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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련 책들의 출간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주의'라고 변역될 수 있는데, 그것을 단순히 이론이나 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실천을 전제로 하기에,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우리 사회와 문화적 환경에서 각자 살아왔던 경험이 다르고, 그에 대한 입장이나 현재의 삶의 모습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 할 것이다. 많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 역시 남녀 차별이라는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남성중심의 문화가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될수록 그에 대한 반발도 비례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저자가, 그동안 여성문제를 취재하면서 보고 느꼈던 바를 모두 4개의 주제로 보고서의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저자들이 ‘각자 경력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며 전문 분야도 다르’지만,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닥친 지난 몇 년간 여성 이슈를 취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고 함께 저술 작업에 참여했음을 밝히고 있다. ‘탈코르셋’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과 폭력의 문제가 그 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지난 해 이른바 ‘N번방’으로 떠들썩했던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문제가 또 다른 주제이다. 여기에 ‘공정한 월급봉투’로 제기할 수 있는 성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문제, 그리고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와 특정 종교인들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현재적 상황 등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저자들이 모두 기자로 활동하고 있기에, 이 책은 개인적 경험이나 생각들이 가급적 배제된 채 ‘사실’ 위주의 기사나 논문들이 각주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1장에서는 ‘탈코르셋을 외치는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화장과 복장 등의 ‘꾸밈 문화’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지하듯이 ‘탈코르셋’은 여성의 허리를 조여 날씬하게 만들었던 코르셋에서 벗어나자는 것으로, 단순히 화장이나 속옷 뿐만 아니라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여성의 주제적 인식을 전제로 한 의식과 행동을 뜻한다. 탈코르셋의 궁극적인 지향이 여성들이 단순히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모습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행동을 통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의 결실로 여성들의 키와 외모를 따져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관행이 바뀌고, 하이힐과 치마를 강요하는 직장과 학교의 문화도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는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을 앞세우거나, 꾸미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외모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라는 현상을 만들어가면서, 이러한 문화가 정착됨으로써 외모가 타인의 평가대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성별에 관계없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권리를 누리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글의 말미에 ‘기자수첩’이라는 항목을 통해 최근 ‘운동뚱’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민경이라는 개그우먼의 활약을 거론하면서, 그의 화장품 모델 발탁이 아름다움과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고정관념이 깨지고 바뀌어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과거의 ‘빨간 마후라’라는 비디오와 최근의 ‘N번방’으로 대표되는 국내에서의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서 보고하고 있다. 실상 이러한 범죄가 성립되기 위한 전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문화라는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라 하겠다. 몇 해 전 일부 문인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이용해 여성들에게 성차별적인 언사와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거나, 심지어는 성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가 보도되면서 많은 논란이 야기된 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다수의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나 학교 관리자들에 의해 발생한 성차별적인 언사나 성폭의 문제가 이른바 ‘스쿨 미투’ 운동으로 전개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 문단이나 학교에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결국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장악한 주류문화에서 싹튼 병적인 징후로 해석될 수가 있을 것이다.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던 ‘N번방 사건’을 해결하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에 잡입해서 현실을 고발했던 ‘추적단 불꽃’의 존재에 대한 역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법의 제정과 개정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 연대하는 이들의 존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가지수첩’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방해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빼앗아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피해를 당햇다는 호소나 피해자의 숫자가 아닌, 상식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공정한 월급봉투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성차별 없는 노동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특정 조직에서 성별에 따른 승진 기회를 제한하는 장벽을 일컬어 흔히 '유리천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동안 꾸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어왔기에,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는 조금식 개선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불평등한 현상이 존재하고 있으며,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임금과 승진 기회는 제한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기존의 직장 문화가 남성중심의 관행을 당연시하였고, 그러한 관행에 덧붙여 주로 남성들로 구성된 관리자들의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성들을 가사노동에 묶어두려는 사회적 인식도 여전히 강고하게 작용하고 있다. 남성중심의 직장 문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 하나의 '문화'로 고착되어 왔기에, 상당수의 남성들은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불합리한 현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저자가 글 말미의 기자수첩에서 ‘노동권은 성 대결 문제가 아니다’고 말하는 의도를 깊이 헤아려아 한다고 하겠다.
마지막 4장은 ‘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의 문화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다. 장애인이나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문화와 사람들의 인식은 일종의 ‘혐오문화’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차별금지법이 여러 차례 법안으로 발의되었으나, 특정 종교인들의 강력한 반대로 지금가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출신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각자 평등한 존재로 평가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그러한 반대 논리의 빈약함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누군가의 그릇된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마땅히 금지되어야 하는 차별을 그대로 두는 한 모든 인간이 동등한 존엄과 가치를 지닐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며, ‘일상의 모든 소수자와 함께’ 행동하겠다는 기자수첩의 내용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
어느 사회나 조직에서든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내기 시작했던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음을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관행으로 굳게 자리를 잡아온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시되는 경우가 보통이었고, 기득권을 지닌 일부의 선택된 여성들에게만 그것이 허락되어졌다. 그리고 여성들의 발언마저 주류적인 남성들의 관점이나 시각에 의해서 걸러지고 평가되어졌던 것이다. ‘탈코르셋에서 소수자 차별 금지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적인 관행과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기존의 차별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누군가에 의해 ‘혐오의 문화’로 바뀌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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