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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등산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히말라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히 한번쯤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던져주는 매력적인 산이라 하겠다. 그동안 히말라야 등반이나 트래킹을 다녀온 사람들의 책도 읽어봤지만, 이 책은 고산 등반가로서 자신의 겪은 내용을 근거로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졌다. 대학 산악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고산 등반가로 나섰다고 한다. 가만히 서있기조차도 쉽지 않은 해발 8천 미터 높이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저자도 전문 등반을 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8천 미터의 봉우리에는 단 한 차례 올랐지만, '나름대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박경이의 고산 등반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저자 '자신만이 간직해온 이야기와 남겨야 할 기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은 덜 세련되었지만, 산악인으로서 저자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가슴에 닿았던 것 같다.
'나는 오늘도 히말라야에 오른다'라는 제목의 1장에서는 매번 죽음을 각오하고 오르는 저자와 산악인들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등반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지만, 어쩌면 산악인으로서는 산에 자신의 몸을 남기고 죽는 것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도 토로하고 있다. 고산 등반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던져주기보다 산악인들이 처한 극한상황들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내용이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여겨졌다고 하겠다. 정산 등정에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하거나에 상관없이, 고산에서의 극한적인 상황을 겪으면 '이놈의 산에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산에 오르고픈 열정이 가득 채워지는 것이 대부분 산악인들이 품는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2장의 '산악인, 사람,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남긴 다양한 이들에 관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8천 미터 이상 14개의 봉우리를 최초로 올랐던 라인홀트 메스너를 비롯하여, 대를 이어 에레베스트에 오른 힐러리 부자의 사례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악인인 엄홍길은 네팔에 학교를 세워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여성 산악인으로 최초로 에레베스트에 오른 일본 여성 산악인 다케이 준코의 업적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히말라야의 고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원정대를 조직해 산에 오른다는 한왕용의 사연은 산악인으로서의 자세가 어떠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사례였다.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른다'는 유명한 말처럼. 산악인으로서 히말라야에 오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산악인다운 마음가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고산 등반은 낭만이 아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현실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1장과 2장이 히말라야의 등정에 도전했던 산악인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것에 주된 내용이었다면, 3장에서는 고산 등반을 했던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히말라야 등반에 필요한 조건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히말라야 원정에 도전하다'라는 제목을 통해서, 등반을 떠나기 전 훈련 과정과 준비물, 그리고 현지에서 준비해야할 내용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고산에서의 호흡은 평지에서와는 다르기 때문에 고산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또한 하밀라야 등정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개인이 도전하기에도 수천만 원이란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며, 제법 규모를 갖춘 원정대를 꾸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밝히고 있다.
어떻게든 출발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과한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비행기 타면 반은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히말라야에 도착해서도 한 사람이 25Kg 정도의 배낭을 맬 수 있기 때문에, 등반대의 규모에 따라서 수백명의 포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포터의 수는 결국 원정 비용에 포함되고, 자칫 기후의 변화 등으로 인해 등반 일정이 늘어나면 그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히말라야 등반의 현실적인 조건들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실제 히말라야 등반 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적시하면서, 삶과 죽음이 갈리는 현장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고산 등반 과정에서 낙오하다가 죽음을 맞은 사람들도 있으며, 때로는 혹독한 기후로 인해서 동상에 걸려 손과 발을 절단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다. 고산에서의 희박한 산소로 인해서 고산병이나 저산소증으로 인해서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치매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니, 고산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에베레스트와 알피니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라는 제목으로, 히말라야를 비롯한 등반인들의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기계나 도구의 도움을 통해서 쉽게 정복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정당한 방법으로 등반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산악인의 자세라고 강조한다. 또한 얼마나 높은 봉에 올랐는가도 의미가 있지만, 등산 과정에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고도보다는 태도'라는 말로 집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고산의 산정과 절벽의 암벽이나 빙벽을 타고 오르는 기술'인 알피니즘이 이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만큼, 산악인으로서 히말라야를 비롯한 고산 등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즐거움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통해서 히말라야 등반이 마냥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등산을 하는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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