지게 노래하고 있기에 결국 ‘양두구육’을 통한 사기꾼이란 표현은 선종 특유의 세존에 대한 반어적 극찬이었던 것이다.
백과사전에는 양두구육의 유래를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인용하고 있다.
晏子春秋, 懸牛首於門, 而賣馬肉於內. 世祖賜丁邯詔曰, 懸牛頭, 賣馬脯. 盜琮行, 孔子語. 今俗語小變, 以羊狗易牛馬, 意仍不異也.
안자 춘추에 소 머리를 문에 매달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판다고 했다. 세조(世祖)가 정감(丁邯)에게 조서를 내려 “쇠머리를 걸고 말 포를 팔며, 도척처럼 행하면서 공자의 말을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속어가 약간 변하여 소와 말 대신 양과 개를 쓰는데 그 뜻은 다르지 않다.
항언록(恒言錄)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에 대해 기성세대와 2030세대가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
기성세대는 원인과 과정이야 어떠했던 간에 大를 위해서 小가 희생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갖는 반면에 2030세대는 어떤 사안도 개인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준석 생각은 여기에서 멈춰 적당히 타협하면 자신의 정치 기반인 2030세대가 이준석도 별수 없는 기성세대로 치부 하고 등을 돌릴 개연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끝까지 투쟁을 고수하는 것이다. 지금 설령 고난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2030 세대를 자기편으로 묶어 둘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사물을 보는 눈은 모두 같아도 마음에 투영되는 가치관은 다 다른 것이다. 어떤 선택이 자신의 장래를 위해 옳은 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기의 선택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