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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좋거나 기쁘면 웃는다는 것이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과는 달리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린다거나, 슬픔이 극에 이르면 울다가 웃기도 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감정의 표현이 우리의 문학작품에 적지 않게 나타나며, ‘우리말의 바탕에 그러 말하기의 태도와 방식이 잠재’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영국에서 열린 학회에 참가했을 때 어느 외국의 학자가 ‘한국의 소설을 번역할 때 슬픈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표현이 나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매우 당혹스러웠’음을 고백했을 때, 그러한 면모가 우리 문화의 한 측면을 설명해줄 수 있음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 책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그러한 측면을 고찰함으로써, 저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한 예들은 우리의 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가(喪家)를 찾은 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놀이를 즐기며 웃고 떠드는 것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러한 태도야말로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 명명할 수 있으며, 이 책을 통해서 ‘한국 언어문화의 특별한 비밀’이라 할 수 있는 그러한 양상을 구체적으로 실증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첫 번째 항목에서 ‘웃음으로 눈물 닦기의 정체’를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서 확인하고, 다음으로 ‘웃음으로 눈물 닦기의 특성’을 이른바 ‘탈맥락적 웃음의 추구’라는 면에서 찾고 있다.
세 번째 항목에서는 우리의 일상 어법과 민속 등을 통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서, ‘생활문화와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다. 방문을 나서다 문틀에 머리를 찧은 경우 아픔을 달래거나 위로하기보다, ‘그렇게 해서 머리가 깨지냐?’라고 에둘러 표현했던 것도 그 하나의 예에 해당한다고 전제한다. 앞서 언급했던 상가에서 문상을 온 사람들이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든다든지, 심지어 가무를 즐기는 행위 또한 우리의 민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저자는 문학작품에 드러난 구체적인 예들을 ‘예술문화와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는 네 번째 항목에서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음으로 눈물 닦기의 문화론적 의의’를 제시하였다. 저자는 ‘웃음으로 눈물 닦기’는 웃음이라는 수단을 통해 슬픔을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눈물의 상태를 언어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의도적으로 생산해내는 웃음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에, 우리의 문화에 드러나고 그것이 문학작품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또한 슬픔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언어라는 형식을 통해 잠시라도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언어의 의미만을 따지는 축자적(逐字的) 해석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대화의 맥락과 상황을 따져 해석하는 화용론(話用論)이 의미 파악에 더욱 적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문학작품을 적확하게 해석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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