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과 석개
석야, 신 웅 순
시조시인․서예가, 중부대교수
이셩져셩하니 이룬 일이 무스 일고,
흐롱 하롱하니 세월이 거의로다,
두어라 이의이의(已矣已矣)여니 아니 놀고 어이리.
이렁저렁하니 이룬 일이 무슨 일인가. 허룽허룽하니 세월 이미 지나갔도다. 두어라 이미 지나가고 또 지나갈 뿐이니 아니 놀고 어이하리.
『청구영언』에서 우조이수대엽, 『가곡원류』에서 우조중거로 불리웠졌으며, 계면이수대엽으로도 불리워졌던 가곡이다.
송인은 중종의 셋째 서녀인 정순옹주와 결혼하여 여성위가 되었으며 늘 금석문 글씨가 그의 손에 맡겨질 정도로 서법이 뛰어났다고 한다.
석개는 그의 집 계집종이다. 그는 석개의 음악적 재능을 알고 그녀에게 공부의 길을 열어주었다. 얼마 되지 않아 석개는 당대 장안의 둘도 없는 여류명창이 되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그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석개는 여성군 송인의 계집종이다. 얼굴이 늙은 원숭이 같고 눈은 좀대추나무로 만든 실같이 작 았다. …중략… 석개는 우물에 가서 나무통을 우물 난간에 걸어놓고 종일 노래만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곡조를 이룬 것이 아니라 나무꾼과 약초캐는 아녀자들이 부르는 노래 같은 것이었다.그러 다가 날이 저물면 빈 나무통을 가지고 돌아왔으니 매를 맞아도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고 그 다음 날도 또 그와 같았다. 그래서 약초를 캐오라고 시키며 광주리를 들려 교외로 내보냈더니 그녀는 광주리를 들판 가운데 놓아두고 작은 돌멩이를 많이 주워모아 노래 한 곡을 부른 뒤 돌멩이 하나 를 광주리에 집어넣었다.이렇게 해서 광주리가 돌로 가득 채워지면 이제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광주리 속에 있던 돌을 하나씩 들에 내던졌다. 광주리에 돌을 가득 채웠다가 다시 밖으며 쏟 아 붓는 것을 하루면 두세 차례 반복하다가 날이 저물면 빈 광주리를 가지고 돌아오는지라 매를 맞았는데도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고 다음날도 또 마찬가지였다.
여성군이 석개 이야기를 듣고 기이하게 여겨 그녀로 하여금 노래를 배우게 하였는데 그녀는 장 안에서 제일가는 명창이 되어 근래 100여년 동안 그녀만한 명창이 존재하지 않았다.
송인이 지어 놓은 동호의 수월정은 석개의 노래무대였다. 석개는 특히 수월정사를 잘 불렀다고 한다. 그녀가 불렀던 위 노랫말이 진본 청구영언에 전한다. 신흠의 『상촌집』에는 송인 사후에도 석개는 여러 문인과 더불어 수월정에서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석야 신웅순 작, 송인의 '이셩져셩하니'
송인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