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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얼마 전 방영된 적이 있지만, 일단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원작을 보면서 초반에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는 ‘세포’들의 존재를 내세운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것을 통해서 한 사람의 감정을 설명하는 방식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을 드라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하는가 하는 점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원작에서 완성된 에피소드를 본 다음에 드라마를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의 내용이 이어지면서 비슷한 스토리가 반복되고, 주인공인 ‘유미’는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의 ‘세포’들이 등장하는 내용이 그리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직장에 다니던 유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관계와 연애담이 얽혀 진행되던 내용은, 전편인 9권에서 유미가 작가로 데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10권은 작가가 된 유미와 새로 연인이 된 바비와의 사연이 중심을 이루고, 출판사 편집장과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고 있다.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떡뽁이 사업을 하는 바비와의 연애를 이어가던 중,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다은에게 추운 날씨에 바비기 자신의 옷을 입혀 보냈다는 사실을 유미가 알게 된다. 그 일로 인해서 서로의 관계가 서먹해지고, 끝내 연인 관계를 끝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미와 바비 그리고 다은의 세포들이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그 발상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사귀었던 웅이와 우기 등의 인물들이 잠깐식 등장하고, ‘유미의 세포들’이 이끌었던 흥미로운 스토리는 그저 평범한 연애담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헤어졌던 웅이는 사업가로 성공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애쓰지만, 유미에게는 그 상대가 이제는 그저 설레임을 느끼지 않는 존재로 다가올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까운 이의 자그마한 행동에도 감동을 받거나 실망하기도 하지만, 자신과 크게 관계가 없는 사람의 행동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유미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과거의 연인 웅이와 달리, 유미는 다시 만난 그는 그저 익숙한 관계의 사람일 뿐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오해와 실망 등의 감정이 새롭게 쌓이고, 연애 관계가 어느 일방의 감정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이를 토대로 한 ‘세포들’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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